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가결시 '조기대선 국면' vs 부결시 '민심 반발'…與 '제로섬 게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6일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힌 가운데 표결 결과에 따라 정국의 흐름이 어떻게 갈릴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부터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를 진행하며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논의를 벌였다. 당초 당은 '당론 부결' 입장을 정했으나, 전날까지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한 대표가 이날 아침 돌연 윤 대통령 탄핵안 찬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의 입장 변화가 정치공학적 고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실질적인 신변위협 등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한 대표는 최고위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일단 이날 '마라톤 의총'에서 직접적으로 탄핵 찬성을 밝힌 의원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당내에서 일찌감치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곤 추가적으로 탄핵 입장을 밝힌 의원이 없다는 것이다.
조 의원을 제외한 친한계 의원 대부분이 의총에서 탄핵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총에선 '부결 당론'을 변경하는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대로 7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당은 45년 만에 발생한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로 들끓는 민심의 분노를 온전히 마주해야 한다. 한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 대표의 당 장악력이 역부족임을 여실히 드러내게 되고, 일각에선 한 대표가 겉으론 탄핵안에 찬성을 시사하면서도 이중 플레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단 시간은 벌 수 있지만 갈수록 민심의 분노는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12월 임시국회에서 곧바로 탄핵안을 재발의할 예정이란 점에서, 비상계엄 당일 드러나는 여러 정황상 탄핵안 가결을 영원히 피하기는 쉽지 않다. 여당마저 재건이 영영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이 탄핵안을 부결하려면 윤 대통령의 전격적인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권력 내려놓기 등 특단의 조치가 따라와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국무총리에 내치 권한을 이양하고 한 대표에게 전권을 실어줘 당정 재건에 나서도록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임기단축 개헌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6개월 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이 진행된다. 헌재에서 탄핵안이 인용되면 내년 여름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탄핵안이 기각되면 윤 대통령은 사실상 식물 상태로 1년 반가량의 임기를 보내게 된다.
탄핵안 가결 시 국민의힘은 성난 민심의 반발은 면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 초반대로 급락한 상황이다. 그러나 보수 지지자들의 원성을 살 수 있다. 여당이 스스로 탄생시킨 대통령을 탄핵시킨다면 다음 대선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조기대선은 각종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절호의 기회다.
탄핵 가결 시에도, 부결 시에도 여당은 쉽지 않은 입장에 놓이게 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지금 제로섬 게임이 돼버렸다"며 "이재명 대표 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대표 대 이 대표, 한 대표 대 윤 대통령 등 여러 전선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는 상황에서 내일 탄핵안은 가결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엄 소장은 "대통령을 방치하면 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청 커졌다. 국회 앞에 오늘 시민 5만명이 모인 것은 광화문 광장 50만명이 모인 것과 비슷한 것"이라며 "보복이 두려워 의총에서 대놓고 말하진 못하지만 다수 의원들이 가결에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오늘 윤 대통령이 계엄사태 주축인 방첩사, 특전사, 수방사 사령관을 직무정지 시켜서 한 대표도 일단 급박한 위험은 사라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그렇기에 시간을 끌어볼까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권력을 한 대표에게 오롯이 승계해야 당이 사는데 대통령이 그러지 않으니 고민이 깊은 것"이라며 "가결이 돼서 배신자 프레임에 걸리는 부분과 부결이 돼서 국민 여론의 지탄을 받는 리스크를 놓고 표결 직전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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