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의 환경칼럼] 플라스틱 쓰레기, 너무 죄의식 가질 필요는 없다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2024. 12. 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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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유출 쓰레기 韓, 필리핀의 1000분의 1
선진국 방치 쓰레기 총량 전 세계의 1%도 안 돼
플라스틱 오염은 ‘개도국 현상’ 소비 증가는 억제시켜야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목표로 했던 부산 협상이 결실을 못 거두고 지난 2일 폐막했다. 핵심 쟁점은 플라스틱 생산량 규제였는데 산유국들 반대가 거셌다. 그런데 부산 협상을 보면서 왠지 남의 다리를 긁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듯한 협정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플라스틱 오염 해결에 무슨 큰 효과가 있었겠나 하는 의문에서였다. 플라스틱 오염을 다룬 두 논문을 읽고 나서 갖게 된 생각이다.

하나는 영국 리즈대 연구팀의 지난 9월 네이처 논문이다. 전 세계 도시 5만곳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노천 소각되거나 처리 과정 없이 그냥 버려지는 양을 추산했다. 머신러닝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발생량 추정 모델을 구축했고, 축적된 실측 자료로 모델을 검증했다.

그 결과, 전 세계 방치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은 연 5210만톤으로 추정됐다. 그 가운데 대략 절반은 노천 소각되고 절반은 환경 중으로 흩어져 오염을 유발했다. 그런데 방치 쓰레기의 거의 전부가 인도(930만톤), 나이지리아(350만톤), 인도네시아(340만톤),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1330만톤) 등 개도국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다. 선진국 그룹인 유럽·북미·오세아니아를 다 합쳐야 연간 45만톤, 전체의 1%가 채 안 됐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1인당 플라스틱 방치 쓰레기 양은 100대1 비율이었다.

어드밴스트 사이언스에 2021년 4월 실린 네덜란드 연구진의 다른 논문은 세계 하천 3만곳에서 바다로 흘러 나가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을 추적했다. 인구 분포, 토지 이용 현황, 수거 처리 시스템, 강우량과 강우 패턴, 토지 경사도, 강까지 거리 등 변수를 토대로 모델을 구축했고, 14국 136개 현장 연구를 반영해 모델을 보정했다.

논문은 전 세계 하천을 통한 바다 유출 플라스틱 쓰레기를 연 100만톤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유출량의 35%가 필리핀(35만6000톤) 한 나라에서 나왔다. 7600개 섬, 비와 태풍의 나라라는 특성이 반영됐을 것이다. 필리핀을 포함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미얀마·베트남·타이 등 동남아 6국 배출량이 58만톤이나 됐고 인도·방글라데시까지 합치면 동남아·남아시아 배출량이 73만톤이었다. 반면 한국은 연 387톤이었다. 다른 선진국들도 수백t 수준에 그쳤고 미국(2431톤), 일본(1835톤)만 1000톤 이상이었다.

플라스틱 소비량 자체는 선진국이 아프리카·인도·동남아에 비해 훨씬 많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분리 배출과 수거, 재활용으로 환경 유출량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우리 주변을 살펴봐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길바닥에 버려지거나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는 좀체 없다. 마산만, 인천 앞바다 등에서 그물·로프·부표 등에 의한 플라스틱 바다 오염이 심각하지만 그건 어업 관행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률은 80%에 달한다. 다만 재활용 플라스틱의 3분의 2가 시멘트 소성로와 발전소 등에서 열회수용으로 소각되고 있다. 플라스틱에는 용도에 따라 가소제·착색제·유연제 등 많은 화학물질이 첨가되기 때문에 종류가 다른 쓰레기를 모아 재활용하면 질의 저하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한두 차례 재활용되는 게 고작이다. 열심히 재활용해도 현재로서는 소각 처리까지의 시점을 다소 연장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이런 소각을 재활용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플라스틱을 분리 배출하는 주부들이 사정을 알면 속상해할 것이다.

플라스틱의 재질과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첨가 물질을 억제해 열회수 방식이 아니라 물질회수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새 플라스틱의 원료로 재탄생시키는 기술도 절실하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아직은 상온 분해력이 떨어져 큰 도움을 못 주고 있다.

과제가 많지만, 적어도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수준 국가에서는 주변 환경이나 바다에 플라스틱을 마구 유출시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해 너무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선진국들이 일제히 플라스틱 소비를 그만둔다 해도 세계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을 개선하는 데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거북과 고래 등 바다 생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을 받는 끔찍한 사진이 많지만, 인간이 어업 남획으로 바다 생태계에 가하는 충격에 비해서는 털끝 수준이다. 거북 코에 박힌 플라스틱 빨대 때문에 쓴맛이 남는 종이 빨대를 쓰는 식으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문제다. 현재 27억톤, 전체의 5% 비율인데 향후 플라스틱 소비가 늘면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세 플라스틱도 그렇고 기후변화 때문에라도 플라스틱 소비는 가능한 한 줄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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