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中 가전에 있고 韓 가전에 없는 것
요새 가전 ‘3종 신기’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로봇 청소기를 들이고 싶어도 선뜻 주저하는 또래가 많다. 바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으로, 거실 한가운데 높이 2~3cm 아기 매트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 매트의 턱은 로봇 청소기에는 그동안 ‘통곡의 벽’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 로보락이 출시한 한 로봇 청소기가 이 벽을 넘었다. 이 제품은 앞바퀴를 번쩍 들어 최고 4cm 높이 턱을 돌파할 수 있다. 로보락은 이미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을 석권한 1위 업체다. 이미 신혼부부 사이에 180만원대 로보락 로봇 청소기는 ‘프리미엄’ 인식이 박혔다. 로보락은 로봇 청소기를 지렛대 삼아 최근에는 일체형 세탁 건조기까지 출시했다. 삼성전자·LG전자 아성인 국내 백색 가전 시장에서 제대로 겨루겠다는 것이다.
로보락뿐이 아니다. TCL(TV), 샤오미(선풍기) 등 중국 가전은 이미 한국 안방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수출입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산 가정용 전자 제품 수입 규모는 41억5750만달러(약 5조87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1% 늘었다.
테크 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전자 산업의 흐름이 일본한국중국 순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단순히 ‘중국이 한국을 잘 베껴서 잘나간다’고 매도하기엔, 그들에게 있고 우리에게 없는 것이 너무나도 명확했다.
바로 ‘빠른 혁신’이다. 중국 기업들은 새로운 기능이 있으면 바로바로 시장에 출시해 소비자 평가를 받는다. 중국 로봇 청소기 업체는 매년 물걸레 자동 띄움, 쭉 펴지는 로봇 팔 걸레 등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고장이 잦고 악취가 난다는 소비자 평가가 있으면 아랑곳하지 않고 보완해 다음 해 새 제품을 내놓는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삼성전자가 몇 년 새 모습이 비슷한 폴더블폰을 내놓을 때, 중국 업체들이 더 얇고 가벼운 제품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9월에는 화웨이가 세계 최초로 2번 접히는 폴더블폰을 출시했다. 비록 화면 내구성이 약해 펼치다 파손됐다는 후기가 많이 올라오지만, 한번 시장에 내본 중국 기업과 연구실에서 실험만 해본 국내 기업의 경험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위기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한 국내 전자 대기업은 지난 3월 상하이 가전 쇼에 가전 부문 임직원을 대거 보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미국 가전 업체들이 모이는 CES보다도 TCL, 하이얼, 하이센스 같은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더 두려워 직원들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후발 주자를 얕보다 순식간에 밀려난 일렉트로룩스, 파나소닉을 우리는 기억하지 않는가. 국내 기업들이 느낀 위기감과 불안감의 결과물을 늦지 않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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