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차장, ‘윤 통화’ 폭로 이유…“이번으로 안 끝날 것 같아”

기민도 기자 2024. 12. 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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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국회 정보위원회 앞에서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원식 국회의장 등 정치인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을 보여주는 홍 차장의 통화 내역을 보여주고 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은 6일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 선포 뒤 자신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홍장원 1차장은 6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을 찾아 신성범 정보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혔다. 면담에는 조태용 국정원장도 동석했다.

이 자리에선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홍 1차장에게 전달한 체포 대상 명단도 공개됐다. 이미 공개된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외에도 민주당에선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정청래 의원이 포함됐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방송인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등도 대상이었다.

홍 1차장은 계엄 당일 오후 8시20분께 윤 대통령에게서 전화가 왔으나 받지 못했고, 8시22분에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자 “1~2시간 후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전화기 잘 들고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밤 10시53분께 전화한 대통령은 홍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며 “국정원에도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서 지원하라.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우라”고 말했다.

홍 1차장은 이후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여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1차 검거, 2차 검거 대상자를 축차적(차례로)으로 검거할 예정이며 방첩사에 있는 구금시설에 구금 조사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고, 홍 1차장은 이 내용을 듣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본인은 미친X에 대해서 일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계엄이 해제된 다음 퇴근했다고 한다”며 “지금까지 상황은 우리에게 보고하기 전까진 자기밖에 몰랐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홍 1차장은 지난 5일 오후 4시쯤 조태용 국정원장이 “윤 대통령이 즉시 경질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사직서를 제출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인사기획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다음날인 이날 오전 10시께 차장 이임식을 마쳤는데 조 원장이 다시 불러서 사직서를 반려하고 예전과 같이 근무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고 한다. 홍 차장은 자신의 사표를 반려한 것이 “입막음용 아니냐”고 말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홍 1차장은 “비상계엄과 같은 군의 개입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의 통화 등을 폭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후임인 최병혁 주사우디대사는 김용현의 영향력 아래 있는 분이며,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등도 모두 그대로인 상태에서 대통령이 다시 마음을 먹으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뒤에서 움직여서 이 문제를 엎으려고 할 것이다. 다시 계엄과 같은 중대범죄를 저지르려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용산에서는 1차장 때문에 1차 비상계엄이 실패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이것 때문에 대통령께서 노발대발하면서 경질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더군다나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내란죄에 가담한 군인들은 최고사형까지 당할 수 있는 중대범죄인데, 이판사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조태용 국정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번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국정원장에게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전혀 하신 적이 없다”며 “홍장원 1차장에게 직접 그런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 물어봤더니 본인이 ‘오보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홍 1차장 경질과 관련해서는 “아주 최근에 1차장이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 적절치 않은 그러한 말을 제게 한 바 있는데, 그런 것들을 고려해봤을 때 지금과 같이 엄중한 시국에서 국정원은 철저하게 국정원 본연 업무를 하고 중립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제 판단으로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드렸다”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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