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충암파’ 내란죄, ‘전두환 하나회’ 대법 판결에 나와

김남일 기자 2024. 12. 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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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왼쪽, 대통령기자단), 전두환씨(한겨레 자료사진)

12·3 비상계엄사태가 ‘내란사태’로 새로 명명됐다. 6일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과 계엄법을 무시한 채 계엄 해제 권한을 가진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는 구체적 증언이 쏟아지자, 이를 신호탄으로 계엄 가담자들이 잇달아 난파하는 정권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던 검찰 후예들이 포진한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친윤석열계는, 이번엔 ‘실패한 계엄은 처벌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펴며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섰다. 대통령 관련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법조인은 “수사기관 특성상 내란죄 수사가 본격화하면 한달 내에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란죄는 형법(제87조)에 규정돼 있다.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 주동자는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만 선고할 수 있다. 모의에 참여하거나 중요 임무를 맡은 경우에도 사형·무기징역이, 덩달아 동조한 이도 5년 이하 징역이 가능하다. 재직 중 기소되지 않는 대통령이라도 내란죄는 예외로 할 정도로 중범죄다.

헌법학계에서는 계엄이 권력 유지 수단으로 쓰일 때 ‘권력자에 의한 내란’으로 본다. 내란 등 국가 비상사태를 막기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것인데, 반대로 권력자가 계엄을 수단으로 국민과 야당 탄압, 정권 유지 목적으로 내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계엄 내란’ 판단 기준은 이미 전두환 신군부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마련됐다. 1997년 대법원은 1980년 5월 비상계엄 전국 확대 과정의 내란죄를 인정하며, 내란죄 구성요건인 ‘국헌문란 목적’, ‘폭동(폭행·협박)’ 등에 대한 구체적 판례를 남겼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위해 임시 국무회의장에 무장한 수도경비사령부 병력을 배치해 겁박했다. 이후 국회의사당을 무장한 33사단 병력으로 점거·봉쇄하고 국회의원 출입을 막았다. 예비검속과 함께 계엄 포고령을 통해 정치활동 규제 조치를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4일 새벽 상황과 유사하다. 계엄사령부는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 정문을 봉쇄하고, 계엄 해제 요구라는 헌법상 국회 기능을 수행하려는 국회의장과 의원 출입을 통제했다. 통제 전 또는 어렵게 봉쇄를 뚫고 들어간 의원들이 계엄 해제를 의결하려 하자, 무장한 최정예 특전사 병력 등을 국회의사당 안팎에 투입됐다. 일부는 창문을 깨고 난입해 본회의장 앞까지 진출했다. 계엄 포고령을 통해 국회의 정치 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윤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에 대한 체포를 지시했다고 한다.

국회 사무처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폐쇄회로TV(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해당 영상 캡처. 국회사무처 제공

국민의힘은 ‘야당 경고용 계엄’이었다는 윤 대통령 주장을 복창한다. ‘충암파’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 권한을 막으려고 마음먹었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위헌·위법 지시에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를 두고, 마치 사전에 의도된 실패인 듯 왜곡한 것이다.

대법원은 신군부 계엄군에 의한 국회 봉쇄에 대해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이 아닌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12·3 계엄처럼 국회를 일시적으로 봉쇄·통제하는 것만으로도 ‘헌법기관 불능화’라는 내란죄의 국헌문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내란죄 성립은 국헌문란 목적의 달성 여부와 무관하다고 했다.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 행위가 있었다면 그 자체로 완전히 충족된다”는 것이다. 12·3 계엄에서 주요 정치인 체포와 국회 봉쇄에 실패하고, 계엄 해제 의결을 막지 못했더라도 “그 행위와 경위, 결과를 종합해 판단”하면 내란죄가 성립될 수 있다.

계엄 당시 김용현 국방장관과 이상민 행안장관, 국무회의 참여자 등에 대한 내란죄 적용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신군부의 시국수습 방안 수립(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척결’)→신군부 하나회의 순차 모의(충암파 등 군 요직 인사와 공관 회의)→비상계엄 전국 확대(12·3 계엄 선포) 등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참여했더라도 전체 내란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12·3 계엄 포고령은 국회의원과 시민에 대해 ‘영장 없이 체포·구금·처단한다’는 ‘협박’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국헌문란 목적의 비상계엄 전국 확대는 필연적으로 국민 기본권을 제약하는 위협”으로 내란죄의 폭동(협박)에 해당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군인들이 진입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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