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중국萬窓] "승산없는 싸움은 하지 말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선의 병법"

"전쟁이란 나라의 중대한 일이다. 죽음과 삶의 문제이며, 존립과 패망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兵者 國之大事 死生之地 存亡之道 不可不察也·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
동양 병법서의 고전으로 꼽히는 '손자'(孫子)의 첫 구절이다. 전쟁은 예로부터 국가의 대사였다. 나라가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마법'(司馬法)을 쓴 사마양저는 "나라가 아무리 크더라도 전쟁을 좋아하면 망한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손자를 쓴 손무나 사마양저를 알았더라면 오만에 가득차 그처럼 무모한 전쟁을 벌이진 않았을 것이다. 손무는 "군주는 한때의 노여움으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되고, 장수 또한 한때의 분노로 전투를 해서는 안된다.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면 움직이고, 그렇지 못하면 바로 멈출 뿐이다"고 했다.
천하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중국에선 춘추전국 시대부터 병법서가 발전해왔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따르면 춘추시대 시해된 국주는 36명, 망한 나라는 57개국에 이른다. 이들 병법서는 단순히 군사 전략이나 군을 다루는 기술만 다룬 게 아니라 군주의 리더십과 국가운영 전략도 개진했다.
◇ 병법의 원전 '손자'
'무경칠서'(武經七書)는 고대 일곱 가지 병서다. '무학칠서'(武學七書) 또는 '칠서'(七書)라고도 한다. 춘추시대 말기 제나라 사람으로 오나라 왕 합려를 도와 활약한 손무(孫武)가 쓴 '손자'(孫子), 전국시대 위나라 오기(吳起)의 '오자'(吳子), 제나라 사마양저(司馬穰저)의 '사마법'(司馬法), 주나라 울요(蔚료)의 '울요자'(蔚료子), 당나라 이정(李靖)의 '이위공문대'(李衛公問對), 한나라 황석공(黃石公)의 '삼략'(三略), 주나라 여망(呂望·강태공)의 '육도'(六韜)가 그것이다. 송 나라 원풍연간(元豊年間, 1078∼1085)에 이들 병서를 무학(武學)으로 지정, 칠서라고 호칭한 데서 비롯됐다.'무경십서'는 이들 열 권을 엮은 책이다.
'무경칠서'의 공통적인 지혜는 백성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을 동일시했다는 점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보다 귀한 것은 없다. 전쟁은 천시와 지리, 인화 등 세 조건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으면 비록 승리를 거둘지라도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전쟁이라는 최후의 수단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다. 적을 오직 타도 대상으로만 보고 섬멸전에 초점을 맞춘 서양의 병서와 구분되는 점이다. 무경칠서는 "장수가 용병을 잘못해 전쟁에서 패하면 나라의 존망이 갈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 '지피지기 백전불태'… 싸우기 전에 미리 헤아려라
'손자'는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진 병법의 원전으로 꼽힌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이긴다'를 이상으로 한다. '시계'(始計)에서 '용간'(用間)편까지 1권 13편(篇)이다. 군사 전략과 용병술뿐만 아니라 정치와 외교의 본질, 인사(人事) 전반에 대해서도 비범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마오쩌둥도 '손자'의 병법을 중시했다. '손자'가 말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는 마오의 '모순론', '중국혁명전쟁의 전략문제', '지구전론'(持久戰論) 등에 인용돼 있다.
'손자'의 핵심은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말라 △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의 병법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싸우지 않고서도 이기는 게 최상이라고 강조한다. "싸우지 전에 헤아려라. 적이 강하면 피하고, 군신이 친하면 이간시켜라"라고 했다. 예를 들어 한나라 대장 한신은 제나라를 손에 넣기 위해 말 잘하는 사신을 보내 "대장군 한신은 1만 군사로 20만 조나라를 격파한 명장이다"며 겁을 줘 제가 싸울 의지를 없앴다. 한신의 위세에 겁을 먹은 제나라는 바로 항복했다.
'손자'는 1편 '시계'에서 전쟁전 살펴야 할 다섯가지(五事·오사)로 △도(道) ; 전쟁의 정당성(명분) △천(天) ; 사계절의 변화(기후) △지(地) ; 지세(지형) △장(將) ; 장수의 역량 △법(法) ; 군의 편제와 나라의 기강, 수송로, 보급 등을 꼽는다.
