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 5명 “탄핵 사유 차고 넘친다”…윤석열을 체포하라

이재호 기자 2024. 12. 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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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없는 계엄 선포·절차적 위법 요소 많아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2024년 12월4일 새벽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AFP 연합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

2024년 12월4일 저녁, 2016년 이후 8년 만에 전국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서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다. 이 한 문장에 12월3일 밤 대통령 윤석열의 ‘150분짜리’ 비상계엄 선언을 보는 시민의 시선이 모두 담겨 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을 형법 제87조 내란죄에서 규정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우두머리’로 보고 있다. 이에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할 수 있도록 체포해야 한다고 외친 것이다.

“탄핵 찬성” 73.6%, “내란죄 해당” 69.5%

12월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8살 이상 성인남녀 504명을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에도 거리의 이런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묻는 말에 응답자의 69.5%가 “해당한다”고 답했고, 24.9%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답은 윤 대통령을 탄핵 절차와 별개로 체포해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도 73.6%로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24%)을 압도했다.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의율해 형사처벌할 근거가 충분하고, 탄핵 사유 역시 차고 넘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절차를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 내용에도 위 헌 ·위법적 요소가 가득하다는 이유다.

우선 비상계엄 선포의 근거가 되는 헌법과 법률 조항을 보자. 헌법 제77조 1항은 대통령이 법률이 정한 계엄(비상계엄, 경비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정하고 있다. 계엄법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하도록 했다.

윤 대통령은 2024년 12월3일 밤 10시23분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2024년)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 (…)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정안전부 장관(이상민) 탄핵, 방송통신위원장(이진숙) 탄핵, 감사원장(최재해) 탄핵 (시도), 국방장관(김용현)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 (…)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행사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겨레 김태형

10번의 계엄 선포 모두 군부·독재 시기

2024년 12월 한국은 전쟁이 벌어진 때(전시)도 아니고,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천재지변 또는 선전포고 없는 타국의 침략, 경찰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무력이 발생한 때(사변)도 아니다. 적과 교전 상태에 있지도 않다.(북한과 휴전 상태) 대통령으로서는 지금의 여소야대 정국이 답답할 순 있겠으나, 행정과 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의 경우 객관적으로 대통령의 판단에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비상계엄 선포 약 2시간 만에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2024년 12월4일 오전 1시께 가결)한 것에서 명백하다”며 “민주화 이후 보기 힘든 극단적인 여야 대립으로 국민의 시름이 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극도로 사회질서가 교란됐다고 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도대체 군사상의 필요나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군이 동원돼야 할 필요성을 누가 공감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1948년 8월15일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10번의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다. 모두 반공을 내세우고 민간인을 학살한 독재·군사정권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가장 최근인 1979년 10월27일 새벽 4시를 기해 1981년 1월24일까지 전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계기는 1979년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최규하 당시 국무총리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전두환씨를 필두로 한 신군부 세력의 12·12 쿠데타(군사반란)에 의해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은 전국으로 확대됐고, 이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그 전에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시기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제주 4·3(1948년 11월17일∼12월31일·이하 비상계엄 선포 기간)과 여수·순천사건(1948년 10월25일~1949년 2월5일)으로 계엄을 선포했고,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7월8일을 기해 계엄 상황을 유지했다. 이 밖에도 부산정치파동(1952년 5월25일~7월28일), 4·19혁명(1960년 4월19일~종료 미상), 5·16 쿠데타(1961년 5월16~27일), 6·3 항쟁(1964년 6월3일~7월28일), 10월 유신(1972년 10월7일~12월13일), 부마 민주항쟁(1979년 10월18~27일) 때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땐 그 이유와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과 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 현행 계엄법에서 정한 의무규정이다. 공고는 ‘관보’를 통해 한다. 관보란 국가가 국민에게 널리 알릴 사항을 수록해 발행하는 국가의 공식 기관지다. 확인 결과 1948년부터 1979년까지 선포된 비상계엄은 모두 그 이유와 종류, 시행일시, 시행지역, 계엄사령관이 관보에 게재됐다.

