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장악 지시 있었다' 계엄 지휘관 고백…'위법 계엄' 정황 속속

박응진 기자 2024. 12. 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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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김용현, 국회의원 체포 지시…현행범 아니라 계엄법 위반
특전·수방사령관, 2차 계엄 거부…방첩사령관 "계엄은 전시에"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4일 새벽 계엄군들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보좌진 등 직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 3일 밤 선포된 비상계엄 때 국회 등 주요시설에 병력을 투입했던 장성급 사령관들의 '양심고백'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 비상계엄의 위법성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번 계엄 결정 및 군에 하달된 지시 등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내란죄를 구성하는 국헌 문란 행위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육사 47기)은 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만남에서 "전임 장관(김용현)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의원 등 인원들을 밖으로 빼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당시 국회엔 본청 진입을 위해 특전사 예하 707특수임무단과 제1공수특전여단 소속 대원 280여 명이 투입됐다.

곽 사령관은 "제가 판단했을 때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건 명백히 위법사항이고 임무수행 요원들은 나중에 법적 책임을 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항명이 될지 알았지만 그 임무를 시키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들 다 잡아들여라. 싹 다 정리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홍 차장이 기억하는 체포 대상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김민석·박찬대·정청래·조국 등 야당 의원들, 뉴스공장의 김어준 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김민·권순일 전 대법관, 선거관리위원 등이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인근에 배치된 군 차량이 철수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그러나 계엄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국회는 계엄 발동 시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제3공수특전여단 등 소속의 계엄군 300여 명이 중앙선관위 청사 등에 진입해 야간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청사 출입 통제 및 경계작전을 실시한, 사실상의 점거 또한 위법한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계엄법을 보면 계엄사령관은 계엄의 시행에 관해 국방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전국을 계엄지역으로 하는 경우와 대통령이 직접 지휘·감독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계엄 장성들을 직접 지휘·감독한 것은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등 계엄 장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 상황을 물어봤다고 한다.

다만, 계엄사령관을 지휘·감독할 때 국가 정책에 관계되는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지난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중앙선관위에 진입했다는 김 전 장관의 지시는 국무회의의 심의가 필요했던 지휘·감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선포 경과 및 병력동원 관련 현안질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 2024.1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계엄사령부 구성 전후 김 전 장관의 지시 대부분이 급박하게 구두로 이뤄진 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전 계엄사령관 박안수 총장이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못 했다", "(내가) 명령을 하달할 기회가 없었다"라고 토로한 것은 계엄 상황에서 지시가 정상적인 방식으로 이뤄지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계엄사령부가 발령한 포고령 1호를 누가 작성했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합참 계엄업무실무편람에 따르면 포고령의 작성은 국방부에서 하게 돼있는데, 국방부는 포고령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포고령과 관련해서는 김용현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에 전달했다는 점 외에 작성 주체나 전달 출처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 일부 부대가 이동한 정황도 있어, 검찰 수사와 군의 자체 감찰 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군 당국은 계엄 장성들의 직무를 정지 또는 배제한 뒤 군검찰을 보내 합동수사를 펼치고 자체 감찰에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진우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은 이날 김병주·박선원 민주당 의원과의 만남에서 '앞으로 위법 명령에 따르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에 "네"라며 2차 계엄 발령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국정감사 때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한 "계엄은 전시에 하는 것이다"란 언급을 상기시키며 역시 2차 계엄에 따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곽종근 사령관은 "돌이켜보면 그때 장관 지시를 거부하는 게 옳았다"라며 "(제2의 비상계엄) 상황은 없을 것이며 그런 지시가 있더라도 제가 거부를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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