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정원 1차장에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정리해라"

이재호 기자 2024. 12. 6. 15: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체 명단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들어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국정원장 뒤늦게 "사실과 다르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통해 이번 기회에 여야 정치인들을 싹 정리하라고 말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경 국회에서 신상범 국회정보위원장 등과 면담을 가진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상황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홍 차장에 따르면 3일 저녁에 대통령으로부터 두 번 전화가 왔었는데 20시20분경 온 전화를 받지 못해서 20시 22분경 본인이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한 두시간 후에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전화기 잘 들고 대기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한다. 이에 대기 도중 (오후)10시 53분 경 비상계엄 발표가 나고 종료 후에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전한 대화 내용은 이렇다. 1차장이 전화를 받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발표) 봤지?"라고 말하며 "이번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테니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했고 홍 차장은 "알겠다"고 답했다.

이후 홍 차장은 육사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통화했는데 여기서 여 사령관이 "선배님 이걸 도와주세요, 체포조가 나가있는데 소재파악이 안됩니다"라고 말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김 의원은 "(방첩사령관이 1차장에게) 체포 대상자 명단 불러주면서 위치추적을 해달랬는데, 검거 지원을 요청한다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홍 차장은 보안폰으로 하자고 했으나, 방첩사령관은 그럴 시간이 없다며 일단 명단을 불렀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홍 차장이 기억하는 명단은 순서대로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김민석, 박찬대, 정청래, 조국, 김어준, 김명수 전 대법관, 김민웅(김민석 의원의 형), 권순일 전 선관위원과 또 한 명의 선관위원"이었다며 나머지 선관위원은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김 의원은 "여기까지 듣고 홍 차장은 워딩 그대로 말 드리면 '미친 엑스'로구나 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는 메모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제일 마지막에 한국노총인지 민주노총인지는 잘모르겠는데 노총위원장 1명 기억난다고 한다"며 "1차 검거, 2차 검거 대상을 축차적으로 검거할 예정이며 방첩사에 있는 구금시설에 구금해 조사할 예정입니다 라고 (방첩사령관이) 말해서 알았다고 했고 통화가 종료됐는데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홍 차장이) 국정원장에게 보고한 내용 중에 기억하는 것은 한동훈, 이재명을 잡으려한다고 이야기하니까 내일 아침에 이야기합시다 라고, 회피는 아니고 더 나아가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다는 정도"였다며 "결론은 이게 1차장은 본인은 미친 엑스 대해서 일체 아무것도 하지않고 지시사항 이행하지 않고 있다가 계엄이 받아들여서 해제된다음 퇴근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태용 국정원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언론서 보도 나왔을 때 제가 1차장에게 직접 확인했어. 그러한 지시(체포 및 구금 지원) 받은 적 있냐고 물어봤더니 본인이 오보라고 했다"며 "국정원은 비상계엄 관련, 정치인 체포관련 어떤 지시도 대통령에게 받은적이 없고 어떤 행동이나 조치도 한 적 없다는 것을 원장으로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차장이 국정원장에게 오보라고 말한 시점이 국회 정보위원들과 만났을 때 이전이라는 점에서 홍 차장이 거짓말을 했다기 보다는 마음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김 의원이 "(홍 차장은) 지금까지 상황은 우리에게 보고하기 전까지는 자기밖에 몰랐다고 했다"고 말한 것도 본인 보호를 위해 국회에 와서 설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특히 홍 차장이 당시에 대통령, 방첩사령관과 통화한 기록을 김 의원에게 공개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사실과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조 원장의 진술보다는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한편 홍 차장이 대통령의 지원 지시를 이행하지 않아 경질당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 김 의원은 "홍 차장에 의하면 12월 5일 16시 경에 국정원장으로부터 대통령이 즉시 경질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사직서를 제출했음 좋겠다고 해서 인사기획관에게 제출했다고 한다"며 "다음날인 12월 6일 10시경 차장 이임식을 마쳤는데 원장이 다시 불러서 사직서를 반려하고 예전과 같이 근무했으면 한다고 한단 뜻을 전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이번에 1차장 포함해 작년 11월 정무직 인사했고 1년이 되는 데 얼마 전부터 정무직 인사 관련해 여러 생각하고 있었다"며 "최근에 1차장이 정치적 독립성 관련해서 적절치 않은 말을 제게 한 바 있는데 그런 것도 고려해 봤을 때 지금과 같이 엄중한 시국에서 국정원은 철저하게 본연의 업무를 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제가 판단하기에 1차장을 교체하는 것이 제 판단으로서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조 원장이 홍 차장에 대한 인사 결정을 대통령에게 제청한 시점이 비상계엄 이후인 5일이라는 점, 구체적으로 홍 차장이 어떠한 부적절한 말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홍 차장에 대한 인사조치 문제 역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