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기록한 도시 변화…“최대 사건은 555m 롯데타워 건설”[책과 삶]
초조한 도시, 두 번째
이영준 지음
워크룸프레스 | 324쪽 | 2만5000원
기계비평가 이영준에게 지난 10여년간 서울에서 벌어진 가장 큰 변화는 2016년 12월 롯데타워의 완공이다. 높이 555m의 빌딩은 서울의 도시경관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N타워를 포함한 남산의 높이(479m)도, 인왕산(338m)도 뛰어넘었다. 롯데타워보다 높은 서울의 산은 836m의 북한산이 유일하다. “롯데타워는 자본을 독점한 재벌기업이 마침내는 도시 경관마저 독점해 버렸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개발과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을 반복하며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낸 <초조한 도시>(2010)를 펴낸 지 13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작이다. 더 빨라지기만 할 뿐 느려지지 않는 도시의 시간 속에서 도시의 밀도와 고도는 더욱 빽빽해지고 높아졌다. 망원렌즈를 이용해 원근감을 압축시켜 도시의 밀도를 극대화해 담아낸 그의 사진 속 도시 풍경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도 시시각각 변화한다.
도시 어디에서도 보이는 롯데타워는 그에게 “모든 걸 쏘아보는 괴물의 눈동자” 같이 여겨졌다. 롯데타워를 지우기 위해 나뭇가지로 가려보기도 하지만 답은 강의 물결에 있었다. 강물에 비친 롯데타워는 드디어 견고한 형체를 잃고 자잘하게 부서져 물결이 돼 사라졌다.
그가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북한산을 둘러싼 경관의 변화도 컸다. 아파트에 둘러싸여 점점 가려지는 북한산의 풍경을 다각도로 기록한다.
전작에서 저자는 변화하는 도시의 속도와 밀도를 ‘초조함’으로 표현하며, 그 초조함을 견디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13년이 지난 그는 한국의 도시가 “언젠가는 허물어지고 다른 건물로 대체될 잠재태”라며 “유동체, 혹은 허깨비”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허깨비 같은 풍경 속에 우리는 살아간다. “폐허는 계속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다”는 그는 카메라로 도시 경관을 기록함으로써 숨막히는 밀도와 고도 사이에 사유의 틈을 만들어낸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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