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특공대·헬기 투입 겪고 알았다, 윤석열은 이런 짓 할 사람"
[인터뷰] 단식농성 17일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이대로 살 순 없다며 파업한 지 2년, 노동자들 죽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자 먼저 반국가세력 몰아…퇴진 넘어 대안은"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우리는 2022년 파업을 하면서 윤석열은 충분히 '이런 짓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특공대를 투입했고, 헬기가 떠 우릴 내려다봤다. 철창 속 유최안 부지회장과 6명의 농성하는 노동자들 앞에서 신경도 안 쓰고 우릴 진압하는 연습을 하더라. 100명도 훨씬 넘는 특공대가 마치 출하를 앞둔 닭장의 상태를 살피듯, 왔다 갔다하면서 진압 연습을 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서 만난 김형수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2년 전 6월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에 윤석열 정부가 특공대 투입을 지시한 사실을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단식 17일째가 된 김 지회장의 농성장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사태'로 열린 국회 앞 광장에 있었다. 용접공인 김 지회장은 “우리 지회도 윤석열 퇴진이 목표지만, 그것이 핵심 목표가 돼선 안 된다. 윤석열을 퇴진시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핵심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선소 전체 노동자의 70%를 넘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핵심 요구는 '이대로 살 순 없다'는 슬로건에 담겨 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2022년 6월2일 파업을 벌였다. 당시 원청 한화오션은 교섭을 거부하던 상황이었다. 가로·세로·높이 1m 철제 구조물 안에 스스로 갇힌 유최안 당시 부지회장의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는 물음은 신자유주의의 '대안은 없다'는 구호, 윤 대통령의 '조폭 노조' 프레임을 뒤집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들의 싸움은 하청노동자의 원청 교섭을 허용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통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파업이 마무리된 지 2년 반가량이 지났지만 그는 하청노동자가 처한 현실은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조선업에 중대재해가 더 크게 늘었다. 올해 한화오션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중대재해 3명, 온열질환 의심 사망 1명, 원인불명 익사 1명 등 5명이다.
노동자들이 지난달 13일부터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내 선각삼거리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한 이유다. 거통고 조선하청지회는 △저임금 개선 △안전관련 논의체에 조선하청지회 참가 △중대재해 재발방지책 마련 △470억 손배소 취하 등을 한화오션에 요구하고 있다. 김 지회장과 강인석 부지회장은 지난 20일부터 단식을 시작했고, 김 지회장은 이달부터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고자 국회 앞으로 농성장을 옮겼다.
하청 노동자들은 중대재해가 늘어난 원인으로 다단계 하급구조에서 낮아질 대로 낮아진 임금을 꼽는다. 한화오션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689억 원을 기록했지만 하청업체는 적자에 시달리고,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액은 15억 원(5월 기준)으로 불었다. 1차 하청업체 상용직 시급이 낮으니 인력난이 심해지고, 그 자리는 미숙련 이주노동자들이 채웠다. 하청노동자들은 시급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단기계약인 다단계하청 '물량팀'으로 넘어갔다. 하청업체는 원청인 '한화오션이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처지다.
그가 단식농성에 나선 건 2년 사이 두 번째다. 김 지회장은 건강 상태를 묻자 “(비상계엄이 터져) 갑자기 긴장하니 속이 쓰리고 몸이 저린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며 “2년 전 파업 당시에도 일주일 차에 나는 '괜찮습니다' 얘기하는데 의사 선생님들이 안 괜찮다고 하더라. 2년 전 여름보다 힘든 건 맞다. 그런데 하지 않으면 달라질 게 없지 않나”라고 했다.
김 지회장은 윤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 선포가 놀랍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계엄 선포 담화문에 나온 '반국가세력', '범죄자 집단' '민생 치안'이란 표현이 익숙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파업하는 노동자를 '반국가세력'이자 '범죄자', '조폭'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이 지목한 '반국가세력' 범위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정부의 안보 노선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로 점점 넓어졌다. 지난 3일엔 제1야당까지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기 이르렀다. 그는 “우리는 윤석열이 이런 사람임을 몸소 알고 있었지만 당시는 정부 출범 초기였고 지지자가 더 많았을 뿐”이라고 했다.
