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내란죄’에 해당한다”

오세진 기자 2024. 12. 6. 13: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표지이야기]계엄·내란·탄핵… 용어 정리로 살펴보는 대통령의 범죄 행위
우원식 국회의장이 2024년 12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의 국회 진입으로 부서진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실 창문을 들여다 보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과 계엄법에서 정한 시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범야권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발의했고, 여러 정당과 시민단체가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잇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초래한 정국을 이해하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용어와 그 개념을 살펴봤다.

‘경비계엄’과 ‘비상계엄’ 차이

먼저 ‘계엄’이다. ‘군사적 필요나 사회의 안녕, 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한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군이 맡아 다스리는 일’을 말한다.(표준국어대사전) 현행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전시란 말 그대로 전쟁이 벌어진 때이고, 사변은 천재지변이랄지 다른 나라의 침입, 공권력 행사가 불가피한 난리를 가리킨다.

계엄에는 경비계엄과 비상계엄이 있다. ‘경비계엄’은 사회질서가 교란돼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선포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60년 4·19혁명을 막기 위해 서울 지역에 경비계엄을 선포했고, 1961년 5·16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해 1961년 5월27일 전국에 선포한 경비계엄을 1962년 12월5일까지 유지한 적이 있다. 단 역대 대통령이 경비계엄만 별도로 선포한 사례는 없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또는 선포한 후에 ‘치안 유지’ 수단으로 활용했다. 치안 유지는 권력의 관점이다. 시민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

윤 대통령이 2024년 12월3일 선포한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한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정부 관료의 탄핵소추안을 여러 차례 발의하고, 정부가 제출한 677조4천억원 규모의 2025년도 예산안에서 4조1천억원을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일이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치력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풀어야 할 사안을 계엄군을 동원해 무력으로 해결하려 한 셈이다.

형법상 범죄행위, 내란

윤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행위의 책임을 묻기 위해 ‘탄핵’과 함께 많이 언급되는 용어가 ‘내란’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범야권 6개 정당은 윤 대통령의 계엄군 동원이 “국회의 계엄해제요구 결의를 무력화시키고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등 헌법기관에 작동 불능을 초래한 뒤 사실상 영속적 권력 찬탈을 기도한 내란 행위라 할 것”이라고 탄핵소추안에 적었다.

내란은 형법에서 정한 범죄 행위다. 형법은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로 처벌한다.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그리고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국헌 문란’이다.

범야권은 “헬기에 분승한 군병력 수백여 명이 총기로 무장하고 국회에 출동, 본청에 난입하여 국회의원 190인이 모여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처리하고 있는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군병력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보좌진들을 총기로 위협하였다”며 “이는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계엄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과 국회법이 정하는 국회 또는 국회의원의 기능을 소멸시키고자 하는 행위라고 할 것이어서 명확하게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1997년 4월17일 전두환·노태우씨의 내란죄를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 판결은 전씨와 노씨 등 신군부가 1979년 12·12 쿠데타(군사반란)를 통해 군의 지휘권과 국가 정보기관을 장악한 뒤 그해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발생 후 선포된 비상계엄을 1980년 5월17일 전국으로 확대하여 국회의사당 점거·폐쇄, 계엄군 배치,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등을 한 것은 “강압에 의하여 헌법기관인 대통령, 국무회의, 국회의원 등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배제함으로써 그 권능행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므로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또 내란죄 구성요건인 ‘폭동’을 “일체의 유형력 행사나 외포심(몹시 두려워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알림)를 의미”하는 것으로 매우 넓게 봤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계엄 해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내란’죄 범한 경우 재직 중 형사소추 가능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공소 제기)를 받지 않는다. 헌법에서 정하고 있다. 단 예외가 있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는다. 대통령의 내란죄는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찰이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국회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에 경찰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경찰 수사가 아닌 특별검사 수사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본격적인 수사를 받기 전에 그의 직무정지가 우선이라며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탄핵’ 이란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거나 징계하기 곤란한 행정부의 고위직 공무원, 법관 등과 같이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이를 의회가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절차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 각 부의 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사람은 헌재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에게 파면 선고가 내려진다. 다만 2024년 10월 헌법재판관 3명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헌재가 2024년 12월 현재 재판관 6명 체제여서 대통령 탄핵 사건 심리가 가능한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현재 탄핵심판 대상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법에서 정한 심판정족수(헌법재판관 7명 이상)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헌재가 받아들이긴 했으나, 엄밀히 말하면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심판 기간을 180일 이내로 규정하지만 강제성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파면 선고까지 92일이 걸렸다. 대통령 파면이 확정되면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2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