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자냐, 배신자냐”…與 탄핵 당론 쳇바퀴 이유는 [이런정치]
韓 “대통령 직무정지”에 논의 계속
‘탄핵 트라우마’에 갈라진 찬반
‘이탈표 8표’ 전망도 엇갈려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된 국정농단과 이번 계엄 사태는 분명히 다르다. 이번에는 군이 동원됐고, 국민들이 눈으로 확인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잘못됐다는 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탄핵은 다른 문제다. 반대하면 (계엄 사태의) 부역자가 되고, 찬성하면 (보수의) 배신자가 된다.” 6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3시간 넘도록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한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국민의힘이 ‘6시간 비상계엄’ 사태 이후 펼쳐진 탄핵 정국의 수습 방안을 놓고 격랑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본회의 처리를 압박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지난 4일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한 이후에도 찬반 힘겨루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5일 “탄핵이 통과되지 않도록 하겠다”던 한동훈 대표가 하루 만에 ‘대통령 직무집행 정지’ 입장을 밝힌 것도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당 내에선 탄핵안 운명을 가를 ‘이탈표 8표’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韓 “尹 업무정지, 당론 의원 논의 따를 것”…의총선 “탄핵 속도 빠르다”
한 대표는 6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론으로 정해진 건 못바꾸겠지만 제 의견은 (대통령의) 업무 정지”라며 오전 긴급최고위원회에서 밝힌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윤 대통령,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진우 의원과 비공개 면담을 가진 바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현재로서는 특별한 조치를 안 하실 것이라고 하셨다”며 “특단의 조치 없이는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다”고 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이번 계엄 사태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와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건 군을 동원해서 국민을 향한 계엄 선포 및 국회 진입”이라며 “당론을 바꿀 것은 의원들의 논의에 따르겠다”고 했다.
한 대표의 발언 이후 시작된 의원들의 토론은 찬반 논쟁을 넘어 지난 탄핵 사태에 대한 평가로 번진 모양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초선의 안상훈 의원(비례)은 의원총회가 진행 중이던 6일 오후 ‘탄핵을 반대하는 분위기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 스스로 근본적인 반성부터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리가 되려면 오늘 밤을 새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진·친윤 대 신진·친한’ 구도
탄핵 사태를 경험한 중진과 친윤(친윤석열)계는 지난 4일부터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보수 진영이 입게 될 타격을 근거로 ‘질서 있는 수습’을 강조하는 반대 입장을 쏟아낸 바 있다. 이날 오전 추경호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4선 이상 중진 간담회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5선의 윤상현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와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대통령 탄핵에 동참할 수 없다”고 말했다.
5선의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를 가지고 이렇게 입장을 바꾸는 것, 이거는 굉장히 경솔한 일”이라고 한 대표의 입장 선회를 비판했다. 5선의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도 “조금 더 상황과 진실을 파악해 보아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탄핵 경험이 없거나, 신진 인사에 속하는 일부 초·재선과 친한(친한동훈)계, 비윤(비윤석열)계에선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가장 먼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친한계 조경태 의원(6선·부산 사하을)은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을 만나 “대체적으로 (탄핵으로 가는 속도가) 좀 빠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거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아프게 하고 고통에 빠뜨린 부분에 대해서 저는 빨리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4선·경기 성남분당갑)도 이날 오전 “내일 표결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 계획을 밝히길 바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저는 탄핵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한 상태다.
재선의 김예지 의원과 초선의 김상욱·김소희·김재섭·우재준 의원은 5일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하며 탄핵안 표결 찬반 입장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엇갈리는 이탈표 전망…“가·부결, 결과는 같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탄핵안 표결의 운명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이탈표가 ‘8표 이상’을 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를 지시하고 국가정보원을 동원하려 했다는 한 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의 공개 주장이 나오면서 표결 직전까지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태용 국정원 원장은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탈표에는 단순 계파 외에 지역구 및 당원 여론, 정치적 체급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알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안이 통과되든 부결되든 결과는 같다”며 “통과되면 여당 대표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당의 주도권을 놓고 본격적인 집안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한동훈 대표의 책임을 묻는 친윤계와, 버티는 친한계를 중심으로 갈등이 심해지는 같은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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