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교체 계절에 ‘은행 주가’를 생각한다

조계완 기자 2024. 12. 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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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31일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는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마다 차기 행장 후보추천 절차가 요즘 한창이다.

현직 행장들과 금융지주 회장(양종희 KB금융, 진옥동 신한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임종룡 우리금융)들은 '경영 전략 방향'으로 최근 몇 년간, 특히 2024년에는 더 많이 "경쟁 은행그룹보다 더 높은 주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주주 환원"을 경쟁적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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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31일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는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마다 차기 행장 후보추천 절차가 요즘 한창이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에이티엠(ATM)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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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31일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는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마다 차기 행장 후보추천 절차가 요즘 한창이다. 현직 행장들과 금융지주 회장(양종희 KB금융, 진옥동 신한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임종룡 우리금융)들은 ‘경영 전략 방향’으로 최근 몇 년간, 특히 2024년에는 더 많이 “경쟁 은행그룹보다 더 높은 주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주주 환원”을 경쟁적으로 외쳤다.

2024년 11월15일 종가로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케이비(KB)금융 35조2천억원(코스피·코스닥 합산 9위, 8만9600원), 신한지주 27조3천억원(11위, 5만3700원), 하나금융지주 16조9천억원(22위, 5만9100원), 우리금융지주 11조8천억원(38위, 1만5890원)이다. 산업자본 쪽 거대 재벌의 대표 기업들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시가총액)에 맞먹는 수준이다. 매우 훌륭한 이익지표(2024년 1~9월 4대 금융지주 합산 당기순이익 14조2654억원)가 주요인이겠지만, ‘국민경제에서 원활하고 효율적인 금융중개’ 수행을 책무로 떠맡은 은행업의 특수성도 제법 작용하고 있다. 국가의 제도적 보호와 규제, 은산분리 정책, 그리고 ‘연임 및 주식보상 관련 은행 최고경영자의 이해관계’가 그것이다.

예금자보호법(금융회사별 예금자 1인당 원금·이자 합산 5천만원)은 은행 대출이자수익의 주요 조달 원천인 수신자금(예금·적금·부금)의 안정적 유치를 돕는다. 즉 간접적으로 주가 버팀목 구실을 해준다. 2023년 말 기준 국내은행 총예금자(1억9327만 명) 중에 5천만원 이하 예금자는 97.7%다. 특정 은행에서 아무리 높은 정기예금 금리를 주더라도 5천만원 이하로 쪼개 여러 은행에 분산 예치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 규제는 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같은 ‘적정한 자본비율 충족’에 맞춰져 있는데, 가계·기업에 내준 대출금 자산마다 담보물 특성 및 신용별로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적정 유동성을 항상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이런 규제를 부과하지만, 그 대신에 은행 영업에 수익성을 보장해준다. 예금과 대출에 금리 차등을 허용하는 ‘예대마진 보장’이 그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은행은 ‘규제를 즐긴다’는 말이 정확할 수도 있다.

특정 자본·집단의 ‘사금고’ 역할을 원천 차단하는 은산분리 정책(은행법)도 ‘은행 주가 형성’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산업자본과 금융(은행)자본의 상호 소유∙지배 금지(의결권 지분 4% 이내로 제한)는 제조산업의 업황 사이클 부침이 은행 위기로 번지는 사태를 간접적으로 막아준다. 이런 보호와 규제 속에 4대 금융지주에서 외국인투자자 주식보유비율은 45%(우리금융)~78%(KB금융, 2024년 11월15일)에 이른다.

은행 주가에는 회장·행장들의 개인적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각 은행의 회장·행장 추천 규정은 연임 여부를 판단·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상대적 총주주수익률’(경쟁 은행그룹 대비 주가 상승률)을 명시했다. 또 회장·행장은 급여·상여 외에 해마다 1~2회씩 회사주식 1만~3만주씩을 ‘장기성과연동 주식보상’으로 받는다. 부여받은 시점 이후 3년간 장기목표(수익성, 상대적 총주주수익률 등) 달성 수준과 3년 뒤 주가 수준에 따라 실제 지급 여부와 획득 수량·금액이 미래에 확정된다.

2024년 1~9월 누계로 5대 은행 합산 이자순수익(이자수익-이자비용)은 총 31조4387억원에 이른다.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같은 밸류업을 통해 은행 주가를 더 높이고자 한다면 대출고객한테 받는 이자수익을 더 늘려 그 재원(이익잉여금)을 마련하는 길밖에 없다.

한겨레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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