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은 왜 사과하지 않을까…“탄핵안 통과돼도 헌재서 기각될 것이라 생각”
한동훈, 尹에 ‘대국민 사과’ ‘2선 후퇴’ ‘새 내각 국회 추천-尹 수용’ 등 제안
尹, 韓 제안 거절…“尹,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 확고…그러니 사과도 없는 것”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왜 사과하지 않을까. 윤 대통령은 당초 6일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입장 발표를 검토하다가 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선언 이후 사흘째인 6일에도 공개 일정 없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파장이 전방위적으로 일고 있지만 대국민 사과도, 설명도, 사태 수습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서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실의 핵심 참모들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의 설득에도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잘못했다는 인식 자체가 없으니,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변의 조언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지금의 사태를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의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자료가 나오면 그것으로 지금의 상황이 반전될 것이며, 설사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돼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과 접촉한 용산 소식에 밝은 소식통도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이미 밝혔듯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구심 혹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과 처음 만난 날 '제가 검찰에 있을 때 인천지검 애들 보내가지고 선관위를 싹 털려고 했는데 못 하고 나왔다'고 했다"며 "대통령이 부정선거쟁이들의 수괴가 돼 환호받아 보려다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것으로 탄핵당하면 깔끔하게 부정선거쟁이들이 보수진영 절단내는 것"이라고 썼다.
앞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후 약 300명의 계엄군은 선관위 과천청사 내 정보관리국 산하 통합관제센터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관리국은 총선 등 선거 정보 등과 관련한 자료와 서버를 관리하는 곳이다. 이와 관련 계엄군 출동을 지시한 김용현 전 국방장관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자료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현재까지 계엄군의 내부자료 반출은 없었지만, 추후 피해 여부를 지속적으로 면밀하게 확인·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은 이미 검찰과 경찰에서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지난 8월 경기 과천경찰서는 4·10 총선에서 전산 조작을 했다는 혐의 등으로 고발된 선관위 직원 5명에 대해 '혐의 없음' 의견을 달아 사건을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송부했다. 이후 안양지청은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경찰의 사건 처리에 이견이 없다는 뜻이다.
한동훈 급히 불러서 자기변명만 한 尹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윤 대통령은 대신 이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한동훈 대표를 만났다. 윤 대통령 요청으로 만남이 성사됐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가 이날 탄핵 찬성으로 입장이 급선회하자 이를 설득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당초 탄핵 반대 입장을 피력했던 한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이 자신을 포함한 여야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던 내용이 공개되자 원래 입장을 뒤집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탄핵안에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진솔한 대국민 사과 등을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정치 일선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언 등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구체적으로 했는데, 여기에는 새로운 내각을 국회가 제안하고 이를 대통령이 수용하는 안과 분명한 책임총리제 실시 등이 포함됐다고 알려진다. 즉 한 대표는 탄핵이 아닌 방법으로 윤 대통령의 업무를 사실상 정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고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만남에서 한 대표에게 체포조 운영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데 주력했다고 전해진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이 꽉 막혀 있다. 그 중심에는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인식이 확고한 윤 대통령이 자리한다. 그러니 당연히 윤 대통령은 사과할 생각이 없다. 그래서 대국민 담화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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