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한동훈-이재명 등 13명 체포 명단 불러, 미친×라 생각”
“방첩사령관, 위치추적 등 지원 요청… 여야 대표는 물론 민간인도 포함
尹이 전화해 체포 도우라 지시도”… 尹, 韓만나 “체포지시 직접 안했다”
홍 차장은 6일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이처럼 윤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동원해 계엄 실행을 직접 지시했다는 전말을 폭로했다. 홍 차장이 육사 후배이자 윤 대통령 고교(충암고) 동문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전달받은 건 13분 뒤인 오후 11시 6분이었다. 윤 대통령이 체포를 명령한 ‘리스트’에는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면담에서 “체포 지시를 직접 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한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밝혔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차장이 기억하는 순서”라며 “이재명(민주당 대표), 우원식(국회의장), 한동훈(국민의힘 대표), 김민석(민주당 최고위원), 박찬대(민주당 원내대표), 정청래(민주당 의원), 조국(조국혁신당 대표), 김어준(친야 방송인), 김명수(전 대법원장), 김민웅(촛불행동 상임대표), 권순일(전 선관위원장), 또 한 명의 선관위원을 불러줬는데 기억을 못 한다고 한다”고 했다. 또 “한국노총인지 민주노총인지 모르겠는데, 노총위원장 1명이 기억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체포 리스트 중 민간인은 좌파 성향 유튜버 김어준 씨와 김민웅 대표, 노총위원장 등 3명이다. 김어준 씨는 앞서 “군 체포조가 (계엄 당시) 집 앞으로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뉴스공장’과 여론조사업체 ‘여론조사 꽃’ 사무실로도 계엄군이 투입됐다. 김민웅 대표는 김민석 최고위원의 친형으로, 최근까지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주도해왔다.
● 홍 차장 경질 등 놓고는 주장 엇갈려
조태용 국정원장은 이날 신성범 위원장을 면담한 뒤 기자들에게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은 수사권도 없기 때문에 체포에 관여할 인력도 없다”고 했다. 조 원장과 홍 차장 말이 모두 맞다면 윤 대통령이 계엄 실행을 진두지휘하는 과정에 조 원장이 배제된 것이다. 정부 일각에선 육사 43기 홍 차장이 계엄 사태를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라인이다 보니 조 원장이 ‘패싱’당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홍 차장은 계엄 선포 이후인 오후 11시 30분, 국무회의가 끝나고 돌아온 조 원장이 주재한 내부 회의에서 “한동훈, 이재명을 잡으려 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지만 조 원장은 “낼 아침에 이야기하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홍 차장은 대통령 지시를 6일까지도 조 원장에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홍 차장의 경질을 두고도 증언이 엇갈렸다. 홍 차장은 자신이 윤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5일 오후 4시경 조 원장으로부터 대통령의 ‘즉시 경질’ 지시를 전달받고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이날 오전 이임식을 마친 직후 조 원장이 사직서를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1차장 교체와 관련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누구로부터 ‘경질해라, 교체해라’ 얘기 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오로지 제 판단으로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인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차장이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후 “안보가 중요한데 초당적인 노력이 필요하니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고 이를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5일 윤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했다고 조 원장은 밝혔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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