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쓰레기 문제 해결할래요”… 보고 배우며 과학자의 꿈 쑥쑥
우주센터 위성-로켓 관찰하며… 다양한 발명 아이디어 쏟아내
모리미술관 등 예술작품 관람… 과학에 인문학적 상상력 녹여
한국 발명 인재들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쓰쿠바 우주센터를 견학하며 우주 발명품 아이디어를 냈다. 미술관을 관람하면서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과학 기술에는 인문학도 접목돼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다는 소감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와 국립중앙과학관이 공동 주관한 제4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수상자 8명은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과학문화탐방에 참여해 JAXA 연구소와 과학관, 미술관 등을 둘러보며 발명 영감을 얻었다. 이번 행사에 함께한 hy(옛 한국야쿠르트)는 1979년 제1회 대회부터 단독 후원하고 있다.
● “우주쓰레기 제거하는 기술 개발할 거예요”
쓰쿠바 우주센터는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 로버 등을 연구하는 곳이다. 일본 최신 최대 규모 우주발사체 ‘H-3’와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가 개발됐다. 연구소 견학 중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일본 실험 모듈 키보(Kibo)와 지구 온난화를 추적하는 환경 변화 감시 위성 이부키(IBUKI)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밖에서 먹는 ‘우주식(space food)’의 변천사도 소개됐다. 학생들은 우주식이 점차 지상에서 먹는 것처럼 맛이 좋아지고 형태도 다양해진다는 설명을 듣자 맛이 궁금하다며 판매 중인 우주식을 기념품으로 챙겨 가기도 했다.
쓰쿠바 우주센터에는 1955년 개발된 초기 로켓인 길이 23cm의 초소형 고체연료 발사체 ‘펜슬 로켓’도 전시됐다. 포항 신광중 3학년 김태형 군은 “로켓은 수십 m 이상으로 큰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작은 로켓도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기계나 회로를 다루는 데 관심이 많다고 밝힌 김 군은 쓰쿠바 우주센터 견학을 마치고 “나중에 우주 환경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해 보고 싶다”며 “자기장을 활용해 우주쓰레기를 뭉쳐 정리하는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김 군은 이번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까지 매년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다. 김 군은 “재생에너지로 작동하는 발명품 등 머릿속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지금은 비밀”이라고 했다.
● “인문학-예술적 소양 갖춘 과학자로”
이번 해외 연수에서는 과학과 인문학, 예술을 융합하기 위해 마련된 미술관 관람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일본 모리미술관과 국립신미술관을 관람하며 사물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키웠다.
세종 한솔고 2학년 김예원 양은 모리미술관 전시를 관람한 뒤 “수많은 작품 중에서 딱 하나만 집에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작품을 볼 때 사소한 부분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어 좋다”며 ‘나만의 미술관 감상법’을 소개했다.
이어 “예술 자체가 과학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계속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김 양은 “과학적으로만 생각하면 사고가 굳는다”며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려면 과학만 잘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반도체·컴퓨팅 솔루션 기업인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처럼 미래에 정보기술(IT) 기업을 이끌고 싶다는 김 양은 평소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것을 찾아 메모해 두는 습관이 있다. 김 양은 “불편을 해결할 방법은 많기 때문에 정확히 뭐가 불편한 건지 찾는 게 관건”이라며 “예를 들면 최근 이어폰의 노이즈캔슬링 성능이 좋아졌는데 주변 위험을 인지해서 알려주는 발명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탐방 기간에 방문한 일본 도쿄 과학기술관, 기상과학관, 국립과학박물관 등은 모두 관람객이 몸으로 상호작용하는 요소가 풍부해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청주 봉정초 6학년 장민준 군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충주 중앙탑중 2학년 용휘랑 군은 “무거운 공을 도르래나 크레인 등 공학적 장치를 사용해 옮겼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도쿄=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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