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 탄핵 표결 앞둔 국회 앞은 '폭풍 전야'
'尹 모교' 서울대선 2차 시국선언
"시민 힘이 보태져야 탄핵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아서 왔어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만난 대학생 김보경(23)씨가 손에 든 '윤석열 거부한다'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경기 안성시에서 국회까지 왔다는 김씨는 "원래는 시위에 관심이 없었는데 탄핵소추안 통과까지 아슬아슬한 것 같아 참여했다"며 "집이나 학교에만 있으면 바뀌는 게 없을 것 같아 수업도 빠지고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부터 여의도에 모인 시민들은 "윤석열 정권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급박하게 전개되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논의 과정을 지켜봤다.
"대통령이 국민 안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비상계엄령 여파가 사흘째 이어진 이날 국회 앞은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르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표결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는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탄핵안 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국회 앞에서 촛불을 든 시민의 규모는 오후 7시 기준 5만명(주최 측 추산)에 달했다.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최대 규모다. 일을 마치고 국회 앞으로 나섰다는 직장인 강솔이(33)씨는 "2016년에도 탄핵 정국을 겪었는데 계엄 선포 사태를 보면서 더 참담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참가자 다수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계엄령 선포'를 비판했다. 뉴스를 보고 친구와 함께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는 대학생 이모(19)씨는 "3일(비상계엄령 선포 당일) 밤 상황을 보면서 한숨도 못 잤다"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국민 일상의 안전을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경솔하게 행동했다"고 꼬집었다. 역사학을 전공한 대학생 박인영(24)씨와 정연주(24)씨도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게 국민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주는지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면서 "이번 시국을 두고만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때 보수 단체가 인근에서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맞불 집회를 열며 소동이 일기도 했다. 신자유연대 등은 오후 2시부터 국회 앞에서 '위헌적 탄핵 반대! 한동훈은 제2의 김무성'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윤석열 지지 발언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말다툼을 벌였다. 보수 단체 측은 경찰에 수천 명 규모의 탄핵저지 집회를 개최할 거라 신고했지만, 참가 인원은 100여 명에 불과했다.
서울대 교수들 재차 시국선언... "즉각 심판"
대학가에서도 대통령 퇴진 촉구가 잇따랐다. 윤 대통령 모교인 서울대 교수·연구자들은 1차 시국선언 이후 일주일 만에 '헌정질서를 파괴한 윤석열을 즉각 심판하라'는 시국선언문을 이날 발표했다. 오후 5시 기준 참여 인원은 728명으로, 직전 선언 때(525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들은 "윤석열이 급기야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위협하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며 "망상적 권력남용으로 북풍 위기를 초래하거나 제2, 제3의 계엄을 획책해 국가와 국민 모두를 또다시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지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한양대 교수·연구자, 이화여대 학생들이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서울대 교수·연구자 2차 시국선언문
헌정질서를 파괴한 윤석열을 즉각 심판하라
윤석열이 급기야 군대를 동원하여 국민을 위협하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다. 2024년12월3일 심야에 윤석열은 위헌적인비상계엄을 기습 선포한 후 국회를 침탈하였을 뿐 아니라 위헌적 내용으로 가득찬 포고령을 발령하는 등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민생과 국가 경제를 심각한 위기에 빠뜨렸다. 계엄 선포는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명백한 위헌이며 위법이다. 윤석열이 망상적 권력남용으로 북풍 위기를 초래하거나 제2, 제3의 계엄을 획책하여 국가와 국민 모두를 또다시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지 심각하게 우려한다. 친위쿠데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경각에 놓인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국회 앞에서, 거리에서, 전국각지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샌 국민 모두와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1.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 윤석열 정권의 신속한 퇴진만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그의 집권으로 초래된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서울대 교수·연구자들은 윤석열의 즉각 사퇴와 비상 계엄 선포에 가담한 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진상 규명과 위법에 대한 처벌이 따르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과 평화적 민주주의가 모두 무너질 것이다.
2. 군, 경, 공무원을 포함한 대한민국 공직자들에게 요청한다.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명령을 거부하고, 국민의 편에서 행동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신속하고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 공적 시스템이 헌정질서 속에서 작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러분이 지키고 섬겨야 할 대상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서 국가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들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인 의료인을 향해 ‘처단하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 윤석열은 더 이상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다.
3. 여당과 여당 의원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 지금은 정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민주주의와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야 할 엄중한 시국이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기를 문란하게 한 윤석열을 비호하는 것은 공당이기를 포기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여당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부 교체를 이룰 수 있도록 국회에서 야당과 협력하라.
4. 민생과 경제가 위기 상황이다. 국회는 민생과 국가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시급히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일 때마다 그것을 구해낸 것은 언제나 국민이었다. 윤석열의 위헌적인 비상계엄 시도와 내란 책동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도 국민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 덕분이었다. 우리 서울대 교수와 연구자들은 윤 정권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우리 사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국민 모두와 함께 할 것이다.
2024. 12. 6.
윤석열의 신속한 사퇴와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하는 서울대 교수·연구자 일동
2024 서울대학교 2차 시국선언 발기인 (85인)
강우성, 강희경(의), 고태우, 구인회, 권오영, 김동규, 김명환, 김민수, 김백영, 김병로, 김성균(보), 김세균, 김용창, 김장석, 김정욱(경), 김진모, 김태균, 김택수, 김창엽, 김홍중, 남기정, 노상호, 문중양, 박배균, 박상인, 박수철, 박정호, 박주용, 박현희, 박흥식, 백도명, 서병무, 서영채, 손은실, 신석민, 신혜란, 양일모, 오수창, 오순희, 우용제, 우희종, 유성상, 유용태, 윤여탁, 윤철희, 윤혜원, 이강재, 이관휘, 이동원, 이신재, 이우종, 이장섭, 이준구, 이준호, 이하나, 이현숙, 임선희, 임홍배, 장원태, 전화숙, 정요근, 정용욱, 정원규, 정원재, 정준영, 정현주, 조영남, 조흥식, 주병기, 지성태, 최갑수, 최권행, 최경호, 최무영, 최병선, 최석원, 최준원, 추지현, 한동헌, 한모니까, 한인섭, 한정숙, 황상익, 황인이, 황의현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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