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꼴찌, 건전성 흔들…보험사 연말 퇴직연금 시장서 외면?
올해 보험 퇴직연금 수익률 은행·증권에 뒤쳐져
왕년의 강자 롯데손보 보유분 더 줄일지 관심
연말 퇴직연금 전환 및 유치를 앞두고 퇴직연금시장에 15조원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일부 보험사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들어 평균 수익률이 은행·증권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에서 새 건전성 지표인 킥스(K-ICS) 비율까지 200% 미만인 회사들은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과거 퇴직연금 강자로 불렸던 롯데손해보험이 킥스 부담에 보유 물량을 더 줄일지 주목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말 대어급 기업들의 퇴직연금 전환을 앞두고 사업자들 간 치열한 유치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KT·엔씨소프트 등 재계 전반에서 불어닥친 희망퇴직 바람까지 합세하면 올 연말 15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연말 시장에 15조 풀린다
기존보다 늘어난 규모에 은행·증권·보험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결국 보험사 패배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수익률이 은행·증권사에 뒤지고 있는 데다, 경과조치 전 킥스가 200%가 안되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적립금 규모가 가장 큰 확정급여형(DB) 보험사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1년 평균 수익률이 6.01% 수준에 그쳤다. 은행(10.04%), 증권사(9.27%)에 비해 3~4%포인트가량 낮았다. 원리금 비보장형의 경우 확정기여형(DC) 뿐 아니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도 보험사 수익률이 모두 10.54%로, 은행·증권사와 비교해 약 1~2%포인트 낮게 나타나며 업계 최저 수익률을 보였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할 때 재무건전성 평가가 중요 지표로 사용된다. 은행은 국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증권사는 순자산비율, 보험사는 킥스가 주로 꼽힌다. 보험사 퇴직연금사업부 관계자는 "입찰 시 절대 조건은 아니지만 건전성 기준인 킥스 비율 만점을 200%로 놓고 채점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건전성도 '위태위태'
금감원이 낸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보험사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은 201.5%로 전분기보다 5.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킥스 경과조치(적용유예)는 위험산정 요소를 선택할 수 있는 등 적용사항을 유예해주는 조치다.
퇴직연금 사업자로 나서는 주요 보험사들마저 200%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래에셋생명(198.0%), 한화손해보험(171.7%), 현대해상(169.7%), 동양생명(166.2%), 한화생명(162.8%), 교보생명(161.2%), 롯데손보(139.1%) 등이다. 문제는 이들의 킥스 비율이 9월 말 기준으로 더 떨어진 데다, 금융당국의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변경으로 향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배당은 물론 퇴직연금 입찰에서까지 불이익을 보지 않으려면 킥스 비율 200%를 넘기는 게 중요하다"면서 "롯데손보, 한화생명 등 최근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는 것도 자구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밸류업? 또 실망'…법인세만 더 낼 삼성생명·화재·DB손보(10월7일)
롯데손보에 쏠리는 시선
롯데손보가 퇴직연금을 더 덜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의 퇴직연금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8759억원으로 업계 상위권인 현대해상(1조4832억원), DB손보(1조4481억원)보다 많다. 과거 퇴직연금 강자 시절에선 한 발짝 물러났지만 여전히 자산 규모 대비 보유 물량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퇴직연금은 저축성보험처럼 금리 민감도가 커 금리 인상기에는 대체로 킥스 비율을 낮춘다. 상품구조상 부채 듀레이션보다 자산 듀레이션이 더 긴 구조라 금리가 상승하면 부채 감소 폭보다 자산 감소 폭이 더 커져 결과적으로 자본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금리 인하기에는 그 반대지만, 물량 자체가 많아 포트폴리오 상 자산배분이 편중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와 더불어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는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경우 보험계약부채가 아닌 투자계약부채로 분류된다. 통상적인 보험사의 투자계약부채는 10% 내외이지만 롯데손보는 지난 6월 말 기준 53%로 업계에서 가장 높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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