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고 돌리고 부숴라… 불혹의 비보이, 라스트 댄스는 아직 멀었다

정상혁 기자 2024. 12. 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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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정상혁 기자의 행각]
나이 한계 초월한 월드 클래스
‘브레이킹’ 레전드 춤꾼 Hong10

브레이킹 댄스(Breaking Dance), 말 그대로 거의 몸을 부숴가며 추는 춤. 맨바닥에 정수리를 갖다 댄 물구나무 자세로 수십 바퀴 돌아버리는 ‘헤드 스핀’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미국 흑인 길거리 문화, 이제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발전한 엄연한 국제 스포츠. 브레이킹 댄스를 추는 남성을 ‘비보이’(B-Boy)라 한다. 이 세계의 독보적 비보이가 있다. 한국인 홍텐(김홍열·40)이다. 첫 브레이킹 국가대표 메달리스트. 누구나 그에게 ‘레전드’라는 호칭을 서슴지 않는다.

브레이킹 분야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일대일 대회 ‘레드불 BC ONE’에서 세 차례 우승한 유일한 아시아인(전 세계 단 두 명)이기도 하다. 홍텐은 지난달 10일 또 한 번 국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개최 20주년을 맞는 중국 셴젠의 ‘허슬&프리즈’에서 소속팀을 이끌고 챔피언(冠軍)에 등극한 것이다. 전달 서울에서 거머쥔 국제 대회 ‘비비고 얼티밋 배틀’ 단체 우승 트로피에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시점. 며칠 뒤 홍대 앞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축구는 호날두, 춤은 홍텐

지난달 19일 서울 창전동 연습실에서 만난 홍텐(김홍열)이 가볍게 중력을 거슬러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10여 차례 다른 동작을 반복했지만 전혀 지치지 않았다. “처음엔 불가능해 보여도 하다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몸 쓰는 직업, 생명이 짧다. 홍텐은 20년 넘게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는 동갑내기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정도일 것이다. 격렬히 움직이다 손가락 두 개만으로 몸 전체를 띄운 채 잠시 멈추는 시그니처 무브(혹자는 이를 두 손가락으로 지구를 들어올리는 행위에 비유한다)나 몸을 거꾸로 세운 뒤 목으로 무대 위를 쭉 미끄러지는 서커스에 가까운 묘기를 그는 지금도 매일 연습한다.

–정확히 몇 살이세요?

“서류상 1984년 12월 27일이고요, 양력 1985년 2월 16일생이에요. 음력 생일을 호적에 올리는 게 집안 내력이라 올해 마흔이네요.”

–몸은 괜찮으세요?

“허리가 좀…. 10월 대회 전날에 갑자기 근육이 뭉쳤는지 못 움직이겠더라고요. 신경을 잠시 차단하는 임시 방편으로 대회는 치렀는데요, 계속 아프네요.”

–그 몸으로 우승하셨네요.

“팀 대항전이라서요. 멤버가 좋았거든요. 파리올림픽 끝나고는 번아웃 와서 한 달쯤 운동을 쉬었는데, 쉬니까 알겠더라고요. 내 나이의 몸 상태가 원래 이렇겠구나. 몸도 무겁고 쉬운 동작도 안 되고요. 아, 그냥 꾸준히 하니까 됐던 거구나.”

지난 8월 열린 프랑스 파리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홍텐이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홍텐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비보이가 딴 최초의 아시안게임 메달. 지난 8월에는 올림픽 무대에 출전한 첫 비보이가 됐다. ‘불혹의 비보이’는 현지에서 큰 화제였다. 가장 어린 호주 선수와 스물세 살(!) 차이가 났다. 선수촌에서 근육으로만 2~3㎏를 증량하는 지옥 훈련을 했다. 원인 모를 피로감에 의료진을 찾아갔더니 “그게 바로 탈진”이라는 진단까지 받았다. 좀 쉬라고.

–첫 올림픽, 어땠나요?

“벌써 작년 일처럼 느껴져요. 전부 쏟아부었거든요. 솔직히 네덜란드 선수(Lee)랑 첫 경기할 때 2라운드는 이겼다고 생각했는데요, 판정 보고 ‘오늘은 날이 아니구나’ 싶긴 했어요.” 8강 진출을 겨루는 조별리그 첫 대결에서 0대2로 졌고, 두 번째(프랑스), 세 번째(미국) 대결에서 1대1로 비겨 탈락했다. 심사위원 9명의 표결 결과였다.

–판정이 아쉽지 않았나요?

“심사는 주관적이니까요. 어쩔 수 없어요. 올림픽에 참가한 건 ‘춤출 수 있을 때 다 해보자’는 각오였어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아니까요.”

