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은 왜 위헌인가, 어째서 내란인가

이상원 기자 2024. 12. 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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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쿠데타는 대통령이 헌법을 뒤엎으려는 시도였다. 법학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법이 허용하지 않는 폭거라고 입을 모았다. 국회를 겁박한 대목은 내란죄와 맞닿아 있다.
12월5일 시민단체 촛불행동 관계자들이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체포를 촉구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12월3일 밤부터 431분간 벌어진 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법학자들의 평가는 어느 정도 일치한다. 에두른 표현은 “법의 영역에서 벗어난 행위”다. 더 직접적으로는 “반헌법적 일탈”이라고 한다. 헌법 수호 책무를 지는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계엄 선포 요건과 절차를 무시했다. 계엄사령관은 헌법에 반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실제로 군이 국회에 투입되었고 물리력을 행사했다. 헌법과 법률은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다. 국회의원이 국회 담을 넘고 시민들이 군경과 대치하지 않았다면 무슨 상황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다. 상당수 학자는 윤 대통령의 행위가 형법상 가장 무거운 범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내란죄다.

계엄은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권한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행정부 수반 한 사람의 결단으로 국민 다수의 핵심 기본권을 한 번에 제한하는 조치는 비상계엄 외에 없다. 객관적 요건은 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다(헌법 제77조 1항). 그런데 전시라고 해도 무작정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엄법상 요건이 헌법보다 더 엄격하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되어 있다. 법제처가 2010년 발간한 〈헌법주석서〉 제3권은 이렇게 풀이한다. “행정만 현저히 수행이 곤란한 경우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못하고 (중략) 전시라 해도 행정 및 사법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는 이상 당연히 비상계엄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계엄 지속을 판단하는 건 국회 몫

법학자들이 이번 계엄을 두고 가장 먼저 꺼내는 말도 “지금이 전시·사변 상황인가?”이다. 명백하게도 12월3일 밤 대한민국은 외국과 교전 상태(전시)가 아니었고, 무장 반란 집단의 폭동 행위(사변)도 일어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문에서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와 국회의 정부 예산 삭감 등을 계엄의 이유로 들었지만, 이것이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보는 법학자는 없다. 국회 활동과 별개로, 계엄 선포문에서 윤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이나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이 따로 예견된다고 해도 비상계엄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가능성만을 토대로 한 ‘예방적 계엄’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법학계 통설이다.

국민 대다수와 법학자, 여야 정치인들과 전혀 다른 인식을 가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상황. 그럼에도 이미 선포된 계엄이 즉각 법적 효력을 잃지는 않는다. 헌법상 계엄 선포 권한은 (‘실제 상황’과 무관하게) 오롯이 대통령에게 있으며, 계엄법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면 일단 효력은 유지된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을 못했다면 비상계엄은 잠정적으로 적용되었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 ‘대통령 조치가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라는 유권해석을 누가 내릴 수 있나? 헌법재판소도 사건 청구에 따라 판단하는 기관일 뿐 먼저 나서서 ‘위헌이다’라고 밝힐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연구원 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특정 비상사태에서 어떤 비상적 수단을 취할지는 기본적으로 행정부 수장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독점한 판단 권한은 어디까지나 ‘선포’까지에 머무른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헌법은 ‘비상사태 여부’에 관한 판단을 국회가 재차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뜬금없이 무슨 비상계엄인가?’라며 곧장 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기관이 국회다.”