'반국가세력' 프레임은 한화오션과 검찰의 노조를 향한 공격과 발을 맞췄다. 한화오션이 파업 참가자 절반인 70여 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김형수 지회장 징역 4년6개월, 유최안 당시 부지회장 징역 3년 등 중형을 구형해 오는 11일 선고를 앞뒀다. 한화오션은 파업에 따른 손해 470억 원을 배상하라며 조선하청지회 간부 5명에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과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공공의 안녕'을 해쳤다고 주장한다.
김 지회장은 이를 두고 “얼토당토않다”고 일축했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와 공공이 누군지 묻고 싶다. 한화오션이 사회이자 공공인가? 현장에서 땀흘리며 일하고 죽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회이자 공공이 아닌가? 우리의 싸움은 우리 입장에선 공공을 찾아가는 일이다.”
한화오션과 검찰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 기사가 쏟아지지만, 이에 반박하는 노동자 목소리는 언론에서 찾기 어렵다. 김 지회장은 “(한화오션과 검찰은) 우리 때문에 공장이 다 멈췄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우리가 도크 점거하고 철창 안에 갇혀 있을 때도 그 위에는 일들 다 했다는 것 알고 있나? 우리가 도크장(선박건조장) 잡고 농성하니 진수 날짜만 멈췄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화오션은 우리가 하청노동자이고 상관 없는 일이라며 교섭을 거부해왔다. 그런데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파업에는 업체도 아닌 노동자들에게 직접 손배 청구를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화오션의 손배 청구가 보복성이라는 점은 명백하다”라며 “손배로 인해 삶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내집을 마련한다거나 하는, 살면서 가장 기본적이고 소박한 것들을, 내 명의로 한 것을 무엇도 가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엔 '명태균 파업 개입 의혹'이 불거지며 이들의 파업이 2년 만에 다시 언론에 보도됐다.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명씨가 2022년 7월 대통령 특사를 자처하며 거제조선소 파업 현장을 방문했고, 윤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를 하면서 정부가 강경 대응 기조로 바뀌었다. 실제 같은 시기 경찰특공대가 한화오션 파업 현장에 들어와 강제진압 시뮬레이션을 했다. 지회는 지난 4일 명씨를 파업 불법개입 의혹(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으로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김 지회장은 “명씨가 파업에 개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몸살이 났다. 머리가 터질 것 같고, 곱씹느라 잠을 못 잤다”고 했다. “날짜가 하나 하나 맞아떨어지더라. 명씨가 개입했다는 날 이전엔 윤석열이 우리 파업에 말 한마디도 없었다. 어떻게, 노동자 한 사람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을 인생을, 투쟁을 이렇게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을까.”
김 지회장은 언론을 두고도 “참 잔인하다”고 말했다. “51일의 파업에서 우리가 언론에 노출된 건 단 일주일 사이였다. 그 전까지는 지역언론만 좀 다뤘다. 윤석열이 공권력을 투입한다니 그 때부터 다들 관심을 가지더라. 그렇게 우리 얘기를 잠시 다뤄줬지만, 솔직히 언론도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농장에서 풀 뜯는 소는 언론 입장에서 가치가 없다. 그 소가 가죽이 벗겨지거나 죽는 상황에 이르러야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싸움은 좌절하지 않으려고 하는 건데 말이다. 그러니 저들(언론)이 우리를 보듯, 우리도 그들을 그렇게 보게 되더라.”
김 지회장은 '이대로 살 순 없다'는 구호가 지금 어느 때보다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우리 삶의 현실을 얘기하면서 흔하게 했던 말이다. 우리끼리도 '이래서 되겠나?' '이렇게 살아 뭐하나' '이래선 안 된다'고 얘기를 나눴다. 구호를 듣고 공감한 분들은 본인들도 비슷한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일 거다. 한국 사회에서 지금처럼 살아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윤석열 퇴진을 넘어서, 무엇이 대안일지 우리가 계속 얘기해야 한다. 그 중심에 일단 노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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