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분쟁에 휘청이는 K바이오… "협상전략 고도화, 전문인력 확대를"

이재명 2024. 12. 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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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특허권을 둘러싸고 해외 빅파마의 견제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5일 특허청이 미국 법률 서비스 기업 렉스마키나를 통해 집계한 결과, 미국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화학·바이오 분야 특허침해 소송은 올 8월까지 6건이다.

삼천당제약, 동아에스티, 종근당,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많아져 오리지널 약을 개발한 빅파마의 특허 공세도 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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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국기업 바이오 특허소송 증가세
대규모 과징금 맞고 존폐 위기 몰리기까지
"법원도 해외 공세 대응할 전문성 높여야"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특허권을 둘러싸고 해외 빅파마의 견제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해외 진출이 늘면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치밀한 지식재산권 전략이 부족할 경우 소송전으로 과도한 법률 비용을 소모하면서 시장 진입 시기를 놓치고 성장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5일 특허청이 미국 법률 서비스 기업 렉스마키나를 통해 집계한 결과, 미국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화학·바이오 분야 특허침해 소송은 올 8월까지 6건이다. 2019년 3건, 2020~22년 각 2건, 지난해 4건과 비교해 늘었다. 2021년(110건)을 정점으로 올 8월(68건)까지 점차 감소해온 전기·전자 분야와 달리 바이오 분야는 증가세다. 특히 올해 소송 6건 중 피소가 5건이다.

몸에 달고 다니는 인슐린 펌프를 개발한 이오플로우는 지난 3일 미국 특허소송 1심에서 패해 자기자본의 877%에 달하는 6,337억 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이오플로우는 즉각 항소를 밝혔지만, 소송을 제기한 미국 기업 인슐렛은 세계 각지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오플로우는 인슐렛의 경쟁사 메드트로닉과 7억3,800만 달러(약 1조 원)에 맺은 인수 계약이 무산됐고, 존폐 위기에 놓였다.

정맥주사 약을 피하주사 형태로 바꾸는 기술을 보유한 알테오젠은 최근 미국 골드만삭스가 이 기술이 경쟁사 할로자임의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8조 원 이상 증발했다. 알테오젠은 미국 머크(MSD)와 함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피하주사로 바꾸는 중인데, 키트루다가 지난해 세계 1위 매출(약 35조 원)을 올린 만큼 파급력은 클 것으로 추정된다. MSD가 미국 특허청에 할로자임의 특허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승패를 떠나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은 리스크로 남아 있다.

국내 화학·바이오 기업 상대 미국의 특허침해소송 현황

특허분쟁 증가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폐렴구균 백신의 연구용 원액을 러시아에 수출한 걸 두고 이 백신 특허를 보유한 화이자가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1심에서 화이자 손을 들어주면서 업계에선 논란이 커졌다. 완제품과 연구용 원액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달 2일 2심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 승소로 결과가 뒤집혔다.

결국 기업은 물론 법원도 특허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허심판에 전문심리위원과 기술심리관 참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김 의원은 “글로벌 기업이 후발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특허분쟁을 일으키는 사례도 있는 만큼 심판의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천당제약, 동아에스티, 종근당,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많아져 오리지널 약을 개발한 빅파마의 특허 공세도 늘 전망이다. 박예슬 알엑스리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개발 단계부터 특허 이슈를 검토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 확대와 기업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연구원들이 바이오의약품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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