◇때이른 은퇴… 허리 부러지고 편의점 알바

서울의 고궁을 배경으로 홍텐이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다. 가동 범위를 더 격렬히 확장한 발레 동작처럼 보이기도 한다. /ⓒLittle Shao·Red Bull Content Pool

비보이 만화 ‘힙합’으로 전국이 요동치던, 동네마다 학생들이 통큰 바짓단을 질질 끌며 골목을 쓸고다니던 1998년. 경성중학교 김홍열군은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의 춤을 보게 된다. 브레이킹의 기본 동작인 원킥(One Kick), 그리고 지렁이 춤. 말하자면, 전설의 시작은 꿈틀거림이었다.

–‘지렁이 춤’이 뭔가요?

“바닥에 엎드려 지렁이처럼 꿀렁꿀렁 몸 튕기는 거요. 집에서 따라해 봤더니 되더라고요. 다음 날부터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춤바람이 났군요.

“발산역 인근 청소년수련회관에서 주로 연습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SBS 설 특집 댄스 배틀 오디션을 봤거든요. 우연찮게 평소보다 잘해버린 거예요. 댄스 크루 ‘익스프레션’에 스카우트 되고, 이후 국제 대회에도 나가게 됐죠.”

–부모님 반응은요?

“당시만해도 춤추면 양아치였어요.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고 공부 열심히 했어요. 성적이 전교 10~20등은 나왔어요. 지금 돌아보면 바보 같은 생각인데 ‘댄서가 될 건데 굳이 학교를 가야 하나?’ 싶더라고요. 막무가내로 고2 때 그만뒀죠.”

종일 춤만 추던 시절, 지치지도 않았다. 2001년 처음 외국 대회(일본)에 나가 우승했다. 이듬해 영국에서 열린 빅 매치 ‘UK 비보이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결승전에서 프랑스 팀과 맞붙었다. 연장전까지 가는 초접전. 팀 별로 두 명만 나설 수 있었다. 열여덟 살 홍텐이 출격했다. 대한민국 비보이 팀의 첫 국제 대회 우승. 며칠 뒤 독일 ‘Battle of The Year’(BOTY)까지 석권했다. 이름 끝의 ‘열’을 숫자 10으로 바꾼 닉네임 ‘Hong10′(홍텐)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2002년 열린 'UK 비보이 챔피언십' 결승전 당시의 홍텐. 열여덟 살이었다. /유튜브

–기분이 어떠셨나요.

“제가 최연소였어요. 외국 댄서들을 비디오로나 보던 시절인데, 마냥 즐거웠죠. 긴장도 안 되고 ‘빨리 내 춤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타고났네요.

“확실히 ‘재능파’는 아니에요. 재능 있는 사람 중에서 아직까지 춤추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재능이 너무 많으면 재미를 못 느끼나? 저는 굳이 말하자면 노력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잠깐’ 은퇴하셨죠.

“큰 대회에서 너무 빨리 우승을 해버리니까 목표를 잃어버린 거예요. 이제 뭘 하지? 때마침 허리를 다쳤어요. 연습하는데 쫙, 전기가 올라서 병원에 갔더니 ‘깨끗하게 부러졌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 넘게 누워만 있었죠. 학교도 안 나가는데, 이젠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 춤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아예 못 했거든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왜 복귀하셨습니까.

“6개월쯤 쉬고 있는데, 존 제이라는 교포 형이 ‘디펜딩 챔피언으로 UK 대회에 다시 나가자’고 하더라고요. 자꾸 밥 먹자고 하고. 그러다 문득,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있을 곳이 여기는 아닌 것 같은데…. 곧장 전화했죠. 저, 가겠습니다. 은퇴를 일찍 해 봐서 그런지 안 그만두고 계속하나 봐요.”

–복귀 후 성적은요?

“그 이후로 준우승만 7번 했어요. 욕심이 생기니 긴장이 더 심해졌어요. 내가 왜 이러지? 결승까지는 가는데, 좀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이게 내 한계인가?”

◇모두가 말했다, 제대로 된 직업 가져야지?

춤을 잘 춘다는 건 “자기만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홍텐은 “어릴 때는 춤의 난이도에 신경을 썼는데 갈수록 음악이나 느낌에 더 충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춤의 영감이 떠오르면 메모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거나, 식당에서 밥숟가락 뜰 때조차 새 동작을 발견하려 한다. 습관이 됐다. 그렇게 절치부심하던 2006년, 이미 한 차례 언급한 ‘레드불 BC ONE’에서 드디어 우승을 차지한다. 말 그대로 7전8기. 스물두 살이었다. “하도 2등만 하니까 모두가 내 우승을 바라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엄청난 활약이 이제 시작됩니다.

