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쿠데타…윤, 사퇴하되 일방적이어선 안 돼

2024. 12. 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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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발표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첫째,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처음에는 예기치 않은 일이 터진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또렷해졌다. 지난 1년여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 정치는 ‘계엄’과 ‘탄핵’의 두 흐름이 물밑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이 싸움에서 탄핵파가 압승했다. ‘이재명의 탄핵’이 이제는 한국사회 거의 모두의 요구가 되었다.

둘째, 윤석열은 무모한 일을 했다. 국가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말은 협박이었다.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말은 거짓이었다. 그는 국회가 싫었다. 이재명의 야당만이 아니라 한동훈의 여당도 싫었다. 그는 소외되었다. 계엄은 주변에서조차 동의를 얻지 못했다. 윤석열은 유튜브 세상 안에서 혼자만의 망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흥분을 했고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 민주주의의 두 근간인 국회와 정당을 장악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쿠데타였다. 그는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 잘못된 계엄은 신속하고도 하자 없이 해제되었다. 여야 정당과 국회가 왜 민주적으로 꼭 필요한 제도인지를 충분히 알게 해주었다. 이제부터 더 잘해야 한다. 이번을 계기로 우리의 의회민주주의와 정당정치가 본격적인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의 힘이 왜 필요하고 또 강력한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길게 보면 이번 사태에 여야나 국회 또한 책임이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을 위한 정치, 오로지 권력을 갖기 위한 정치, 사회나 공동체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로 돌아가지 않아야 한다.

넷째, 사태 초기 우원식 국회의장은 찬사받을 일을 했다. 그는 침착했다. 나쁜 상황을 자신을 위한 기회로 만들려고 나대는 보통의 정치인들과 대비되었다. 그는 절차를 존중했다. 윤석열이 절차를 무시하고 한 행위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는 안정감을 주었다. 영문도 모르고 헬기에서 내린 공수부대원들의 그 복잡한 마음을 알아챘고, 우리 군이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에 충성해야 할 이유를 알게 해주었다. 국회 지도자로서 책임감과 균형감은 이제부터 결정적으로 중요할 텐데, 이겨야 한다는 의식이 과해서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다섯째, 윤석열은 사퇴를 결심해야 한다. 시민의 마음속에서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 법률상의 지위와 권한은 도덕적 정당성을 가질 때만 효력이 있다. 그게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다. 윤석열은 민주주의 규범을 파괴했다. 쿠데타는 완전히 실패했다. 다른 여지는 전혀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일은 지지될 수도, 용서될 수도 없다. 이것이 지금 시민 법정에서 내려진 평결이다. 지난 며칠의 혼란과 상처를 통해 우리도 얻은 게 있다는 사실이 한국 민주주의에 자신감을 갖게 한다.

여섯째, 계엄 관련 헌법 조항은 새로운 해석을 획득했다. 자신을 위한 계엄,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세력을 제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계엄은 향후 어떤 대통령도 손에 쥘 수 없다. 입법부의 동의 없는 계엄은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국가를 위기에서 지키고 사회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목적의 정당성은 여야의 동의만이 보장해 준다.

일곱째, 대통령 ‘중심제’도 폐지되었다. 사실 대통령 중심제라는 표현은 한국만 있었다. 그것은 3권의 견제와 균형에 기초를 둔 대통령제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대통령 개인의 알 수 없는 개성에 과도한 영향을 받는 ‘사인화된 대통령제’였다. 대통령들은 국회를 존중하지 않았다. 야당과 대화하려 하지 않았다. 군주가 아닌 행정부 수반인데 국가나 정부를 자기 것처럼 여겼다. 반(反) 의회적인 대통령 개인의 정부 형태는 폐지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여덟째, 대통령제를 계속한다면, 최소한 정치를 모르는 아웃사이더에게 대통령직을 맡기는 일은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를 운영하는 일은 어렵다. 잘 통치하고 좋은 정치를 하는 일은 경험 없이 할 수 없다. 국가나 통치의 문제는 초보자의 실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회와 정당에서 정치를 오래 익혀 온 정치인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 향후 한국 민주주의는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규범인 ‘정당 책임 정치’의 방법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아홉째, 윤석열은 사퇴하되, 일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국회 및 여야와 합의된 사퇴여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와 책임의 방법도 결정해야 하고, 다음 대선 때까지 행정권을 행사할 중립적 선거내각도 합의해야 한다. 필요하면 대통령 임기 관련 개헌도 해야 한다. 윤석열은 사퇴 의사를 조기에 밝혀야 하고, 여야와 국회의 지휘를 따라야 한다. 여야는 비상대책기구를 발족해야 하고, 사퇴 방법에서부터 다음 선거 때까지 안정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열째, ‘정치의 복원’이 절실하다. 다시 극단적 갈등으로 한국사회를 몰고 갈 수는 없다. 대통령 탄핵이 한국 정치의 습성이 되는 길은 악몽이다. 정치가 공동체를 통합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16년 촛불집회 이후 ‘정치 없는 민주주의’를 너무 오래 했다. 국회는 우리를 실망시켰다. 여야는 권력 투쟁만 했다. 증오와 적대가 지배하는 주말의 거리를 몇 년째 지켜봤는지 모른다. 정치는 없고 적폐 싸움, 사법 전쟁만 있었다. 이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열한째, 지금 우리사회의 불행은 존경할 만한 정치 지도자가 없다는 데 있다. 싸움과 쟁취에는 능하나, 공동체를 통합적으로 이끌 자질을 보여주는 정치인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현은 그 결과였다. 앞으로도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 권력을 갖고자 하는 야심가에게 다시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의 정당 체계는 불안정하다. 국민의힘은 또 분열할 수 있다. 보수의 분열은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미 있는 정치경쟁이어야 한다. 우리 정치의 오랜 퇴행에서 벗어날 대안을 말하는 사람에게 역할이 주어져야 한다. 시민들이 다시 정치와 정치인을 신뢰하게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공동체의 통합에 기여할 정치인,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존경할만한 정치인이 다음 대통령직을 맡아주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비상상황이다.

박상훈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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