이와 함께 일곱가지 계책을 제시한다. △군주 중 누가 도를 갖추었는가 △장수는 누가 유능한가 △천시와 지리는 누가 얻었는가 △법령은 누가 잘 시행하는가 △병력은 누가 강한가 △병사들은 어느 쪽이 더 훈련돼 있는가 △상벌은 누가 분명한가가 그것이다. 이 일곱가지에서 적보다 우위에 서야 승리한다는 것이다.
2편 '작전'(作戰)에선 전쟁을 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전쟁은 승리를 귀하게 여기지 오래 끄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兵貴勝 不貴久·병귀승 불귀구)라며 전쟁비용을 미리 계산하고, 신속한 작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3편 '모공'(謀攻)은 모략으로 공략하는 법이다.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좋은 것이다. 최선의 용병은 모략으로 공격하는 것(伐謀·벌모)이며, 차선책은 외교를 활용하는 것(伐交·벌교)이다. 그 다음은 군으로 공격하는(伐兵·벌병) 것이며, 최악은 (적이 굳건하게 지키는) 성을 공격하는(攻城·공성) 것이다. 그러면서 손자는 △싸워야 할 때와 싸우지 않아야 할 때를 아는 것 △병력의 다수에 따른 용병술을 아는 것 △위와 아래가 한마음인 군대 △미리 준비하고 준비하지 않은 적을 기다리는 것 △장수가 유능하고 군주가 조종하려 들지 않는 군대를 승리하는 다섯가지 길이라고 강조한다.
4편 '형'(形)은 공격과 수비의 형세이다. 손자는 "적이 승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으며, 내가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적에게 달려 있다"고 한다. 5편 '세'(勢)는 내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며, 6편 '허실'(虛實)은 적의 강한 부분을 피하고 허약한 부분을 공격하는 법이다. 7편 '군쟁'(軍爭)은 '기동'(機動)과 비슷한 말이다. 전쟁에서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군을 이동하는 법이다. 8편 '구변'(九變)은 아홉가지 임기응변 책략이며, 9편 '행군'(行軍)은 기동에 관한 내용이다. 지형별 기동법, 행군 통솔법을 다룬다.
10편 '지형'(地形)은 전쟁터 땅의 모양에 따라 승리하는 법이다. 손자는 지형을 여섯 가지로 나눈다. 통형(通形)은 나도 갈 수 있고 적도 갈 수 있는 곳으로, 선점해 대비한다. 괘형(桂形)은 가기는 쉬우나 돌아오기는 어려운 곳으로, 적의 방비가 삼엄한 경우 자칫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지형(支形)은 나도 불리하고 적도 불리한 지형으로, 유인당해선 안되고 후퇴하며 반격을 노린다. 애형(隘形)은 좁고 막힌 곳으로, 재빠르게 입구를 점령하지 못했다면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험형(險形)은 험한 지형으로 먼저 점령했을 경우 시야를 확보하며 적을 기다리고, 적이 점령하고 있다면 섣불리 공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원형(遠形)은 멀리 떨어져 있는 지형으로, 먼저 싸우려고 달려드는 쪽이 불리하다.
11편 '구지'(九地)는 아홉가지 전쟁터의 형태로, 지형편을 보다 상세히 설명한다. 구(九)는 아홉이 아니라, 높다 · 깊다 · 많다는 뜻이다. 구지는 △산지(散地) ;흩어져 도망가기 쉬운 땅 △경지(輕地) ; 동요하기 쉬운 땅 △쟁지(爭地) ; 적이든 아군이든 점령하면 유리한 땅 △교지(交地) ;사방에서 출입이 쉬운 땅 △구지(衢地) ; 교통 요충지 △중지(重地) ; 매우 중요해 어떤 수로도 움직이게 할 수 없는 땅 △비지(비地) ; 꺼진 땅 △위지(圍地) ;사방이 산물·로 둘러싸인 땅 △사지(死地) ;위태로운 요소가 많은 땅 등이다. 12편 '화공'(火功)은 불로 공격하는 법이며, 13편 '용간'(用間)은 간자(간첩)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손자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을 추구했다.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두고 싸우는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도 그랬다. 명랑해전 당시 판옥선 13척에 초탐선 32척을 가진 이순신 장군은 왜군의 군선 330척에 대항, 왜군의 약점과 조선 수군의 강점을 먼저 파악하고 이를 극대화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 승리했다. 손자병법 전쟁 승리의 요소는 '보도보법'(修道保法)이라고 했다. 즉 먼저 정의로운 도(명분)를 세우고, 구체적인 전략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전쟁의 목적은 전쟁을 그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어"
'삼략'은 상략(上略) · 중략(中略) · 하략(下略)으로 돼 있어 삼략이라 하며, 모두 3권이다. '황석공삼략'이라고도 한다. 한나라 고조 유방을 보필한 군사 장량이 황석공이라는 노인에게서 받은 병법서라고 전해진다. 실전된 고대의 병서(군참, 군세)를 인용하며 논증하는 형식이다.
