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고민 韓 ‘탄핵반대’ 동의…이탈표 단속이 관건

김명환 기자(teroo@mk.co.kr), 박자경 기자(park.jakyung@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4. 12. 5. 20: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韓 “준비없는 혼란 막아야”
탄핵 반대, 尹 탈당 재차요구
여당 단일대오도 아슬아슬
당내 소장파 목소리 커져
김재섭 “정해진 것은 없다”
길어지는 대통령실 침묵
7일 표결이후 입장 밝힐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있다. 2024.12.5 [김호영기자]
“계엄 선포 당일보다 어제 그리고 오늘 새벽까지 더 고민이 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을 5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다만 한 대표는 계엄 사태에 대한 윤 대통령 인식에는 공감하기 힘들다면서 ‘선택적 협력’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도 윤 대통령의 탈당을 재차 요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계엄 선포의 부당성을 주장했던 한 대표가 밤샘 고민 끝에 이번 탄핵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정했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

그는 “이미 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국민들께서 그걸 용납하지 않으실 것이니 우리 당도 엄정한 현실과 민심을 직시해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어려운 과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계엄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윤 대통령을 설득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권의 붕괴를 앞당길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곤혹스러운 처지인 것이다.

한 대표 측근들이 야당에 동조해 윤 대통령 탄핵까지 이뤄지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일시에 덮어버리고 차기 대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수 진영의 일치된 우려에 일단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이 결론이 윤 대통령과의 동조적 움직임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을 비롯해서 위헌적 계엄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나라에 피해를 준 관련자들은 엄정하게 책임져야 한다”며 “어제 대통령을 면담했지만, 대통령의 이 사태에 대한 인식은 저와 국민의 인식과 큰 차이가 있었고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즉시 이번 사태에 직접 관여한 군 관계자들을 그 직에서 배제해야 한다. 이런 위헌, 위법한 계엄에 관여하면 즉시 처벌된다는 것을 보여서 군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그리고 당대표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또 본인이 배제된 가운데 당론이 만들어지는 점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 그는 “의총에서 당론이 결정되는데 당대표가 사전에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매번 당대표 모르게 당론이 결정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전날 심야 의총을 두고 내놓은 ‘작심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날 오후 10시부터 시작한 의총에서 이날 0시 30분께 탄핵 반대가 당론으로 추인됐는데, 한 대표는 의총을 시작한 지 30분 뒤 의총장을 떠났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 = 뉴스1]
한 대표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에도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는 이탈표에 대한 걱정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김 여사 특검법을 막기 위해 재표결에 참여했다가 윤 대통령 탄핵안에 집단 기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담감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당내 소장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여당의 단일대오를 아슬아슬하게 만들고 있다. 이날 재선 김예지 의원과 초선 김상욱·우재준·김재섭·김소희 의원 등은 ‘소장파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진실된 대국민 사과 △책임자에 대한 신속 조사와 처벌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등을 촉구했다. 김재섭 의원은 탄핵 표결에 대해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희가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전처럼 여당 현직 의원들에게 ‘문자 테러’가 가해지는 모습도 재현되는 분위기다.

온라인상에서 일부 누리꾼들이 국민의힘 의원 개인 연락처로 추정되는 번호를 정리해 돌리며 탄핵안 찬성을 촉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에서 공개적으로 “개인정보인 국회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무단 사용해 조직적·집단적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위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공식 일정 없이 칩거를 이어갔다. 당초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하는 대국민 담화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대통령실은 “오늘 대통령 입장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입장문에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비상계엄 선포 배경, 재발 방지, 인적 쇄신 방안 등이 담겨야 하지 않겠냐”며 “이 같은 사항들이 바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윤 대통령 입장 표명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다음주쯤 윤 대통령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너무 늦어지면 시시각각으로 악화하는 여론을 잠재우기 어려운 데다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에 대한 내용까지 포함해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