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연이틀 광화문 수놓은 촛불···"국민에 총 겨눈 尹 용납 못해"

정다은 기자 2024. 12. 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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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때도 집회에 안 나갔는데 이번에는 국민들에게 총칼을 겨눴다는 사실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나왔습니다."

'12·3 계엄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이 5일에도 연이틀 광화문의 밤을 수놓았다.

오후 7시 30분께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지오디의 '촛불하나'와 풍물놀이패 연주를 들으며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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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 추산 2만명 인파 몰려
남녀노소 한마음으로 尹 규탄
내일도 6시 여의도에서 집회
5일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정다은 기자
[서울경제]

“박근혜 탄핵 때도 집회에 안 나갔는데 이번에는 국민들에게 총칼을 겨눴다는 사실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나왔습니다.”

‘12·3 계엄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이 5일에도 연이틀 광화문의 밤을 수놓았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대회’를 열었다.

연이틀 열리는 집회지만 열기는 첫날보다 오히려 뜨거웠다. 집회 시작 약 20분 전부터도 무대 앞 ‘명당’ 자리는 물론 길 가장자리까지 사람들로 빽빽 들어찼다. 집회 시작 후에도 인파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1시간도 되지 않아 집회 무대에서 세종로파출소 앞까지 130m가량 되는 길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실제 이날 집회 참가자는 집회 측 추산 약 2만 명으로 전날(1만 명)보다 두 배 많은 인원이 몰렸다. 경찰 비공식 추산은 2500명으로 전날과 똑같다.

5일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모습이 집회 무대 위 설치된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다. 정다은 기자

사람들은 한 손에는 촛불, 한 손에는 ‘내란죄 윤석열 퇴진’ ‘퇴진 광장을 열자’ 등 피켓을 손에 들고 전날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날에는 ‘국민의힘 해체하라’ ‘국민의힘 공범이다’ 등 여당을 규탄하는 구호도 추가됐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까닭이다.

이날 시위는 형식부터 분위기까지 8년 전 촛불시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대중가수와 자유발언자들이 무대에 오르면 떼창과 박수갈채로 화답해 흡사 축사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 가면을 쓰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옆에서 집회하는 보수 단체를 겨냥해 본인을 ‘지옥에서 온 빨갱이’라고 소개하는 등 유머러스함이 가득했다.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오는 7일 탄핵안 가결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지만 참가자들은 낙담하지 않고 현장을 즐겼다.

5일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대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윤석열 대통령 가면을 쓴 채 춤을 추고 있다. 정다은 기자

참가자 연령대 역시 청소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세대별로 경험은 다 다르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에 분노하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았다.

본인을 학교밖청소년으로 소개한 이주희(19) 씨는 “교과서에서만 보던 일을 겪다니 심장이 두근대서 (4일) 오전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원래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윤석열이 퇴진할 때까지 매일 시위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수업이 끝나고 온 서울대생 김 모(21) 씨는 “원래 정치 성향이 보수인데 나라가 정말 잘못돼가는 것 같아서 오게 됐다”며 “토요일에 더 큰 집회가 있다고 해서 그것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휴학생 고 모(21) 씨는 “휴학하고 취업준비 중인데 늦은 밤 느닷없이 계엄령 소식을 듣고 한 숨도 못 잤다”며 “2016년에는 초등학생이었어서 촛불시위에 못 나갔는데 당시 나가셨던 분들께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집회에 매일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모(56) 씨는 “전두환 정권 밑에서 전투경찰 생활을 했어서 군인이 국민들에게 총칼을 겨누는 게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것인지 안다”며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까지 쳐들어갔다는데 이는 명백한 내란죄”라고 주장했다.

김 모(48) 씨는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성북동에서 퇴근하자마자 왔다”며 “2016년 촛불집회에도 참석했었는데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오후 7시 30분께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지오디의 ‘촛불하나’와 풍물놀이패 연주를 들으며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시민들은 서울역을 거쳐 남영역 사거리까지 행진한 뒤 오후 8시 40분께 해산했다. 민주노총 측은 내일(6일)은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오후 6시, 7일엔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오후 3시에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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