윤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 때 계엄 선포 이유와 계엄 종류(경비계엄이 아닌 비상계엄)를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시와 시행지역, 계엄사령관은 알리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야 계엄사령관으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된 사실이 전해졌고,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포고령을 통해 비상계엄의 구체적인 일시(2024년 12월3일 밤 11시)와 시행지역(대한민국 전역)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 정보는 ‘대한민국 전자관보’에 전혀 등록돼 있지 않다.

또 이번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은 국민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았다. 정부의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을 보면, 행정안전부는 국가비상사태 관련 상황 정보를 재난문자로 보내게 돼 있다. 행안부는 “재난 및 민방공 상황 발생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우려될 때 재난문자방송을 하지만 이번 비상계엄은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행정수반인 대통령은 지금을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여기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행안부는 사안을 다르게 본 것이다.

계엄일시·시행지역·계엄사령관 관보 게재 안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출입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비상계엄령의 내용도 위헌·위법적인 내용투성이다. 우선 박안수 계엄사령군(육군참모총장)이 발표한 포고령 내용은 명백하게 헌법에 어긋난다는 평가다. 12월3일 밤 계엄사 명의로 발표된 포고령 제1호는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한다”고 밝히면서 1항으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명시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행정부나 사법부, 언론에 대해서는 통제할 수 있지만 입법부인 국회의 활동까지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

비상계엄 포고령으로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면, 헌법 제77조 5항(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이 보장하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난입한 계엄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려 했는데 이러한 행동은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할 수 없도록 차단하려는 시도였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헌법재판소 연구관)는 한겨레21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행정부와 사법부는 통제하더라도 입법부(국회)를 통제하는 것은 제한돼 있어 윤석열 계엄 포고령은 위헌으로 보인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후속조치로 포고령이 나갔기 때문에 설사 계엄이 법적 절차를 거쳐 (합법적으로) 발표됐더라도 포고령의 내용만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12월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공동발의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전날 상황은 헌법과 계엄법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볼 어떤 징후도 없었고 △계엄 선포 뒤 국회 통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국민주권주의와 헌법 수호 책무 위반 △정당제와 정당 활동의 자유, 언론·출판과 집회·결사 등 표현의 자유,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등을 침해 또는 위반 △불법 군경 동원에 따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국회의원의 표결권 및 법률에 의한 국군 통수의무 위반 △대통령직의 성실한 수행의무 위반 △계엄법 위반 등으로 탄핵 사유를 구성했다. 윤 대통령이 법적 요건과 절차를 충족시키지 못한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헌정 질서를 유린했다는 점에만 탄핵 사유를 집중해, 국회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필요한 여당(국민의힘) 이탈표를 줄이려는 의도다. 또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후 헌법재판소 심리 과정에서 기각할 여지를 줄이고, 심리할 안건 자체를 줄여 신속하게 탄핵 결정에 도달할 수 있게 하겠다는 포석도 깔았다.

아울러 민주당은 12월5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을 공석인 야당 몫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헌법재판관 9명으로 구성되는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려면 7명 이상이 참여해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재판관은 6명뿐이고 3명이 공석인 상태다. 다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심판 과정에서 6명의 재판관만으로도 심리를 할 수 있다는 헌재 판단 때문에 일단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하면 헌재는 심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가 비상계엄령 해제를 가결한 2024년 12월4일 새벽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김용현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입법부 활동 제한하는 계엄 포고령 위헌

