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잔 무료 커피에 길 안내까지…“모이자” 여의도 ‘탄핵 집회’ 팔 걷은 시민들[현장]
SNS에 ‘집회 참가자에 무료’ 나눔 카페들 공지
상경한 시민들 위해 “여의2교 건너” 안내글도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여의도 국회 앞에는 전국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서 카페에 음료를 선결제 해 둔 뒤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집회 참여를 독려하며 현장까지 오는 길을 자세히 안내하는 이들도 있었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 등에는 “ooo 이름으로 여의도역 oo카페에 커피 100잔을 선결제 해 뒀으니 가져가시면 된다”는 식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음료 외에도 김밥, 샌드위치 등을 결제해 두었다며 “추운 날씨에 든든히 챙겨 집회에 참여해 달라”는 글을 올린 이들도 있었다.
실제 여의도 집회 현장 인근의 다수 카페에는 전날까지 선결제 문의가 이어졌다. 현장에 수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게는 수십잔에서 1000잔 넘는 음료가 선결제된 곳들도 있었다.
여의도 KBS 앞에 위치한 한 카페 관계자는 “집회하는 분들께 무료로 나눠주라는 의미로 음료 1200잔 정도가 선결제 돼 있다”며 “오전부터 중간중간 사람들이 오고 있는데, 오늘은 마감시간은 따로 없고 재료 소진 시까지 영업할 계획이다. 밤 12시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야 장사가 잘 되서 좋지만, 다음엔 이런 일이 아니라 벚꽃축제같은 좋은 일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 카페를 찾은 정효민씨(28)는 “이번에 참여 못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렇게라도 도움 주려 하시는 거 같다”며 “저도 부산에서 왔는데, 부산쪽 집회하는 곳에 돈 모아서 선결제 해두고 왔다”고 말했다.
여의도역에 위치한 프랜차이즈 카페 관계자도 “오전부터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정신이 없다”며 “선결제한 분들이 있는데, 최종 몇 잔인지는 확인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근처에는 사람이 몰리며 근처 카페와 식당 물품이 일찍부터 동이 나기도 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한 30대 집회 참가자는 “부산에서 오는데 올라오자마자 누가 떡을 주고 점심도 챙겨줬다.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왔다는 참가자는 “초유의 사태 때문에 부정적 감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험한 상황에서도 시민분들이 동료 시민을 생각하면서 작은 힘과 위로를 주려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며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일대는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마이크 소리로 사방이 울렸다. 서울 낮 최고 기온이 2도 안팎으로 쌀쌀한 상황이라 집회 장소에 모여든 이들은 대부분 방한용 모자와 부츠, 장갑 등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손에는 ‘내란죄 윤석열 탄핵’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윤 대통령 관련 기사가 실린 종이신문을 손에 들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본 집회가 열리는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인근은 통행이 어려울 정로도 인파가 몰렸다. KBS 본관 사거리 앞쪽 행사장은 사람으로 꽉 차서 인파 통제에 나선 경찰이 위험 상황을 알리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모인 만큼, 혼잡한 현장을 찾는 이들을 위해 동선을 자세히 알려주는 글들도 올라왔다. 한 엑스 이용자는 “(사람이 많아) 국회의사당역, 여의도역이 무정차 통과할 경우, 영동초나 영등포평생학습관에서 버스 하차해 여의2교를 건너면 된다”며 시위 장소로 오는 길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 앞에는 이른 오후에도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시민들이 모였다. 광주에서는 86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 소속 700여명이 버스를 대절해 오전 10시 서울로 출발했다. 전북, 충청, 부산 등지에서도 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상경 집회를 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주말이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는 날이니만큼, 집회에 직접 참가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집에서 뉴스를 통해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한 것을 시작으로 방송국의 관련 뉴스 속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오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의 실시간 인기 라이브 동영상은 모구 관련 뉴스로 채워지기도 했다. 주요 방송사의 탄핵 관련 뉴스 라이브 방송은 이날 내내 수천명에서 수만명에 이르는 동시 접속자를 유지하고 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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