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경수 "탄핵은 국민의 명령···시민과 함께 할 것"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귀국해 "지금은 탄핵의 시간"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조금이라도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밝혔다. 또 조기 대선이 실시되면 출마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차분하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5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계엄 사태로 대한민국 위상은 국제사회에서 땅에 떨어졌다. 이런 위기를 초래한 무모한 권력에 대한 탄핵(탄핵소추)은 거스를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탄핵에 반대하면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음으로써 내일의 범죄를 부추기는 참으로 어리석고 위험천만한 일이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계엄 세력이) 또다시 계엄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나. 지금은 탄핵의 시간이자 국민의 시간"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계엄 시도로 우리 경제에 미친 후폭풍은 매우 심각하다. 우리 기업과 자본이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 더 어려워졌고 (남북분단 등으로 인한) 코리아디스카운트는 더욱 확대됐다"라며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지사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이 또다시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나오게 만든 이 상황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은 국민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힘도 국민 분노를 눈으로 확인하면 변화가 있으리라 생각한다"라며 "지금은 이 정권이 조기에 교체될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귀국하자마자 곧장 서울 여의도 국회를 향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차례로 만나 인사를 나눴다.
김 전 지사는 이 대표와 약 15분 가량 만난 뒤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후 국회에서 계엄해제를 의결할 때 국회와 민주당을 포함한 정당들이 큰 역할을 해주셨다"며 "그 부분에 대해 해외에 계신 교포들이 대단히 고마워했고 (사태가) 조기에 수습이 되는 것을 보고 대단히 뿌듯해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한국에 가서 의장님이나 정당의 대표들을 뵈면 꼭 감사하단 인사를 전해달란 (교포들의) 부탁들이 있어서 그 인사를 전했다"고 했다.
이 대표에 이어 우 의장을 만나고 나온 뒤 김 전 지사는 "해외에 계신 분들의 걱정 중 하나가 (계엄령 해제·선포 이후) 혹시 휴전선 등 부근에서 국지전이나 우발적 군사 충돌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걱정"이라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대통령이나 현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께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할 수 있는 역할을 꼭 해주십사하는 부탁이 있었다. 그 당부를 전달했다. 의장께서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단 말씀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지사는 '조기대선 필요성을 주장하셨는데 직접 출마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앞으로 뭘 어떻게 할지는 차분하게, 시민들과 함께하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한 번 찾아보겠다"고 했다.
또 탄핵 관련 어떤 역할을 할지 묻는 질문에 "시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머무는 경남 양산 평산마울 방문 일정을 묻는 질문에는 "저도 (앞으로 일정)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어 보였다.
김 전 지사는 독일에서 연구활동을 마치고 이달 중 미국으로 건너간 뒤 내년 1~2월쯤 귀국할 계획이었으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접하고 즉각 귀국을 결정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021년 7월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은 뒤 사면과 복권을 받아 정치적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즉 선거 출마가 가능해졌다.
김 전 지사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 등을 지냈고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에는 봉하마을로 함께 내려가 수행 비서로 활동해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통한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와 문 전 대통령 복심으로 불렸고 2018년 민주당 첫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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