'육도'는 주나라 개국 공신인 강태공의 병법서다. 문도(文韜)·무도(武韜)·용도(龍韜)·호도(虎韜)·표도(豹韜)·견도(犬韜) 등 6권 60편으로 이뤄져 있다. 앞의 3 도(문도, 무도, 용도)는 정치에 관한 내용이며, 후의 3도 (호도, 표도, 견도)는 구체적 병법서다. 도(韜)는 본래 활이나 칼을 넣어두는 활집이나 칼집을 가르키는데, '감추다', '거둔다 '곳간' 등의 뜻도 있다. 따라서 육도는 '천하를 다스리고 군대를 움직이는 여섯 가지 비책'으로 풀이할 수 있다. 기원전 12세기 은나라 폭군 주왕을 무찌르고 주(周)나라를 세운 문왕과 그의 아들인 무왕이 태공망((太公望·강태공) 여상(呂尙)에게 나라를 다스리고 군을 움직이는 방법을 물으면 태공망이 답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오자병법'은 '도국'(圖國)에서 '여사'(勵士)까지 6편으로 된 병서다. 전국시대 초기 초나라의 재상으로 눈부신 업적을 남긴 오기가 초나라 신하가 되기전인 위 나라 장군이었을 때 섬기던 문후(文侯)와 그의 아들 무후(武侯)에게 병법을 설명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원래 48편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도국'(圖國)등 6편만 전한다. '손자'가 노자의 영향을 받은 병법서라면, '오자'는 법가 사상의 흐름에 속하는 병법서에 속한다. 오자는 군사들이 싸울 수 있는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며 '인경전'(人輕戰) 즉 사람이 싸움을 가벼이 여기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승리하여 천하를 얻는 자는 적으나, 망한 자는 많다", "작전에서 가장 큰 실패는 망설임에서 비롯되고 삼군의 재앙은 의심에서 생긴다"는 말을 남겼다.
'사마법' 역시 1권이고, '인본'(仁本)에서 '용중'(用衆)까지 5편으로 구성돼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 위왕 때 중신 사마양저가 저술했다. 전쟁의 목적은 전쟁을 그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데 있다는 대의를 바탕으로 역대 전쟁 사례를 통해 군사이론을 논술한 병법서다.
'울요자'는 기원전 220년경 만들어진 책이다. 전 5권으로 '천관'(天官)에서 '병령'(兵令)까지 24편으로 돼 있다. 진나라 진시황을 섬기던 전략가 울요의 정치와 전쟁에 관한 정공법을 다룬 책이다. 정치, 경제, 군령, 군제를 다룬 병서로 현실적이며 신중한 정치관과 사상을 보여준다. "길흉을 좌우하는 것은 인간의 힘이다", "명령을 아무렇게나 바꾸면 안된다", "먼저 싸우지 말라" 등의 말을 남겼다. '이위공문대'는 당나라의 명장 이정이 2대 황제인 태종(太宗)의 질문에 답해 병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제왕확을 진언한 것이다.상 · 중 · 하의 3권이다. 이정은 "권위가 애정에 좌우하면 실패한다", "부하의 사기를 살펴 전쟁에 임한다"고 충언한다.
이밖에 '손빈병법', '제갈량집', '36계' 등도 병법서로 분류될 수 있다. 손무의 후손으로 전국시대 초기 제나라에서 활약한 손빈이 지은 '손빈병법'(孫빈兵法)은 손무의 자손으로 알려진 손빈의 언행을 모은 것이다. 모두 30편으로, 손자와 오자병법을 바탕으로 군사사상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전국시대 대표적인 병법서다. '제갈량집'(諸葛亮集)은 7배나 강한 조조의 위나라를 상대로 다섯차례의 전쟁에서 호각으로 싸운 촉의 천재 군사 제갈공명의 병법서다. '36계(三十六計)는 어느 시대에 만들어진 책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고대 병법의 핵심을 모은 것으로 지도자의 필독서로 여겨져왔다. 36가지 계략 중 마지막 36계 "이도저도 안되면 도망쳐라"라는 뜻의 '주위상'(走爲上·도망치는 것이 최상)으로 유명하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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