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100일 하태경 보험연수원장 “금융업 아직 후진국, AI·교육 강화할 것”

이학준 기자 2024. 12. 6.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 “성과로 말하겠다”
“선진국 보험사 되려면 증시 밸류업 필수”
“AI 설계사 추천 서비스, 2년 뒤 출시 목표”
“국민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 강화할 것”
지난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보험연수원에서 3선 국회의원 출신 19대 보험연수원 하태경 원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성과로 이야기하겠다. 보험연수원은 작은 벤처회사 같은 곳이다. 나 같은 사람이 왜 필요했는지, 내가 정말 일을 잘했는지는 수치로 드러날 것이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하태경(56) 보험연수원장은 지난 4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더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하태경 원장은 지난 9월 1일 임기를 시작해 오는 9일이면 취임 100일째를 맞이한다.

하태경 원장은 정부의 증시 밸류업 정책과 고려아연 사태 등 보험산업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주제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며 구설수에 올랐다. 본업보다 3선 의원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전임 보험연수원장들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어도 발언은 자중했다.

하태경 원장은 ‘보험맨’으로 꼭 필요한 목소리였다고 강조했다. 증시 환경을 바꾸고 금융 정책의 변화를 끌어내야 보험산업도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밸류업 없이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높아질 수 없고, 허술한 규제 일변도 정책 아래에선 보험산업의 발전도 멀었다는 의미다.

하태경 원장은 보험산업에 인공지능(AI) 도입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을 임기 내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미 AI 보험 영업 교육을 시작했고, AI를 통한 보험 설계사 추천 서비스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국가AI위원회의 교육소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음은 하태경 원장과 일문일답.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보험연수원장으로 발탁된 것인가.

“금융권에 대한 정부 통제가 심하고 폐쇄적이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금융권에 수혈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여러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쓴소리도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마침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싶어 새로운 일을 찾다가 자원하게 됐다. 성과로 평가받겠다. 나 같은 사람이 정말 필요했는지는 매출 증대 등 수치로 드러날 것이다.”

―밸류업 정책 등이 보험산업과 연관돼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선진국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비싸게 받아 돈을 벌지 않는다. 가진 자산을 잘 운용한 수익으로 돈을 번다. 선진국 보험산업이 되려면 보험사의 자산운용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국내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은 해외 보험사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보험사는 부동산에 30~40%, 채권에 30~40%, 주식에 20% 투자하는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수익률은 0%에 가깝다. 증시 밸류업이 선행돼야 국내 보험사들도 선진국 보험사처럼 수익을 낼 수 있다. 경영진들도 선진기법을 도입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전경. /뉴스1

―국내 보험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제도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보험사의 새로운 회계제도(IFRS17)가 올해 11월 바뀌었는데, 소급 적용한다고 하지 않나. 올해 제도가 변했으면 적어도 내년에 도입해야 한다. 교육제도도 3년 뒤에 바뀐다. 이렇게 되면 해외 금융사가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보험업계는 금융 당국이 시장에 과하게 개입한다고 불만이지만, 소비자를 위한 개입은 어쩔 수 없지 않나.

“한류문화와 제조업은 세계 최고인데, 금융만 우물 안 개구리다. 국회에 있으면서 사고가 터지면 여러 규제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너무 꽉 막아버리면 안 된다. 정부 기관이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관례도 없어져야 한다. 가령 미국에는 해킹에 대비하기 위한 사이버 보험이 발달했는데, 국내에서는 법을 너무 경직되게 해석해 신상품 통과가 잘 안되는 것으로 안다. 이런 것들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보험사들이 다양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업종 다양화를 허용해야 한다. 한국이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가 잘 안되는 것도 데이터를 가지고 신상품을 만들면 안 된다는 규제가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을 격려하고 도와줘야 하는데, 새로운 업종에 진출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요양업도 하는데, 요양시설 건물을 임차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돈이 많은 보험사만 할 수 있는 사업이 된다. 모두 금융업의 발전을 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보험연수원에서 3선 국회의원 출신 19대 보험연수원 하태경 원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보험산업에도 AI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규제 민감도가 큰 보험산업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단계적으로 도입을 해야 한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마케팅·홍보 등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중국만 보더라도 사고가 나면 곧바로 진단해 보험금을 주는 데 AI가 활용된다. 한국보다 더 발전돼 있다. 이제 AI를 모르면 죽는 시대다. 보험산업도 30~40% 정도 온 것 같다.”

―AI 도입에 보험연수원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내년에 ‘AI 아카데미’라는 새로운 커리큘럼을 공개할 계획이다. 보험 설계사와 보험사 직원들의 직무를 잘게 쪼갠 뒤 각각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정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AI 보험 마케팅과 AI를 활용한 홍보,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AI 금융 교육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AI를 활용한 보험영업을 주제로 한 강의를 시작했고, 40여 명이 수강해 반응이 좋았다.”

―AI를 활용한 보험 설계사 추천 서비스도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담당 직원도 뽑고 기획서도 작성 중이다. 보험연수원이 교육기관이다 보니 보험 설계사들의 교육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결합해 설계사의 자격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설계사가 어떤 교육을 이수했는지 보여주거나, 별점처럼 고객의 평가를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고객의 상담 내용도 데이터화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부터 서비스를 개발해 내후년쯤 출시하는 게 목표다.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지만, 공공성이 강한 보험연수원이 적합한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보험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확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취업을 잘하려는 교육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번 돈을 잘 굴릴 수 있는지와 같은 금융교육이 국민 교육의 근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당장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우니 보험연수원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연수원 입장에서도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임기가 끝난 뒤 거취는 고민 중인가.

“한국이 지속 가능한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갈림길에 서 있는데, 핵심은 금융인 것 같다. 우선은 금융권에 몸담고 있으니 금융 시스템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기여를 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내 역할을 하겠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서울대 물리학 학사 ▲고려대 국제통상협력학 석사 ▲중국 지린대 세계경제학 박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19대 국회의원 ▲20대 국회의원 ▲바른정당 최고위원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21대 국회의원 ▲국가인공지능위원회 교육소위원회 위원장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