‘요리 거장’ 에스코피에 숨결 담아… 미식의 향연 계속된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2024. 12. 7. 1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드래곤시티호텔 ‘더 리본’
매년 탄생일 기념 전세계서 갈라 디너
2024년 한국 행사는 ‘더 리본’서 진행돼
입구엔 다양한 핑거푸드가 눈길 잡아
콜라비 잿방어 요리·옥돔구이 등 선봬
기름에 절여 요리하는 ‘콩피’ 이색적
‘요리의 거장’ 조르주 오귀스트 에스코피에가 태어난 날에는 전 세계에서 갈라 디너가 열린다. 이번 탄생일에도 드래곤시티호텔 레스토랑 더 리본에서 한국 에스코피에 연구회의 갈라 디너와 신입회원 입단식이 열려 다양한 미식이 소개됐다.
 
한국 에스코피에 요리연구회 회원들
◆한국 에스코피에 연구회 E.C.A

요리학교를 다니던 시절 서양 요리책의 첫 장을 펼치면 나오는 초상화가 있었다. 멋진 콧수염이 인상적이던 그 셰프는 요리를 배우던 어린 시절 내내 마음속 깊은 우상이 됐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바로 현대 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스코피에다. 그의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에 너무 많다. 지금의 요리사들의 위계질서와 주방 시스템을 정리했으며 요리사의 사회적 위치를 더 진중하게 높인 인물이다. 또 수많은 요리책을 집필해 지금까지도 그의 요리 레시피와 그가 배출한 제자들의 레스토랑들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 있다. 1935년 89세의 나이로 작고한 그를 기리며 제자들은 단체를 설립했는데 바로 ‘에스코피에 요리연구회’다. 전 세계적으로 지부가 있는 에스코피에 요리연구회는 한국의 경우 1990년 최수근 명예연구소장이 시작했고 조우현 요리명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지금까지도 호텔, 대학교, 레스토랑의 셰프들과 함께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5년 멀리서만 동경하던 요리대회에서 조 이사장을 처음 만났다. 그는 마음의 스승으로 2016년 독일 요리올림픽 때 감독을 맡았고 나는 선수로서 함께 출전했다.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져 나는 2024년 에스코피에 연구회에 신입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다. 예전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프랑스 보퀴즈 도르(Bocuse D’or) 요리대회 이후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며 정진하던 내게는 너무나도 큰 감회가 밀려왔다.

땅콩 호박 수프
에스코피에 연구회는 에스코피에의 탄생일마다 그를 기리며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갈라 디너 또는 모임을 연다. 이번 한국 에스코피에의 갈라 디너는 더 리본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평소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레스토랑이기에 기대에 한껏 부푼 채 즐거운 마음으로 갈라 디너에 참여했다. 더 리본은 우선 인테리어가 인상 깊다. 멋진 초상화 그림들로 벽과 천장을 꾸몄고 창밖 너머 눈에 보이는 풍경은 더 리본이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콜라비·잿방어 요리
◆더 리본 갈라 디너

더 리본에는 입구부터 훈제 연어오픈 샌드위치와 타르트, 치즈를 얹은 크래커 등 핑거푸드가 준비돼 있었다. 첫 요리로는 콜라비 잿방어 요리가 나왔다. 차갑고 감칠맛이 도는 잿방어와 깔끔하게 우려낸 스톡이 앞으로 나올 음식의 기대감을 높였는데 성게의 녹진하면서도 은은한 바다 맛이 입안에서 깊은 여운을 남기며 갈라 디너의 시작을 알렸다. 땅콩 호박 크림 수프는 그야말로 수프의 정석이었다. 입에 넣었을 때에 오는 부드러움과 목 넘김 후에 딱 끊어지는 깔끔함은 군더더기 없이 배고프던 속을 보듬어 주는 듯했다.

다음으로는 매시트포테이토를 곁들인 옥돔구이가 나왔다. 크리스피하게 껍질을 튀긴 옥돔은 부드러운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었는데 성게가 들어간 크림소스와 너무 잘 어울려 꽤 양이 많았지만 그릇이 깨끗해질 때까지 포크가 멈추지 않았다. 메인은 오리다리 콩피. 마치 풍선처럼 겉껍질이 구워진 오리다리 콩피의 멋진 모습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속살은 게살처럼 결이 찢어지며 입안에서는 녹아내린다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부드럽게 사라졌다. 완벽하게 혀끝에 딱 떨어지는 그 염도와 감칠맛에 들고 있던 와인을 벌컥 비우고 새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만든 오리다리와는 확연히 다른 맛과 식감에 감동하며 접시를 비워갔다.

송용욱 셰프가 진두지휘하는 더 리본은 클래식하면서도 대중에게 인상 깊은 요리들을 낸다. 프랑스 리옹의 유명 요리학교 폴 보퀴즈 출신인 송 셰프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프랑스 요리를 대중에게 편하게 전파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 클래식한 프랑스 요리에 그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더해 요리에 재미와 맛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

오리다리 콩피
◆콩피요리

콩피는 프랑스 남부 지방의 요리로 기름에 절여 조리하는 요리 기법 중의 하나다. 콩피는 ‘보존하다’라는 뜻으로 냉장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육류나 과일을 기름이나 시럽에 절여 땅속에 저장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요즘엔 기름에 푹 절여 조리하는 방법을 콩피라고 부른다. 기름에 절이면 산소를 차단해 부패를 방지하기에 오랫동안 보관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리다리 콩피나 삼겹살 콩피 같은 메뉴가 대표적이며 다양한 재료를 응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겹살 콩피
■삼겹살 콩피 만들기

<재료>

통삼겹살 600g, 소금 100g, 설탕 15g, 월계수잎 2장, 로즈메리 3잎, 통후추 2g, 타임 5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ℓ, 버터 100g

<조리법>

① 소금과 설탕, 월계수잎, 로즈메리, 통후추를 섞는다. ② 통삼겹살 위아래로 소금을 넣어준 뒤 6시간마다 뒤집어 12시간을 절인다. ③ 30분가량 차가운 흐르는 물에 통삼겹살을 넣고 씻어 소금기를 뺀다. ④ 건져서 물기를 뺀 뒤 뚜껑이나 랩으로 감싸지 말고 냉장고에서 3시간가량 말리고 올리브유와 녹인 버터에 완전히 담근다. ⑤ 120도로 예열된 오븐에 3시간가량 천천히 익힌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