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총 2000조 무너졌다
코스피 2400 붕괴, 코스닥 3%급락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후 외국인 투자자는 이틀 만에 국내 증시에서 총 844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엑소더스(대탈출)’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수급 이탈의 영향으로 각각 2440대, 670대에 턱걸이한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2일 간 무려 47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총 2000조원 선도 붕괴했다.
이미 하반기 들어 17조원 규모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금이 한국 증시를 떠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비상계엄의 후폭풍으로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확대될 정치·경제적 변동성이 국내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코스피 지수가 장중 2400선이 붕괴했다. 6일 오전 10시 53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4.12포인트(1.81%) 하락한 2397.73까지 내려 앉았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25.71포인트(3.83%) 떨어진 645.23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급격히 상승해 전날보다 9.4원 오른 1426.70원에 이르렀다.
▶계엄 후 이틀 만에 韓 증시 시총 47조 증발=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 종가는 전장 대비 22.15포인트(0.90%) 내린 2441.85로 집계됐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6시간 만에 해제된 이후 처음 장이 열린 지난 4일 36.10포인트(1.44%) 내렸던 코스피 지수가 이틀 연속 내림세를 면치 못한 셈이다.
코스닥 지수도 지난 4일 13.65포인트(1.98%) 내려앉은 데 이어 전날에도 6.21포인트(0.92%) 하락한 670.94로 종가를 기록하며 670선을 겨우 지켰다.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은 외국인 투자자의 수급에 쏠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투자하던 개인 투자자의 ‘서학개미(미국 증시 소액 개인 투자자)와’에 이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개인 투자자의 자금이 몰리면서 외국인 수급 감소 현상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4·5일 이틀간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총 8441억원(코스피 8070억원, 코스닥 371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4일 4212억원어치 주식을 팔며 국내 증시에서 떠나간 외국인 투자자는, 전날에도 4218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떠난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의 시가총액도 비상계엄 후 이틀 만에 47조489억원(코스피 46조9557억원, 코스닥 932억원)이나 증발했다.
특히, 코스피 시총 규모는 비상계엄 사태 발발 전인 지난 3일 종가 기준 2046조2610억원에서 5일 종가 기준 1999조305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14거래일 만에 다시 2000조원 아래로 내려앉은 셈이다.
▶외국인 엑소더스 속도 더 높이나=일각에선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이어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 심화가 하반기 들어 심화 중인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올해 하반기(7~12월)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총 17조2725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이는 반기 기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생했던 2020년 상반기(21조4566억원) 이후 9개 반기 만에 기록한 최대 순매도액이다.
분기별로 봤을 때도 지난 3분기(7~9월) 코스피 시장에서 8조375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는 4분기 들어서도 5일 종가까지 총 8조8969억원 규모로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분기 기준으로 봤을 때 2022년 2분기(9조1780억원) 이후 10개 분기 만에 외국인 순매도액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는 국내 대표 산업 섹터 대표주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하반기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순매도액 1위 종목은 16조8864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였고, 2위는 2조3065억원의 SK하이닉스였다. 국내 최대 산업 섹터인 반도체주 ‘양대산맥’에 대한 외국인 이탈세가 심각했던 셈이다. 순매도액 3·7위에는 각각 기아(9631억원), 현대차(5004억원)로 대표되는 자동차 섹터가 이름을 올렸다. 2차전지 섹터의 LG화학(4위, 8260억원), 삼성SDI(5위, 7908억원)도 코스피 종목별 외국인 순매도액 상위 목록에 있었다.
▶“정국 혼란 ‘단기 수습’ 필요”=당장 정치·경제적 불안 심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력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0원이나 오른 1415.10원을 나타냈다. 이날 오전 2시 기준 야간 시장에서는 주간거래 종가보다 2.20원이나 더 오른 1417.30원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해외 충격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도 향후 이어질 탄핵 정국에서 불거질 추가적인 국내 정치적 불안에 외국인 투자자의 투심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엄 사태는 지금 대통령이 정상적 통치가 어려운 상태란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외국 투자자들도 리더십에 의문 생길 것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에 중장기적으로 큰 충격을 주지 않고, 해외 투자자들이 급격히 한국 시장에서 등을 돌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단기 수습’을 꼽는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시절과 비교했을 때 지금 내수가 약하고 재정정책 집행의 여지가 적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경제 타격이나 신인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번 사태의 경제 파장을 최대한 줄이는 일은 정치적 갈등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조기에 수습하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나 각종 구조개혁 등 한국 경제에 매력을 더하는 정책들이 일관되게 추진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최대한 많은 해외투자자와 만나 적극적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여러 한국 정부의 경제 정책이 정권 등이 바뀔 때마다 사라지지 않고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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