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이후 식사, 혈당 높인다
식단 구성·섭취 열량과 상관 없어
해 지기 전 식사 마치는 게 좋아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식이 요법이다. 열량을 얼마나 섭취하고 식단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혈당 수치가 달라진다. 식사 시간도 혈당 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이다. 늦은 저녁 식사는 체지방 증가 및 포도당 대사 저하와 관련이 있다는 건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2022년 하버드대 의대 연구에서는 평균보다 늦은 시간에 식사할 경우 포만감을 주는 렙틴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고 칼로리 소비 속도가 느려지며, 지방 조직에서는 지방 생성을 촉진하고 지방 분해는 억제하는 유전자 발현이 나타나는 걸 확인했다.
스페인 카탈루냐개방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늦은 저녁 식사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연구 결과를 공개학술지 ‘영양과 당뇨병’(Nutrition & Diabetes)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오후 5시 이후에 하루 총 열량의 45% 이상을 섭취할 경우 포도당 대사 능력이 저하돼 혈당 수치가 크게 높아지며, 이는 체중이나 체지방량, 하루 열량 섭취량 또는 식단 구성과 상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혈당 조절을 원한다면 해가 지기 전에 하루의 모든 식사를 마치라는 얘기다.
연구진에 따르면 그동안 전문가들은 늦은 식사가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것은 낮에 식사를 하지 못할 경우 배고픔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호르몬에 변화가 일어나 저녁에 초가공식품 같은 질 나쁜 음식을 찾는 경향 때문으로 생각했다. 이번 연구는 이런 통념과 달리 하루 섭취 열량, 체중, 체지방량에 관계없이 식사 시간 자체가 포도당 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50~70살의 과체중 및 비만 성인 26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2주간 저녁 식사 시간과 혈당의 관계를 살펴봤다.
연구진은 저녁 식사 시간에 따라 오후 5시 이전에 하루 열량의 대부분을 섭취한 그룹과 오후 5시 이후에 하루 섭취 열량의 45% 이상을 섭취한 그룹으로 나눴다. 참가자들의 하루 섭취 열량과 거대 영양소는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었다. 이들은 휴대폰 앱을 이용해 식사 시간과 식단을 실시간으로 촬영, 기록했다.
인슐린 분비 줄고 세포 활동도 둔감해져
실험이 끝난 뒤 연구진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OGTT)를 실시한 결과, 늦은 저녁 식사를 한 사람들은 체중이나 식단 구성에 관계 없이 포도당 내성(포도당을 대사하는 능력)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란 포도당 대사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아침 공복에 포도당 용액을 마시게 한 뒤 시간 경과에 따른 혈당 수치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포도당 투여 후 30분~60분 사이에 저녁 식사 그룹의 혈당 수치가 가장 높았다. 이들은 또 저녁에 더 많은 양의 탄수화물과 지방을 섭취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를 주도한 카탈루냐대의 다이아나 디아즈 리졸로 박사는 “뇌가 관장하는 생체시계의 일주기 리듬에 따라 밤에는 인슐린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고 이 호르몬에 대한 세포의 민감도도 둔해지기 때문에 우리 몸이 포도당을 대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식후 혈당이 효과적으로 조절되지 못하고 밤 사이 높은 혈당 수치가 이어진다. 리졸로 박사는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제2형 당뇨병과 함께 고혈당으로 인한 혈관 손상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지고 만성 염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하루 동안 소비되는 칼로리 양, 개인의 체중 및 체지방에 관계없이 식사 시간 자체가 포도당 대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의 영양 섭취 문제는 얼마나 많이 먹을 것인지, 어떤 음식을 섭취할 것인지에 초점을 뒀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언제 먹을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식사는 주로 낮 시간에 먹고, 하루중 최대 열량 섭취는 아침과 점심에 할 것을 권했다. 특히 밤에는 초가공식품, 패스트푸드,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의 섭취를 피하라고 강조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387-024-00347-6
Late eating is associated with poor glucose tolerance, independent of body weight, fat mass, energy intake and diet composition in prediabetes or early onset type 2 diabete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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