풀이하면 이렇다. 계엄을 선포할 상황인지 판단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속하지만, 이를 해제할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국회 판단이 우선한다.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공고해야 한다(계엄법 제11조 1항). 계엄을 해제할 때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계엄법 제11조 2항). ‘지체 없이 해제’해야 하는데 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할까? 임지봉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일견 1, 2항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계엄이란 행위는 발동도 해제도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무회의 심의 결과와 무관하게, 국회 해제안이 가결되면 계엄을 유지할 권한이 대통령에게는 없다.” 이 맥락에서 임 교수는 국무회의 의결까지 걸린 시간도 법적 쟁점이라고 했다. “(국회의 계엄 해제 가결 시점부터) 4시30분경 국무회의 의결까지 3시간 반이 흘렀다. ‘지체 없이’ 국무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계엄 국면에서 법률은, 국회의 판단을 ‘존중’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대통령에게 제동을 걸 유일한 통로인 국회의 이견을 적극 장려하고 국회의원들을 특별히 보호한다. 계엄 선포 후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고, 만약 국회가 폐회 중이라면 지체 없이 집회를 요구하여야 한다(계엄법 제4조). 사실상 대통령이 앞장서 계엄의 정당성에 대한 국회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계엄 선포 후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평소보다 더 확장된다.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라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계엄법 제13조). 평상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은 ‘회기 중’ ‘국회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만 보장된다(헌법 제44조). 계엄은 대통령 일인의 독점적 조치처럼 보이지만, 그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은 국회다.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라는 계엄 해제 요건은 1972년 유신헌법의 잔재다. 그 이전에는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정족수가 따로 명시되지 않으면 ‘일반정족수’로 해석한다. 일반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네 차례 선포했다. 군사독재 정권이 국회 권한을 약화하기 위해 삽입한 조항이 52년 만에 또다시 민주주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법학계에서는 추후 개헌을 통해 이 조항을 원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엄은 비상사태에 이루어지는 통치행위인 만큼, 헌법에 정해진 절차 일부를, 예컨대 국회의 판단을 배제해도 되는 상황이 있지 않을까? 법학자들의 답변은 단호하다. ‘그런 상황은 없다.’ 헌법은 초헌법적 결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허용하지 않는다. 비상사태가 닥쳤을 때 국가공동체가 허용하는 예외적 조치의 한계가 바로 헌법과 법률의 계엄 관련 조항이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계엄령을 선포하면 헌법이 정지된다’는 생각은 틀렸다. 어떤 민주주의 국가도 헌법의 효력을 정지하는 상황은 허용하지 않는다. 계엄 관련 모든 조치는 헌법 제77조에서 이미 예정해놓은 대로 가야 한다. 그 외에는 효력이 없고, 모두 헌정 문란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 제77조 3항은 비상계엄 시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 열거된 조치 외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방 교수를 비롯한 법학계 전반의 통설이다.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계엄을 통해 국회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방부, 계엄사령부는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군을 투입해 계엄 해제안 논의를 방해했다. 이 대목에서 사건은 ‘전시·사변 여부’ 등 헌법과 계엄법상 절차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나아간다. 형법상 내란죄의 논리다.

12월3일 계엄을 곧 내란과 연관 짓는 시각이 낯설 수 있다. 대규모 유혈 사태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적 탄압, 군부의 사회 전반 통제가 내란의 ‘요건’이라고 여기기 쉽다. 내란죄라는 사례 자체가 접하기 어려운 데다, 내란을 일으킨 군부독재 정권 인사들은 대부분 그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동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법이 규정하는 내란죄의 요건은 그보다 간략하고 명확하다. 내란이란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이다(형법 제87조).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부터 따져보자. 이어지는 형법 제91조는 국헌문란을 “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혹은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번 사태에서 학자들이 주로 언급하는 것은 이 중 2호에 관한 것이다. 국회(‘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를 강압해 계엄 해제안 논의(‘권능 행사’)를 막았다는 것.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를 장악해서 그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 내란에 해당한다. 대통령은 당연히 (내란죄상) 수괴다. 매우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당수 학자들이 국헌문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이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았고 계엄군이 들어갔다. 미리 준비된 상황이었다. 위헌적·불법적 계엄을 선포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계엄 상태를 지속할 의도가 엿보인다”라고 말했다.

