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도대체 왜?...비상계엄 미스터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다수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윤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강조했던 한미동맹의 파트너인 미국으로부터 "심각하게 잘못된(badly misjudged)","매우 불법적인(deeply illegitimate)"이란 표현까지 들어가며 비난받을 지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왜 이런 비상식적인 결정을 하게 된 것일까?
계엄령이란 단어가 정치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7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4법 관련 무제한토론에서였다. 당시 토론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의 박선원 의원은 “윤 대통령이 탄핵당할 위기에 처한다면 친위 쿠데타 내지는 친위 경비계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국방부가 있는 용산으로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옮긴 점, 용산 주변 경찰 인력과 예산을 대폭 증가시킨 점,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이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의 차지철 경호실장처럼 군 병력과 경찰까지 지휘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을 바꾸려고 한 점 등을 계엄 준비설의 근거로 들었다.
이어 지난 8월 김용현 경호처장이 군 지휘권을 쥔 국방부 장관에 지명되자 계엄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국무위원인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모두 윤 대통령의 충암고 인맥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3월 김용현 경호처장이 역시 충암고 인맥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비롯해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계엄 사전 준비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런 야당의 의혹 제기에 당사자인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물론 대통령실까지 격하게 반발했지만 당시 의혹을 받던 이들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드러난 상태다.
박선원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했다고 봤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들은 박근혜처럼 안 당하겠다는 이야기죠. 박근혜가 당한 이유가 두 개라고 보는데. 하나는 검찰로부터 보호를 못 받고 검찰에게 무차별적으로 당했고 두 번째로는 이제 정말 탄핵에 몰렸을 때 그거를 계엄령이나 이런 걸로 해서 구출하지 못했고. 윤 대통령은 이걸 다 가지고 버티겠다는 거잖아요
-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함께 계엄 의혹을 제기했던 더불어민주당의 김민석 의원은 “감옥가기 싫은 사람들이 자기 보전을 위해 사고를 친 것”으로 분석했다. 김건희 비리, 채상병 문제 등에 연루돼 있는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들이 자기 생존을 도모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다른 날이 아닌 12월 3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에 대해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다음날인 12월4일로 예정됐던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 표결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가기관을 이용한 자기방어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되자 위협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에 경고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윤 대통령이 밝힌 것을 보면 비상계엄의 주목적은 야당 제압이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지난 4월 총선 참패로 임기 말까지 정국을 반전시킬 가능성이 없어진 것도 상식 밖의 선택을 강요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다수 야당의 견제를 견딜 수 없으니까 정적을 죽이려고 일으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특이한 성미를 빼놓고는 이번 비상계엄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정치경험이 전무했던 검찰 출신 인사가 대권 유력 후보로 정치권에 영입되면서 극우 이념에 급속하게 기운 점, 평소에도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비타협적인 성격 등을 함께 봐야한다는 것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평소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를 매일 본다는 소문이 많았는데 실제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는 계엄을 해야된다는 이야기가 이전부터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계엄령을 발동해서 좌파빨갱이들을 다 감방에 쳐 넣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연방제로 적화된다”고 주장했던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문과도 매우 흡사하다.
중앙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해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라고 했다는 대통령의 지시도 ‘지난 총선 당시 부정선거가 벌어졌으며, 그 증거가 선관위 서버에 남아있다’는 극우 유투버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현대정치사를 전공한 전재호 서강대 조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은 뉴라이트도 아니고 올드라이트”라고 규정하면서 “박정희는 자신을 반대하면 무조건 빨갱이라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빨갱이 대신 반국가 세력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을 뿐 똑같다”고 지적했다.
박상훈 정치학 박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의 위치를 정치가로 이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엄청난 비극”이라면서 “앞으로는 정치경험도 없고,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인과성도 없는 사람에게 대통령 자리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걸 국민들이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