야 6당은 탄핵안에 윤 대통령이 발령한 비상계엄 선포가 형법상 내란 미수에 해당한다고도 썼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내란을 꾸미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내란죄를 저지른 건 윤 대통령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란죄를 구성하는 조건은 ‘국헌 문란’과 ‘폭동’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국헌 문란’은 형법 제91조에 설명이 나오는데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국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군용헬기가 국회 상공에 나타났고, 이후 총을 소지한 계엄군 230여 명이 국회 경내에 진입했다. 국회의사당 진입에 난항을 겪은 계엄군 일부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 안으로 들어가 본회의장 앞까지 접근한 것은 명백한 국헌 문란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군이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논의를 막기 위해 국회에 무장한 채 들어가 몸싸움을 벌이고 일부 시설을 부순 것은 폭동으로 봐야 한다”며 “형법 제87조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폭동’의 개념은 광의의 개념이다. 군부대라는 건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큰 물리력’이고 당연히 폭동의 개념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앞서 1997년 4월17일 전두환·노태우씨의 내란죄를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국회의사당을 병력으로 봉쇄하고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상당 기간 국회가 개회되지 못했다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국회라는 제도를 영구히 폐지하거나 변경하는 혁명만 국헌 문란에 해당하고, 그 밖에 폭력적인 방법으로 국회나 다른 기관을 마비시키는 것은 국헌 문란이 아니라는 부당한 결과를 빚는다”고 판시했다.(서울고법 96노1892)

같은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의 내용으로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나 외포심을 생기게 하는 해악의 고지를 의미하는 최광의(가장 넓은 의미)의 폭행·협박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개념이며, 그 정도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음을 요한다”고 봤는데 같은 맥락이라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폭동으로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내란죄 공범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이 12월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내란죄의 공범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의 문제도 남는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 권한이고 국무회의에서 계엄 관련 안건은 ‘의결 사항’이 아니라 ‘심의’만 가능하지만, 여기에 동의하거나 암묵적으로 시인했는지에 따라서 공범이 될 수 있다. 우선 12월3일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열린 계엄 심의 국무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가 관건이다.

현재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조태열 외교부, 김영호 통일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7명의 국무위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재 법무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참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 가운데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계엄 선포에 깊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보고, 두 사람을 윤 대통령과 함께 경찰에 내란죄로 고발했다.

서보학 교수는 “내란죄 규정 형법 제87조 2항을 보면 ‘내란 모임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라고 돼 있다. 국무위원이 ‘모의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고, 국방부 장관은 ‘참여와 지휘’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계엄법상 계엄은 국방부 장관이나 행안부 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게 돼 있다.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일차적 처벌 대상인 셈이다. 직책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고, 또 계엄이라는 행위의 성립을 도운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는 또한 “국회를 에워싸고 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한 경찰청장, 계엄사령관, 국회에 진입한 공수1여단장도 당연히 처벌 대상이다. (계엄사령관이 국회 투입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사령관은 어쨌든 그 직책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박안수 계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을 고발했다. 12월3일 밤 11시48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18분까지 국회에 병력 수송용 헬기가 24차례 착륙, 계엄군 230여 명(특수전사령부 707부대 등 소속)이 경내에 진입, 이 과정에서 창문을 깨는 기물 파손 행위가 ‘국가 기관의 무력화’고, 내란죄 공범에 해당한다는 시각이다.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을 국회가 아니라 당사로 소집해 사실상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진 추경호 원내대표도 ‘내란죄 공범’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12월4일 새벽 긴급 본회의를 열고 계엄령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는데, 이날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친한동훈계 의원 18명만 표결에 참여했고, 친윤석열계 의원들은 한 명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원인에 모임 장소를 계속 바꿔 공지해 혼란을 가중한 추 원내대표의 의원총회 소집 공고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추경호 원내대표가 계엄령 해제 결의안 표결에 같은 당 의원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의무를 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사실상 내란방조로 보인다”며 “이후에도 당론으로 윤석열 탄핵안에 대해 반대로 정하고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국회의원의 본질적인 책임을 버리고 논란 자체를 덮겠다는 것으로 보여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4년 12월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의 압도적 힘이 중요한 시간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12월3일 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은 내란죄 혐의로 형사 소추되고,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하면 동시에 탄핵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속도다. 대통령실의 주요 실무진이 사의를 표명하고, 국무위원들도 총사퇴가 임박한 상황에서 국정운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탄핵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여당은 윤 대통령 탄핵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당론을 정하고 나섰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정당이 두 쪽이 나는 경험을 했는데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국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회의원의 의무를 망각한 처사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비상계엄 선포 과정과 현재 대응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국민의힘과 정치인, 정파의 계산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지금부터는 언론의 방향 제시와 여론의 압도적 힘이 중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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