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기증한 ‘작은 찻잔’…“날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

노벨문학상 수상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을 찾은 한강 작가는 6일(현지시각) 노벨상 박물관을 찾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한강 작가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집필할 당시 썼던 ‘작은 찻잔’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는 “찻잔은 나를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과 같았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노벨 위크(Nobel Week·5~12일)’ 이튿날인 이날, 수상자들은 노벨상 박물관에서 처음 만났다. 박물관이 준비한 수상자 소장품 기증 행사에 선 한강 작가는 옥색빛이 감도는 작은 찻잔을 기증했다. 수상자에게 의미가 있거나,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소장품을 박물관에 기증하는 건 노벨 주간 이뤄지는 오랜 전통이다. 박물관은 이 물건을 영구 전시하고, 관람객들에게 그 의미를 설명한다. 한강 작가는 이날 오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찻잔은) 내게 굉장히 친밀한 사물이었다. 조용하게 한마디를 건네는 느낌이 좋아서 (기증한) 거였다”며 하루에 몇 번씩 책상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마다 딱 그 잔만큼 홍차를 마셨다. 찻잔은 계속해서 저를 책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주문 같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가 찻잔을 기증하며 함께 보낸 자필 메모엔 이렇게 적혔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는 동안 몇 개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늘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1.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2.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 번 이상 걷기.
3.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주전자에 홍차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 잔씩만 마시기.
그렇게 하루에 예닐곱 번, 이 작은 잔의 푸르스름한 안쪽을 들여다보는 일이 당시 내 생활의 중심이었다.
한강 작가는 올해로써 작가로 활동한 지 31년이 됐다. 그는 “메모에 쓴 것처럼 그 루틴을 지키면서 살았다면 아주 큰 거짓말이고, 대부분은 방황하고 무슨 소설을 쓸지 고민하고 잘 안 풀려서 덮어놓고 걷고 그런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런데 그 찻잔을 사용할 땐 열심히 했다. 가장 열심히 했던 때의 제 사물을 기증했던 것이다” 라고 말했다. 차를 즐겨 마신다는 한강 작가는 지난 10월10일 노벨문학상 선정을 알리는 노벨위원회와의 첫 통화에서도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며 소감을 전했다.
수상자들은 박물관 레스토랑에 놓이는 의자에 친필 서명을 하는 것으로 축제의 막을 열었다. 노벨상 제정 100주년인 2001년부터 이 전통이 만들어진 뒤 수상자들은 해마다 특별한 방명록에 이름을 남긴다. 검정빛 정장을 차려입은 한강 작가도 의자 바닥면에 서명한 뒤 환한 미소를 띄웠다.

스톡홀름/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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