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경제 덮친 탄핵 정국…박근혜 땐 반도체라도 좋았다

임지선 기자 2024. 12.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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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탄핵 땐 어땠나
주가·환율 휘청 비슷했지만
수출 경기·외국인 수급 안정
이번엔 계엄 후 7000억 증발
내수업종 변동성 커지는데
정치 리스크로 경제 더 암울

탄핵 정국이 시작되고 대내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6년 하반기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본격화되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환율과 주가가 출렁였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당시는 반도체 경기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해 수출 경기가 괜찮았고, 외국인 수급도 안정적이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 전망마저 어두운 현 상황이 더 우려스럽다는 의미다.

경향신문은 5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추진의 단초가 됐던 2016년 10월24일 이른바 ‘태블릿PC’ 보도, 그해 12월1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 등 3개 시기로 나눠 분석했다.

분석 결과, 코스피지수는 태블릿PC 보도일(2047.74포인트)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검찰의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특검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11월2일 종가 기준으로 2000선이 무너졌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한 달여간 1950~1960선을 횡보했다. 태블릿PC 보도 이후 4%가량 하락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태블릿PC 보도일 달러당 1131원이었으나 11월21일 1186원까지 올랐고,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인 12월28일 1210.5원까지 상승했다. 태블릿PC 보도일과 비교하면 7% 오른 것이었다.

당시 환율은 미국 대선 결과의 영향도 컸다. 2016년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당시에도 ‘트럼프 트레이드’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았다.

당시 탄핵 정국 초입에서의 증시와 환율 움직임만 보면 최근과 상황이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었다.

2016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경기는 슈퍼 사이클에 진입해 수출 이 호조를 보였다. 2016년 3분기 -0.8%였던 재화수출은 4분기에 0.8%로 플러스 전환했고 이듬해 1분기 4%까지 늘었다.

2016년엔 주식시장의 외국인 수급도 양호했다. 당시 10월24일부터 12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75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12월 중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2017년 1월부터 3월13일까지 4조5600억원 순매수를 나타났다. 반면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4~5일 이틀간 외국인은 7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올 하반기 이후 순매도 규모만 18조원에 달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사태에 대한 해외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며 “국내에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라도 하는데, 해외에선 정말 쇼크(충격)가 온 것이라 제 전화기, e메일로 정말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질문이 왔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도 이번 상황에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인 2016년 4분기 민간소비도 전 분기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3분기에 0.4%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소비심리가 상당히 위축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대외변수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국내 불확실성까지 커진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반도체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에 정치 리스크가 얹어지면서 IT업종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내수업종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데 정치 리스크 해소가 반등의 필요조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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