“체감되는 제 이미지가 달라졌어요. 챔피언이잖아요. 공연 말고도 다른 일로 외국에 나가게 됐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캐릭터(‘비보이’)가 되기도 하고, 광고 촬영도 하고, 해외 방송국에도 가고, 심사위원도 하게 됐고요.”

2010년 오스트리아 에너지 음료회사 레드불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세계적 선수들로 꾸린 ‘올스타 팀’에 소속된 것이다. “정기적인 수익이 발생한 최초의 사건이었죠. 항공 티켓도 전부 경유였는데 직항으로 바뀌고, 1000만원 미만이기는 해도 보너스도 받았어요. 이제 ‘아티스트’로 대접받는구나.”

–근데 군대 갈 때가 됐네요.

“학력 때문에 공익근무요원으로 갔다 왔어요. 처음엔 노인복지회관, 나중엔 지하철.”

–춤 연습은요?

“부모님댁 아파트 헬스장 근처에 맨들맨들한 바닥이 있어서 거기서 주로 했어요. 노래 틀어놓고 춤추니까 괜히 시비 거는 사람도 있었죠. 누가 민원을 넣었는지 나중에 바닥을 들어내더라고요.”

–아직 시선이 곱지 않았군요.

“당시 춤추던 형들은 전부 서른 살 전에 은퇴했어요. 저한테도 그랬어요. 돈 벌어야지 언제까지 춤만 출래? ‘레드불’ 대회 우승 이후에도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이제 제대로 된 직업 가져야지? 상처가 됐어요. 왜 춤을 인정해주지 않는 거지?”

20대가 끝나가고 있었다. “활동이 아예 중단되고 춤 연습도 집에서만 하다 보니 뭔가 한(恨)이 맺혔다”고 말했다. 소집 해제 무렵인 2013년 ‘레드불 BC ONE’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울분을 다 터뜨리자.” 두 번째 우승이었다. 레드불 측은 “일대일 배틀 하나하나가 홍텐의 진화하는 예술성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목, 허리, 다리… 다쳐도 움직일 수 있어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두 손가락으로 온 몸을 지탱하고 있는 홍텐. 그 유명한 '홍텐 프리즈' 기술 중 하나다. /연합뉴스

춤에도 어휘력이 존재한다. 다채로운 단어 구사, 즉흥적인 재치, 그리고 고유의 문체. 강력한 속사포로 끝장을 보는 선수들과 달리 홍텐의 무기는 ‘프리즈’(Freeze)다. 춤의 서사에 완급을 부여하며 고난도 자세로 얼어붙는 ‘멈춤’ 동작. “스핀이 주는 시원시원함도 있지만, 프리즈의 모양과 각도를 좋아해요. 조각 같잖아요. 미학적으로 재밌어요.”

–위험해 보이는데, 괜찮나요?

“사실 몸에 부담이 많이 가죠.”

춤은 운동이고 체력이 생명이다. 2020년 10월, 대만 비보이 해리케인의 도발로 이례적인 일대일 배틀이 성사됐다. 각 라운드 3분, 휴식 시간 1분 남짓. 코로나 시기,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 대결은 35라운드까지 이어졌다. 자신의 건장함을 과시하는 무력시위였다. 7대0 압승. 업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환호와 함께 홍텐은 이듬해 1월 미국 ‘브레이크 프리 월드와이드’에서 ‘올해의 브레이커상’ ‘올해의 퍼포먼스상’ ‘올해의 배틀상’ 3관왕에 올랐다. “뉴욕에서는 비보이 10명을 상대로 혼자 20라운드를 뛴 적도 있죠. 너무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난 왜 자꾸 스스로를 괴롭히는 걸까?”

–왜 괴롭히십니까.

“뭘 할지 모르겠을 때는 그냥 춤추는 거예요. 그럼 예상치 못했던 제안이 와요. 내 할 일 하고 있으면 일이 생긴다.”

–가장 큰 고비라면요?

“부상이죠. 가볍게 다쳐도 한 달은 쉬어야 하고, 쉬면 몸이 달라지니까요. 심하게 다치면 인생에 대한 고민이 되는 거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일주일쯤 앞두고, 심각한 다리 부상을 입었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도로 배수구에 걸려 넘어지면서 가로수 보호 덮개에 무릎을 찧었어요. 회 뜬 것처럼 살이 뒤집어졌더라고요. 피부에 본드를 발라 급하게 봉합하고 갔어요. 하도 부어서 잘 안 움직이더라고요. 진통제 센 거 먹었죠. 상대방 기 살려줄까 봐 입도 뻥끗 안 했어요.”

