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대여 서비스
[아무튼, 레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배우 척 매카시는 2016년부터 사람들과 산책을 해주고 돈을 벌었다. ‘친구 대여(Rent-a-Friend)’라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였다. 매카시는 일감이 많지 않은 무명 배우였지만 이 부업은 조수들을 고용해야 할 만큼 번창했다. 다른 도시와 외국에서도 다양한 ‘출장 산책’ 주문이 쇄도했다.
매카시는 당시 집 근처 공원과 거리를 고객과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대가로 1마일(1.6㎞)당 7달러를 받았다. 사회적 관계를 구매 가능한 상품으로 포장해 판매한 셈이다. 이름 붙이자면 ‘고독 비즈니스’. 그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혼자 산책하기 두렵거나 친구 없는 사람으로 비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기 이야기를 누가 들어준다는 데 기뻐하며 다시 나를 찾는다”고 했다.
친구만 대여하는 게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아저씨 대여 서비스’가 유행이다. 남다른 능력을 가진 아저씨(숨은 고수)를 시급 주고 고용하는 서비스로 20~30대 여성이 주로 이용한다. 홈파티 준비를 어떻게 할지 막막한 여성이라면 주방 경험이 많다고 소개된 아저씨를 고용해 장보기부터 요리까지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50대 아저씨를 두 시간 고용해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적절한 조언을 받기도 한다. 비용은 약 6만원. 두 시간 동안 상사 욕만 실컷 하는 경우도 있다.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들의 머리와 화장, 손톱 정리까지 원스톱으로 해주는 ‘요양원 헤어&네일 방문 서비스’도 인기다. 꽃단장을 받고 나면 할머니들도 좋아하고 자녀들도 감격스러워한다고.
한국 사회에서 고독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는 782만9000가구. 전체 가구에서 나 홀로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35.5%에 이른다. 20~30대에서는 미혼과 만혼(晩婚), 40대 이후론 이혼과 고령화 등으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간다. 4인용 식탁 대신 1인용 식탁을 찾는 고객이 많아진다. 1인 가구는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길든 짧든 경험할 수도 있는 생활의 조건, 우리 모두의 미래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일 수 있다. 소셜미디어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것 같지만 관계의 응집력은 어느 때보다 느슨하다. ‘혼밥’ ‘혼술’ ‘혼영(나 홀로 영화)’ ‘혼행(나 홀로 여행)’ 같은 소비 패턴이 방증한다. 하지만 그 반작용 또는 결핍감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다. ‘친구 대여’나 ‘아저씨 대여 서비스’가 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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