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12·3 비상계엄 내란죄 아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야당의 입법 폭거에 대한 경고였다, 김 전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며, 불법 선거 의혹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 일부 인사들은 윤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도 보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탄핵의 강에 올랐습니다.
검찰은 군검찰과 함께 합동수사본부를 차리고, 공수처와 경찰도 각자 수사에 나섰습니다.
정치권과 시민들이 '내란죄'라며 당장 관련자들을 체포하고, 윤 대통령을 수사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헌법 제84조는 현직 대통령을 수사해서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허용한 유일한 혐의로 내란과 외환죄를 들고 있습니다.
헌법상 기관인 대통령도 수사해서 처벌할 수 있는 '내란죄', 그만큼 무거운 혐의입니다.
JTBC 팩트체크팀이 비상계엄과 관련한 팩트체크를 이어갑니다.
12·3 비상계엄 내란죄 아니다?
국내 형법 관련 이론에 대한 교수들의 책과 법전의 각 조문을 통해 내란죄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형법은 각칙의 제1장에서 '내란의 죄'를 가장 먼저 다루고 있습니다.
관련 조문에서 내란죄는 폭동에 의해 국가의 존립과 헌법질서를 위태롭게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형법 제87조)
국토를 참절(국가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면 성립합니다. (형법각론, 이재상 저)
이 죄는 국토 참절과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어야 하고 다수의 사람이 이를 위해 조직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내란죄는 미수범도 처벌합니다.(형법 제89조)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계엄령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대부분 정권의 수명 연장 또는 창출을 위해서였습니다.
그중 대법원이 내란죄 기준을 제시한 건 1979년 12·12 사태와 1980년 5·18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전두환 노태우의 내란 및 반란수괴 등 혐의 사건(96도3376)을 통해서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으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게 되고, 계엄의 전국확대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판결에선 법령과 제도 때문에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라도,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 즉 협박행위가 된다"고 봤습니다.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만으로도 대한민국의 평온을 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본 겁니다.
형법과 대법원 판결은 '국헌문란'을 내란 혐의의 중요한 요건으로도 보고 있습니다.
국헌문란(國憲紊亂)이란 헌법의 기본 질서를 침해한다는 말입니다.
형법 제91조는 국헌문란을 2가지로 나눠 정의하고 있습니다.
1호에선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호에선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앞선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국헌문란 2호의 의미를 설명해두었는데요.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적었습니다.
전두환씨와 노태우씨 등은 당시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통해 군의 지휘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국가의 정보기관을 완전히 장악한 뒤 1981년 비상계엄 해제 때까지 예비검속, 비상계엄의 전국확대, 국회의사당 점거 및 폐쇄, 정치활동 규제 등을 강압으로 실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상황을 앞선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과 형법, 관련 이론 등을 종합해 다시 체크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3일 밤 10시 20분쯤 언론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계엄사령관 명의의 포고령도 발표했습니다.
포고령 제1호의 6항을 제외하면 모두 국회와 지방의회를 포함한 정치, 언론, 의료, 노동자들에 대해 헌법이 정한 권한과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계엄령이 대한민국 전역에 영향을 끼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계엄군의 작전 차량과 헬기들이 서울 시내와 상공에 진입했습니다.
계엄군은 지상으로 통제된 국회에 헬기를 이용해 침투했습니다.
국회는 대통령의 계엄권을 견제할 수 있는 헌법상 유일한 기관입니다.(헌법 제77조 제5항)
국회 관계자들이 본청 진입을 막자 창문을 깨고 이동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모두 방송과 온라인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국으로, 그리고 해외까지 전해졌습니다.
계엄 선포에 놀란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여의도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로 향했고,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지시를 받은 군과 경찰에 맞섰습니다.
군과 경찰은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고, 끌어내려 했습니다.
계엄군은 선거관리위원회로도 진입해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점거했습니다.
선관위 역시 헌법기관입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62년 12월 26일에 제3공화국의 제5차 헌법 개정시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 규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언론에 "불법 선거 의혹 때문"이란 답을 내놨습니다.
헌법과 계엄법에서 계엄사령부가 국회와 선관위의 업무를 관장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1년 후배로 판사를 지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께서는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하신 거고 비상계엄이라는 건 고도의 통치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계엄은) 사법적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게 정통적인 학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앞선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심사할 수 있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내란죄가 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 이채리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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