–목도 다치셨다고….

“2년 전 동료와 무제한 일대일 배틀을 17라운드까지 하고 집에 왔는데, 그 다음 날 몸살이 왔어요. 하루 더 쉬었는데 뭔가 이상했어요. 물구나무도 안 되고 왼팔에 힘이 안 들어갔죠. 아, 문제 생겼구나.” 병원에서 나오는 길, 무너지듯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처음엔 디스크가 터졌대요. 보험금 때문에 서류를 뗐는데 서류 보면서도 눈물이 터졌죠. 언젠가 올 줄은 알았지만, 이제 뭘 하고 살아야 하나….”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고 수준의 브레이킹 대회 '레드불 BC ONE' 우승 당시. /ⓒDean Treml·Red Bull Content Pool

–뭘 하셨나요?

“의사 선생님 말 안 듣고 그냥 계속 운동했어요.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물리 치료도 받고, 운동하면 좋아지지 않을까? 아직 왼팔에 힘이 제대로 안 들어가긴 해도, 다행히 디스크 문제는 아니었나 봐요.”

–몸이 생명인데요.

“체력은 어떻게 커버하겠는데, 아픈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자꾸 어디가 아파요. 지금 10대 선수들 너무 잘하거든요. 지금도 잘하는데 내년엔 더 잘하겠지? 나는…? 그래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으니 잘 써먹어 보자.”

힙합 탄생 50주년이었던 지난해는 백전노장의 짬밥을 입증한 ‘커리어 하이’로 기록될 만한 해였다. 먼저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스포츠에 문외한이라 이렇게 큰 대회인 줄 몰랐는데….” 그해 10월에는 ‘레드불 BC ONE’에 또 도전장을 내밀었다. 파죽지세였다. 결승전, 이듬해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필 위자드(27·한국계 캐나다인)를 만났다. 베테랑과 신성의 맞대결. 관중석에서 “렛츠 고! 렛츠 고!” 함성이 터져나왔다.

–나이 차가 제법 났네요.

“항저우 결승전에서 만난 일본 선수(시게킥스)는 스물두 살이에요. 제가 커리어를 시작할 무렵 태어난 친구들이랑 같이 시합을 한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상대마저 박수를 아끼지 않은 완숙한 템포 조절, 홍텐의 완승이었다.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우승이라는 불세출의 기록. 홍텐과 더불어 유일한 세 차례 우승자 비보이 멘노(네덜란드·35)는 “모두가 그 수준에 이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건 훨씬 어렵다”며 “현재 그의 수준에 범접할 비보이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홍텐은 “작년에 처음으로 엄마가 공항에 마중을 나왔다”고 말했다.

◇춤추면 양아치 취급… 지금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댄스 대결 TV 예능이 크게 히트하며 국민적 인기를 얻고, 대기업이 비보이를 후원하고, 심지어 지난해 서울시청·도봉구청에서 실업팀까지 창단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도봉구청에 입단한 홍텐은 “이제 춤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했다.

–수익이 궁금합니다.

“이 분야 최고가 저 정도밖에 못 벌어? 이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았어요. 제 목표가 연수익 1억원이었거든요. 이제 넘습니다.”

–한국, 아직도 춤 잘 춥니까?

“2000년대 중반까지 제일 잘나갔죠. 2010년대까지도 괜찮았어요. 천천히 내려왔죠.”

–후진 양성이 안 되는 건가요?

“후진이 없어요. 아마 키즈 대회 열면 참가자가 20~30명 선일 거예요. 아무래도 ‘돈’과 연관을 짓게 되는데, 답이 뚜렷하지 않으니까요.”

–갈 길이 멀군요.

“브레이킹 종목이 다음 LA올림픽에서 빠졌죠. 성찰할 지점이 분명 있어요. 특히 심사. 공정성이 늘 지적될 수밖에 없죠. 심사위원의 범위가 어느 순간 너무 넓어졌어요. 죄송한 얘기지만 심사할 수준이 안 되는 분도 있고요. 보강할 시간이 필요해요.”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 예외는 없다. 다만 ‘루틴’으로 이겨내고 있다. “단순하긴 한데요, 춤추기 전 항상 맨몸 운동이랑 스트레칭을 2시간 합니다. 지금이야 상식이지만 저 말고는 거의 안 했어요. 언제나 몸풀기가 기본이에요.”

–롱런의 비결인가요?

“기본을 안 하는 사람 보면 딱 답이 나와요. 오래 못 가겠군.”

–언제까지 춤추실 건가요?

“몸이 버텨줄 때까지. 순순히 자리를 양보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그랬듯, 밟고 올라오세요. 여기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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