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거나 입양된 아이들의 목소리[책과 삶]

허진무 기자 2024. 12. 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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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
권희정 지음
날 | 208쪽 | 1만7000원

한국에서 저출생은 ‘인구 소멸’을 걱정할 만큼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부 100쌍이 낳은 자녀가 72명이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태어난 아이들을 잘 키워 왔을까.

인류학자 권희정은 <이것은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기록이다>에서 태어나자마자 살해당하거나 버려지거나 방치되거나 입양된 아이들을 추적한다. 과거 신문을 비롯한 국내외 자료와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살해, 유기, 방임, 입양 등의 원인을 살펴본다.

아이들을 살해하는 범인은 대부분 ‘엄마’다. 많은 사람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모성(母性)을 타고난다고 믿는다. 하지만 영장류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에 따르면 암컷은 자신의 신체와 환경에 따라 새끼에게 헌신할지를 결정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세계에서 암컷이 새끼를 살해하는 일은 생물이 진화하는 동안 계속 발생했다. 권희정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갖춰졌는지 보지 않고 어미만 비난하는 것은 근본적인 원인을 은폐한다고 비판한다.

살아남은 아이들을 국가는 어떻게 대했을까. 박정희 정부는 대한청소년개척단(서산개척단)을 만들어 고아 등을 충남 서산시 일대 뻘밭으로 보내 개간시켰다. 많은 고아가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감금, 폭행, 살해당했다. 입양기관과 복지기관들은 돈을 받고 아이들을 해외로 보냈다. 1970년대 북한이 “남한에서 아기는 새로운 수출품”이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1953년부터 2021년까지 16만9454명이 해외 입양됐다.

권희정은 지난 7월 시행된 ‘보호출산제’도 “합법적 유기”라고 비판한다. 보호출산제란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임산부가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기는 성과 이름이 임의로 지어져 입양시설이나 아동보호기관으로 보내진다. 권희정은 “인간에게는 목숨만큼 정체성도 중요하다”며 “원가족과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아동의 고유한 권리”라고 적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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