‘폭동’이라는 요건은 어떨까. 내란죄에서 폭동이란 다수의 물리력으로 사람을 다치게 만들거나 대규모 유혈 사태를 일으킨다는 의미가 아니다. 1997년 4월17일 대법원 판결(96도3376)을 살펴보자.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의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에 대한 재판이다.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광의의 폭행·협박’이란 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이나 협박을 말한다. 강도죄나 강요죄와 달리 내란죄에서는 실제 상대를 때리거나, 사람이 현실적 공포심을 느끼지 않아도 폭동일 수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1980년 당시 비상계엄의 전국 확대는 “국민에게 기본권이 제약될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측면이 있”기에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유혈 사태’는 내란죄의 요건이 아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계엄 조치는 내란죄에 해당하며 대통령은 수괴”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내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월5일 〈아주경제〉 기고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곧바로 수용하여 계엄을 해제한 것을 국회의 무력화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국헌문란이라고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은 것”이라고 썼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여기지만 “국회 장악은 결국 실패했기 때문에 (내란죄) 기수(旣遂)라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내란죄는 미수범도 처벌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한 뒤 이에 반대해 곧장 사직서를 제출한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12월4일 MBC 인터뷰에서 “결국 (계엄이) 해제가 됐다 하더라도 이미 국회에 (군·경이) 난입한 순간 내란죄 기수다. 스스로 의사로 중단했을 땐 중지미수라고 한다. 해제된 다음 철수했기 때문에 정상 참작 사유는 될지언정 중지미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몹시 까다로운 쟁점이 될 수도 있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 선포 관련자들이 만약 ‘질서 유지를 위해 일시적으로 국회에 병력을 투입했을 뿐, 그 기능을 정지시킬(국헌문란)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한다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그 ‘범의’를 입증해야 한다. 앞서 199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96도3376)에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및 그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신군부 피고인들이 국헌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강변한 데 대한 판단이었다.

물론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만 봐도 내란죄 성립 가능성은 낮지 않다. 계엄군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이 사실을 적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체포조 투입을 항의하고 12월5일 국민의힘은 경찰에 한 대표의 신변 보호 강화를 요청했다. 그런데 국헌문란 범의는 의외로 핵심 주체의 ‘자백’으로도 드러났다. 12월5일 SBS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알려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건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서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최소한의 필요 조치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한겨레〉에 김 장관은 “표결을 막기 위함이라기보다, (국회 정치활동을 금한) 포고령에 따른 최소한의 조치였다”라고 말했다. 내란죄 성립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국민 안전 최우선, 유혈 사태 없도록, 이것이 대통령 지침” “경찰을 우선 배치하고, 군은 최소한의 병력으로 1시간 후 투입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앞서 살폈듯 ‘유혈 사태’는 내란의 결과일 수는 있어도 내란죄의 요건은 아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는 이론의 여지 없이 위헌이었고, 단 한 명의 경찰이 수행했더라도 12월3일 밤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은 것은 국헌문란이다.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6년 8월26일 서울지법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계엄을 정당화하고 내란죄를 피해갈 길로 제시된 또 다른 논리가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비상계엄이라는 건 고도의 통치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고도의 통치행위는) 사법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게 전통적 학설”이라고 말했다. 고도의 통치행위 이론이란 대통령이나 국회의 특정 행위는 고도의 정치성을 갖기에 사법부가 판단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사법의 정치화를 막기 위하여, 혹은 행정·입법부의 권한을 사법부가 침해하지 않기 위하여 인정해야 한다는 게 학계 다수설은 맞다. 그러나 판례의 태도는 사안에 따라 나뉜다. 1979년 대법원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 군사적 성격을 띠는 행위라 할 것이어서 당, 부당을 판단할 권한은 (중략) 국회만 가지고 있다”라며, 사법부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79초70 재정). 반면 1997년에는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해진 경우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심사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대법원 96도3376).

무엇이 계엄 선포라는 파괴적 행위의 피해를 최소화했을까? 국방부 장관은 “최소한의 조치”만 취한 제 결단을 강조하고, 행안부 장관은 “국회를 제대로 봉쇄했으면 해제 의결이 가능했겠나?”라고 비꼰다. 학자들의 답변은 헌법으로 대표되는 ‘1987년 체제’이다. 방승주 교수는 “1987년 개정된 우리 헌법이 작동했다. 이전에 계엄이 선포된 때와 달리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의 계엄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군인들이 옛날 방식을 모델로 삼아 일을 벌이면 심판을 받게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12월3일 밤 정치적 곤경을 벗어나기 위한 한 개인의 독단은 헌정 체제 붕괴를 꾀했고 거의 성공할 뻔했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사의 피로 간신히 써내려간 이 헌법은 그와 몇몇 하수인이 농단하기에는 너무 견고했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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