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vs 탄핵저지…8년만에 또 갈라진 대한민국 [현장]
여의도 '범국민촛불대행진'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대통령 박근혜 탄핵안' 2016년 12월 9일 국회 통과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 2024년 12월 7일 표결 앞둬
[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는 7일 서울 시내 곳곳에는 보수·진보 진영의 집회가 열렸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은 광화문에서, 퇴진·탄핵을 주장하는 진보 진영과 시민들은 여의도 국회 앞에 각각 집결했다.
'탄핵 저지'…"尹, 신사적 후퇴…협치해야"
오후 1시 30분 서울지하철 5호선 6번 출구 인근, 동화면세점 앞부터 시청역까지 4개 차로 약 340미터 구간에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이 주최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집회장 근처에는 '탄핵 저지! 일어나라 대한민국! 뭉치자! 자유통일당으로!'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주변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파는 상인들과 번데기를 나눠주는 봉사단도 있었다.
지역에서 삼삼오오 모여 광화문에 도착한 사람들은 '이재명 구속하라!', '주사파 척결'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받고 집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사회자가 "피켓 들어, 함성 20초 소리 질러"라고 말하자, 피켓과 태극기 등을 흔들면서 환호했다. 집회 참가자 사이에서는 "이재명을 XX하라", "윤석열 화이팅", "국민 혈세 사기꾼 이재명 잡아요" 등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아이뉴스24>와 만난 집회 참가자들은 대통령의 탄핵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A씨(서울 강북구·68세)는 "(윤 대통령을) 탄핵하면 안 된다"며 "신사적으로 후퇴를 했으니, 이제 협치를 해야하는데 계속 악랄하게 하니까 화가 난다"고 했다. 이어 한동훈 대표에 대해선 "지지하지만, 너무 경험이 없다"며 "야당에 휘말리면 안 되고 윤 대통령을 보좌해서 당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B씨(경기 성남·70세)는 "오늘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지지만) 결국 부결될 것으로 본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반대표를 행사하길 촉구했다. 이어 한 대표에 대해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같이 손을 잡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부결 시 재추진한다는 방침에 대해선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로서는 마지막 발악 차원에서 그렇게(탄핵 재추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해야'…"尹 담화, 기대했지만 진정성 느껴지지 않아"
오후 3시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인근. 국회 정문부터 여의도공원까지 약 470미터 구간에는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한 '범국민촛불대행진'이 막 시작됐다.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9호선 여의도역에서 하차해 이곳까지 걸어오기도 했다. 오후 3시 50분 기준 경찰 추산 4만5000명이 모였다.
가족·친구 단위로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촛불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자', 윤석열을 탄핵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사회자가 "불안해서 못살겠다 윤석열을 탄핵하라"라고 말하자, 세 번 연달아 "탄핵하라"를 외쳤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여의도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을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씨(대전·61세)는 "시민 입장에서 국정농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권력을 가졌으면 엄격한 기준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데, 남용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자기 가족이나 주변의 사람만 생각했지, 국민들은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지만,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며 "국민을 우롱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에 대해 "어제까지만 해도 탄핵에 찬성한다는 분들도 이제 와서 말을 바꿨다"며 "방어를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했다.
D씨(인천·20대)는 "과거에도 경험했었던 사례인데도 불구하고 계엄 선포를 반복한 게 너무 말이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의 탄핵을 위해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면서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은 우리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했다. 또 "향후 정국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이 '2선 퇴진'을 발표한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1시간 20분간 긴급 회동을 가졌다. 한 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총리에게 민생경제와 국정상황에 대해 더 세심하고 안정되게 챙겨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앞으로 당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민생경제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고 한 대표는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이 부결된다면 재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오는 10일 정기국회 종료 이후 11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되는데, 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서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서 본회의에 상정할 것"이라며 "(빠르면) 3~4일 정도 걸릴 것이고, 아마 부결될 때마다 국민의힘 자체가 존속에 엄청난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탄핵소추 국회 표결을 앞두기는 8년만이다. 지난 2016년 12월 9일 국회는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소추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가결됐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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