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정원에 ‘의원 체포’ 지원 지시 정황…‘비상계엄’ 국정원 움직임은[종합]
여인형 방첩사령관, 13명 명단 언급…순차적 체포 계획 밝혀
국정원, 비상계엄 후 정무직 회의…법률 검토 등 대응 방안 논의
조태용 국정원장 “체포 지시한 적 없어…1차장 교체, 내가 건의”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거.” “네 봤습니다.”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 방첩사령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 “알겠습니다.”
다만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은 비상계엄과 정치인 체포 관련해 어떤 지시도 대통령에게 받은 것이 없고, 어떤 조치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정원 내부에서도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홍 차장이 윤 대통령과 통화한 보안폰 목록이 공개되고, 11명의 체포 명단을 기억해 제시하면서 새 국면에 들어섰다.
홍 1차장은 이날 오후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과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과의 면담에서 윤 대통령이 당시 전화해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라면서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령부 지원해”라며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도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이 충암고 후배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 세력이란 이유로 체포하도록 지시했다는 근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홍 차장은 면담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만화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홍 차장에 따르면 3일 오후 8시20분쯤 안보폰을 통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보좌관이 소지하고 있어서 받지 못했다.
이에 홍 차장이 오후 8시22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니 “한두시간 후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전화기를 잘 들고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홍 차장은 윤 대통령의 지시대로 국정원 집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오후 10시23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대국민 담화를 개최했다.
담화가 끝난 오후 10시53분, 윤 대통령은 홍 차장에게 전화해 방첩사와 협력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홍 차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두 차례 전화했다가 통화가 안 됐고, 3일 오후 11시6분 전화가 연결됐다. 여 사령관은 처음에 통화를 기피하는 분위기였다가 홍 차장이 “대통령이 전화를 했다.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해서 전화했는데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여 사령관은 “국회는 경찰을 통해 봉쇄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여 사령관은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됩니다”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대표, 민주당의 김민석·박찬대·정청래 의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명수 전 대법관,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김민석 의원 친형), 권순일 전 선관위원 및 또 한 명의 선관위원 명단을 기억했다.
홍 차장은 “그다음부터 메모하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노총의 위원장 1명이 더 있었다”라며 여 사령관은 순차적으로 대상을 검거할 예정이며, 방첩사에 있는 구금시설에 구금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대표가 여 사령관이 체포한 정치인을 경기 과천 수감 장소에 수감하려 했던 신뢰할 만한 근거를 확인했다고 언급한 것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르면 체포 대상 명단은 총 13명이다.
이 과정에서 홍 차장은 조 원장과 통화를 할 수가 없었는데, 당시 조 원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해 있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3일 오후 11시30분 정무직 회의를 소집했고, 산하 국장들도 비상소집된 상태였다. 조 원장은 “비상계엄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라고 물었고, 김남우 기조실장은 “법률검토를 해봐야 한다”, 홍 차장은 “계엄이 발령되면 모든 것이 군으로 넘어가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황원진 2차장은 “합동수사본부가 만들어지면 본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홍 차장은 국회의 비상계엄해제요구안이 155분 만에 가결된 다음 날인 5일 오후 4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이 즉시 경질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사직서를 제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홍 차장은 인사기획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6일 오전 10시 차장 이임식을 마쳤는데, 조 원장이 홍 차장을 다시 불러서 “사직서를 반려하고 예전과 같이 근무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홍 차장은 “용산에서는 ‘1차장 때문에 1차 비상계엄이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것 때문에 대통령이 노발대발하며 경질하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본인의 사표가 반려된 것은 입막음용 아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윤 대통령이 계엄과 관련해 정치인을 구류하거나 체포하란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홍 차장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후 “안보가 중요한 데 초당적인 노력이 필요하니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고, 조 원장은 정치적 중립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5일 윤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 윤 대통령이 허락을 했으나 실무적인 조치가 안 됐다고 주장했다.
홍 차장은 “예전과 같이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반려됐다는 뜻이 아니냐”고 했고, 조 원장은 “반려가 아니라 ‘팬딩’(pending·계류 또는 임박) 상태”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조 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만일 비상계엄과 관련해 조치가 있을 것 같으면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지시하지 국정원장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에게 그런 지시를 하겠나, 있을 수 없다”며 “얼마 전부터 제가 정무직과 관련해 여러 생각 하고 있었고 최근에 1차장이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 적절치 않은 말을 제게 한 바가 있는데, 그런 것들과 고려해 봤을 때 1차장 교체가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대통령에게 건의드려서 교체하는 인사 프로세스 진행 중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육사 43기인 홍 차장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라인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보위는 홍 차장의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후 긴급정보위를 개최하고 방첩사령관을 출석시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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