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취소 메일 쏟아지고, 공항 텅 비었다”.. ‘여행위험국’ 낙인에, 제주 관광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가 촉발한 후폭풍이 관광업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주요 국가들이 한국을 ‘여행 경보’ 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자국민에게 경계 메시지를 발령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국내 관광의 핵심 지역인 제주의 경우, 연말 특수 시즌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업계 전반에 초조함이 감돌고 있습니다.

■ “예약 취소 잇따라”.. 비수기, ‘악재’ 겹쳐
6일 서귀포에서 호스텔을 운영하는 'ㄴ' 대표는 “평소 외국인 관광객이 절반 이상이었는데, 계엄령 이후 하루 6~7건씩 예약 취소 메일이 들어온다”라면서, “중국과 대만 관광객은 거의 전무하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또한 제주시내 한 특급 호텔 관계자는 “아직은 취소 사례가 미미하지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연말 특수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와 같은 예약 취소와 관광객 감소는 비단 호스텔이나 호텔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 관광산업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우려됩니다.
실제 12월 초 제주 입도객 수는 하루 평균 3만 명을 간신히 넘기며, 코로나19 이전 4만 명을 웃돌던 시절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관광업계는 그야말로 비수기에 악재가 맞물린 셈입니다. 5일 기준 입도객은 3만 1,894명으로 겨우 3만 명대를 넘겼지만, 앞서 3일과 4일에는 각각 2만 7,803명, 2만 8,149명으로 3만 명을 밑돌았습니다.
이는 아무리 비수기라 해도 심각한 수준인데다 코로나 19 이전인 2019년 12월 하루 평균 4만 1,000명을 넘어서던 데 비하면 30% 이상 감소한 수준입니다.
때문에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 특수 기대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 “사우디 왕자도 취소”.. 국제 신뢰도 ‘흔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포함한 VIP 단체의 방한 취소가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신뢰도 하락이라는 심각한 여파를 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중동 전문 여행사는 “대규모 행사가 취소되고 다른 국가로 목적지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라며, “이러한 취소 사례가 반복되면, 단기적인 타격을 넘어 장기적인 외교적 신뢰와 관광 경제에 치명타를 남길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제주도는 국제회의와 인센티브 투어 유치를 통해 마이스(MICE) 산업을 강화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해외 참가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진훈 제주컨벤션뷰로 마이스 지원팀장은, “다행히도 아직 공식적인 취소 사례는 없지만, 외국인 참가자들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캔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 내국인 관광마저 줄어.. “항공료·환율 이중고”
계엄령 발표 이후 심지어 태국에서 원화 환전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해외 여행객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일부 여행사는 “달러로 환전해 여행하라”는 권고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내국인 관광 수요도 급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왕복 항공권이 20만 원을 웃도는 등 비싼 항공료와 고환율로 인해 제주 대신 동남아와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증가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제주도는 대한항공과 협력해 항공편 확대와 대형기 투입을 요청하고 또 논의 중이라고 하지만, 해외 노선에 집중된 노선 기재 현실을 감안하면 얼마나 실효성을 더할 지는 불투명합니다.

■ 싱가포르·필리핀 관광객, 수백만 원 취소 피해
이미 제주지역 여행업계에선, 싱가포르에서 예약했던 수백만 원 상당의 관광 패키지가 계엄령 발표 시기를 기점으로 취소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사태의 현실을 극명히 드러냈습니다.
또 필리핀의 한 대형 은행은 내년 봄 150명 단위의 인센티브 방한 투어를 계획 중이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연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견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취소가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 정부·업계, '안전한 한국' 메시지로 위기 극복 나서야
외교부는 국내 주재 외국 공관에 공문을 보내 “한국은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본국에 보고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외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를 통해 안전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여행사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과 다각적으로 협력해 ‘한국은 여전히 안전한 여행지’라는 이미지를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습니다.

■ ‘여행위험국’ 오명 벗기 위해 전방위 협력 절실
앞으로도 비상계엄 여파는 단기적인 관광객 감소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가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대목을 살리고, 대한민국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명확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관광 전문가들은 “항공료 인하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집중 홍보 캠페인, 글로벌 미디어와 협력한 '안전한 한국' 이미지 강화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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