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긴급분석, 전두환 5·17 VS 윤석열의 12·3
윤석열의 ‘12월 3일 비상계엄’과 전두환의 ‘5월 17일 비상계엄’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국회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2024.12.3.)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경찰과 계엄군은 국회 폐쇄,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계엄군은 또다른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불법 점거했다.
대통령이 저지른 일련의 행위를 두고 ‘내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한다”, “해당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사는 법조인들의 입을 빌어 논란으로 다루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계엄령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엄격하게 진행된 것”이라고 합법을 주장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라고 표현하며 별 게 아니라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명백한 ‘불법’으로 규정했다. 르몽드, 뉴요커,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쿠데타 시도’(coup attempt)라고 명명했다. (관련 기사 : 미 국무부 "비상 계엄 불법" 언급)
그렇다면, ‘윤석열의 내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뉴스타파는 전두환 신군부 일당이 내란죄를 확정받은 1997년 대법원 판결문을 분석했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일당이 군사 반란을 일으킨 뒤, 1980년 5월 17일 전국적으로 확대한 비상계엄, 그리고 이에 대법원이 적용한 ‘내란수괴죄’의 법리에 비춰, 윤석열 대통령에게 같은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지 검증했다.
내란죄 성립 요건 두 가지… ①국헌문란 목적 ②폭동
1997년 4월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한 전두환 신군부 일당의 ‘12·12 군사반란’, ‘5·17 내란’ 관련 판결문을 보면, 전두환 일당의 범죄 혐의는 모두 14가지다. 전두환에게 적용된 범죄 혐의는 9가지. 이중 하나가 내란수괴죄다.
내란죄는 형법 87조에 규정돼 있다.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에게 적용된다. 즉, 내란죄의 성립 요건은 크게 두 가지, ①국헌문란 목적, ②폭동이다.
전두환의 5·17 비상계엄과 ‘국헌문란 목적’
‘국헌문란 목적’부터 살펴보자. ‘전두환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국헌문란 목적의 법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형법 제91조 제2호에 의하면,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의 목적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하는 것은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 ‘전두환 판결문’ (대법원, 1997.4.17.)
쉽게 말해, 헌법기관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일정 기간 제대로 기능할 수 없도록 했다면, 우리 대법원은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과 ‘국헌문란 목적’
윤석열 대통령이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통해 내린 ‘제1호 포고령’이다.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 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23:00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 ‘윤석열 포고령’ (계엄사령부, 2024.12.3.)
‘국회의 활동을 금한다’. 다툼 없이 명백하게, 윤 대통령은 헌법기관인 국회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 했다. 이를 위해 계엄군을 국회 본청에 투입했고, 기물을 파손하며 본회의장 강제 진입을 시도했다.
전두환에게 적용된 형법상 국헌문란의 목적, 그러니까,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과 같다.
전두환의 5·17 비상계엄과 ‘폭동’
다음으로 ‘폭동’이다. 대법원은 전두환 판결문에서, 내란죄의 요건인 폭동의 법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형법 제87조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으로서…
- ‘전두환 판결문’ (대법원, 1997.4.17.)
풀어서 설명하면, 외포심(畏怖心, 무엇을 두려워하는 마음), 그러니까 공포심 때문에 의사 결정과 행동의 자유가 방해받는 심리적 상태를 생기게 하는 고지는,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폭동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전두환 신군부 일당이 저지른 비상계엄을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비상계엄의 전국확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고, (중략) 위협적인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협박행위가 되므로 이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 ‘전두환 판결문’ (대법원, 1997.4.17.)
그러니까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가 ▲국민의 기본권에 위협을 가하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내란죄의 구성 요소인 폭동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과 ‘폭동’
이에 비춰 ‘윤석열 포고령’을 보자.
‘국회의 활동을 금한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윤 대통령은 헌법 기관의 불능화, 다시 말해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상태에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인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까지 훼손하려 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포고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처단(處斷), 즉, 결단을 내려 처치하겠다는 말을 두 차례나 쓰며 전공의 등 국민을 위협했다.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중략)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계엄법 제14에 의하여 처단한다.
- ‘윤석열 포고령’ (계엄사령부, 2024.12.3.)
‘윤석열 포고령’의 발령 범위는 ‘대한민국 전역’이다. 즉, 윤석열 대통령은 전국민을 위협했다.
▲비상계엄 전국확대조치의 위협적인 효과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에 의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는 ‘전두환 판결문’과 들어맞는다.
전두환 판결문 분석 결과, 윤석열 비상계엄에 ‘내란 혐의’ 적용 가능
이에 따라 대법원이 전두환에게 적용한 내란죄의 두 가지 구성 요건인 ①국헌문란 목적과 ②폭동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형법이 정한 내란죄 1호의 내용은 이렇다.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 형법 87조 1호
1997년, 대법원은 내란수괴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편, 지난 4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검토 결과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에는 윤 대통령은 물론, 계엄 선포를 건의한 자를 포함해 이번 사태를 공모한 이들, 또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회 기능을 불능케 하려 한 자 모두 내란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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