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뒤에는] 수면 위로 떠오른 ‘비혼 출산’, 현실과 과제는?
20~29세 응답자 42.8%, “비혼 출산 가능” 응답
혼외 출생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
비혼 출산 관련 사회적 인식·제도적 지원은 더뎌
최근 배우 정우성이 혼인 외 출생아(혼외자)를 출산한 계기로 인해 ‘비혼 출산’ 논쟁이 부상했다. 정우성은 모델 문가비와의 사이에서 혼외자 존재를 인정하면서 ‘결혼 계획은 없으나 부모로서 자식의 양육에 있어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입장에 대중의 시선은 엇갈렸다. 우리 사회가 전통적 가족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 반면, 양육비는 최소한의 수습일뿐이지 책임이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이들처럼 부부가 아닌데도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높아졌고, 혼인 외 출생아 비중도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혼외 출산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여전히 존재하며 미혼 양육자의 육아 여건은 열악한 수준이다.
그만큼 이번 사례는 단순한 가십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혼외 출산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확 바뀐 20대 결혼·출산 인식…비혼 출산 정책 변화는 ‘글쎄’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와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9세 응답자 가운데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2014년 30.3%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12.5%포인트 증가했다.
‘약간 동의한다’는 응답은 2014년 24.6%에서 올해 28.6%로 소폭 증가했지만,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응답은 5.7%에서 14.2%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강한 부정’인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014년 34.9%에서 올해 22.2%로 줄었다.
10년 새 자녀를 갖는데 결혼이 필수라는 인식은 옅어지고,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은 한층 더 개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추세는 출산율 통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23만 명이다. 그 중혼인 외 출생아 수는 전체 출생아의 4.7%인 1만900명으로,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다. 혼인 외 출생아 수는 2020년에는 6900명, 2021년에는 7700명, 2022년에는 9800명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출산·양육 지원 정책 대부분은 결혼한 부부, 정상 가족에 머물러있다. 가족 지위를 인정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 보니 비혼 출산 자녀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도 더딜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실을 보여주듯 한국의 비혼 출산은 해외와 비교해 턱없이 낮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비혼 출생률 41.9%에 한참 못 미치는 4.7%다.
한국 사회에서 비혼 출산을 경험한 여성으로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혼 출산을 했다고 밝힌 최형숙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지난달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혼 출산 이후 친부가 아이에게 책임을 다하고 나서겠다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미혼모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또 “이혼할 때 판결을 받더라도 양육비를 이행하는 비양육자는 많지 않은데 심지어 미혼모는 혼자 아이를 낳는 데다, (양육비 책임 등을 명시하는) 판결문조차 없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양육비를 받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서는 절차가 오래 걸리고 또 복잡하기도 하다”며 “절차를 다 거쳐서 아빠를 찾아내도 사실 안 주면 그만이다. 출국 금지도 하고 면허 취소도 한다지만 현실은 강제할 방법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열심히 일하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데 취업에 어려움도 많고, (임신과 출산을) 홀로 할 경우 거의 99% 이상 경력이 단절된다.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대통령실도 언급한 비혼 출산 정책…“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적 지원 강화돼야”
대통령실은 ‘비혼 출산’과 관련해 정책 보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방안에 관한 질문에 “사회적 차별이라든지, 여러 가지 제도로 담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생명이 차별 없이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어떤 면을 지원할 수 있을지 앞으로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아울러 “현재 아동수당, 부모 급여, 육아휴직 등 육아 지원 정책은 아이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대부분 지원 정책은 부모의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시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부모 가족이 아동 양육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올해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에 해당돼야 한다. 2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232만 원 이하여야 하는 셈이다. 지원되는 금액은 월 21만 원(2025년·월 23만 원)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부모가족에게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비양육자로부터 나중에 받아내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내년 7월부터 시행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혼인 외 출생이 늘어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짚었다.
김여진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전 임신이나 비혼 출산이 늘어날수록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괴리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 또한 하나의 선택으로서 존중하면서, 아이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인식과 제도가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경우 한부모 지원 관련 법들이 굉장히 적다 보니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아동수당이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구간도 낮은데,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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