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조국·이재명 재판 연기?…법조계 “무관”
조국·이재명, 탄핵 표결 앞두고 재판연기 요청
법조계 “무관, 오히려 원칙대로 판단할 것”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오후 7시 전후로 예정인 가운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일정에 변동이 있을지 주목된다. 조 대표와 이 대표는 각각 탄핵 표결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선고 기일 연기·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탄핵정국에도 부장판사 출신 등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들은 “정치와 재판은 무관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13명 중 10명이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나머지 3명은 “유례없던 상황이라 예측이 어렵다”며 조심스레 전망했다. 반대로 “탄핵 정국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인 변호사는 한 명도 없었다.
▶2심서 징역 2년 실형 조국·대장동 1심 재판 받는 이재명=조국 대표는 자녀 입시비리 관련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사문서위조 혐의 등을 인정받아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단,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례적으로 법정 구속은 면했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오는 12일 조 대표에 대한 선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법원이 조 대표의 원심(2심) 판결을 확정하면, 조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수감 생활을 시작한다. 정당법에 따라 당원 자격도 상실해 당 대표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선고 기일 연기를 신청한 조 대표 측은 “비상계엄으로 중대한 시기에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데 주요 정당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당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면 부적절하므로 연기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선고기일 변경은 재판부 뜻에 달려있다”며 “선고 연기를 신청한 이유가 이례적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6일 오전에 열릴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 FC·백현동’ 재판(주심 김동현 부장)에 대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유는 조 대표와 비슷했다. 이 대표 측은 “비상계엄 발령에 따른 엄중한 상황인 데다 국회 표결이 예정된 만큼 재판 출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상 개정을 할 수 없다. 민사 재판과 달리 원칙상 피고인의 출석이 의무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무단으로 불출석할 경우 재판부는 어쩔 수 없이 기일을 연기하거나, 구인장(법원이 피고인을 구인하기 위해 발부하는 영장)을 발부해 강제 소환하게 된다.
▶법조계 “사법부 독립 원칙상 탄핵정국과 재판 일정은 무관”=헤럴드경제가 취재한 결과, 법조계에선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기일 연기·불출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변호사 13명 중 10명이 위와같은 의견을 밝혔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따라 탄핵정국과 무관하게 재판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부장판사 출신의 A변호사도 “법원은 재판이 아닌 외부 사정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며 “형사 재판은 피고인 뿐 아니라 검사, 증인들도 출석하는데 피고인의 사정 때문에 기일을 변경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선의 박성욱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박 변호사는 “법원의 판결은 내용뿐 아니라 절차의 정당성이 보장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사법부는 ‘법 앞의 평등’이란 원칙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탄핵 정국이란 ‘법정 외’에서 발생하는 사유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을 연기한다면 국회의원이란 특정 신분에 있는 피고인을 다른 국민들과 다르게 대우하는 것일 뿐 아니라 재판 자체가 아닌 다른 요인을 고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도 “국회의원의 특혜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불허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법무법인 최선 이준상 변호사 역시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원칙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통상 허가하는 사정인 중병 등이 아니라면 불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률사무소 태린 김지혁 변호사는 “사법부는 판결로 말하는 기관”이라며 “삼권 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정치적 판단에 휘말리지 않고 재판 등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확신의 황성현 변호사도 “계엄 자체는 해제된 상황이므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고 했고, 법률사무소 명현의 최영식 변호사 역시 “조국 대표의 경우 사실심(1·2심)이 아닌 법률심(3심)을 받고 있어 피고인 출석 없이 문서로 판단을 받는 만큼 불허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법무법인(유한) 한별 이주한 변호사는 “당사자들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할 때 자칫 특혜 시비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불허가 원칙이 돼야 할 것”이라며 “절차와 형식을 더욱 엄격히 지키는 것만이 추후 재판 결과의 신뢰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더프렌즈 법률사무소의 이동찬 변호사도 “현재 정국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판 등을 연기하면 같은 이유로 반복적인 연기를 주장할 수 있기 떄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 대표의 주심을 맡고있는 김동현 부장판사는 일전에도 재판 불출석 요청을 수차례 불허했다.
총선을 앞두고 한 신청에 대해선 “원칙대로 하는 게 맞다”며 불허했고, 총선 유세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을 땐 기일을 연기하며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 소환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의 요청에 대해서도 “정치 일정을 고려해 기일을 조정하면 특혜”라며 불허했다.
오늘 오전에 열린 재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표가 불출석하자, 김 부장판사는 재판을 분리해 ‘기일 외 증인 신문’ 방식을 택했다. 이는 증인만 출석하고 피고인이 불출석했을 때 증인 신문만 진행한 뒤 추후 신문 조서를 증거조사하는 방식이다. 피고인의 불출석을 허가한 것은 아니다.
물론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인 만큼 “예측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13명 중 3명은 “초유의 사태인 만큼 재판부도 고민을 해볼 것”이라며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과거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예측이 어렵다”고 밝혔고, JY법률사무소의 이재용 변호사도 “너무나 특이한 상황이라 재판부의 판단을 예측한다는 게 매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법무법인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 역시 “대법원의 선고기일 변경은 매우 이례적이긴 하다”면서도 “기준점이 없기에 예측이 어려워 보인다”며 “어디까지나 재판부의 재량일 것”이란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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