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2024년 계엄에 큰 충격… 강압의 과거로 돌아가지 않길”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한강은 6일(현지 시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와 관련, “2024년에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5·18 광주화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자신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기 위해 1979년말부터 진행된 당시 계엄 상황을 공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분이 그랬을텐데, 충격도 많이 받았고, 아직도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뉴스를 보면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한강은 “(1979년의 상황과) 2024년 겨울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서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강은 “저도 그 모습들을 지켜봤는데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들도 봤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는 모습도 봤다.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모습도 봤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에 군인들이 물러갈 땐 마치 아들들에게 하듯 ‘잘 가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봤다”며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고 했다.
한강은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라고도 했다. 한강은 “많은 분이 느꼈을 거 같은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뭔가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런 (비상계엄)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보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은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문학이란 건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 깊게 파고 들어가는 행위”라며 “그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애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강은 “언어에는 강압적으로 막으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계속해서 말해지는 진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런 언어의 힘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채식주의자 유해 도서 낙인은 가슴 아파”
한강은 자신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국내 일부 학교에서 유해 도서로 지정돼 폐기된 것에 대해서는 “소설에 유해 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은 책 쓴 사람 입장에서 가슴 아픈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한강은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를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분들도 계시지만, 오해도 많이 받는다. 이젠 이게 이 책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한강은 “채식주의자가 지금 받고 있는 오해들에 대해 해명하고 싶다”고도 했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는 질문으로 가득한 소설”이라며 “제목부터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주인공을 지칭하는 건데, 주인공은 단 한번도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명명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설 속에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라는 문학적 장치가 등장하는데, 이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이야기할 때, 문장마다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런 걸 생각하면서 읽으면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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