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계엄 실패하니깐 “찬성 안했다”[신대원의 軍플릭스]
尹 ‘범죄집단 소굴 국회’ 발언 “동의 안해”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국방부가 뒤늦게 비상계엄 정국에서 군병력을 동원한 데 대해 반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를 맡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런 계엄에 군 병력이 동원된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해왔고 거기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 위법이라는 판단에 동의하느냐는 같은 맥락의 질문에도 “그것이 위헌인지, 위법한지 여부는 추후 따져보겠다”면서도 “그 행위 자체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특히 김 차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언급한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다’는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특히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가 군통수권자의 발언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 차관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개인적인 입장에서 참담하다”면서 “매우 슬프고 괴롭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 차관 직책에 있으면서 일련의 행동이 일어난 것에 대해 미연에 확인하지 못하고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막지 못했다”며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면직을 재가하면서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를 맡게 됐다.
국무부 장관 직무대리체제는 대한민국 국군 창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차관의 이날 언급은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혼란을 초래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조롱거리로 전락한 비상계엄 사태에 있어서 국방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비상계엄 사태를 기획부터 실행까지 주도한 것은 정작 국방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군정권과 군령권을 지휘하는 국방부의 장이었던 김 전 장관이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지휘관들에게 “명령불응시 항명죄”를 운운하며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을 비롯한 세세한 지시를 내렸다.
김 전 장관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됨으로써 상황이 종료되자 지휘관들에게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수고했고 안전하게 복귀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사의를 밝힐 때는 국민께 혼란을 야기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지만, 계엄군이 적어 많은 시민을 상대하지 못해 아쉽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김 전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선 야당의 계엄령 의혹 제기에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느냐. 군이 과연 따르겠느냐. 저라도 안 따를 것 같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차관의 송구하다는 말도 곧이곧대로 다가오지 않는 까닭이다.
이미 국방부를 향한 국민의 신뢰는 상실됐고, 군의 명예와 신뢰마저 추락했다.
만의 하나 계엄군이 국회 장악에 성공해 비상계엄이 유지됐다면 득세한 국방부가 위세를 떨치고 있지 않겠느냐는 의구심도 팽배하다.
한 현역 장교는 “친척과 지인들은 물론 가족들로부터도 온갖 험한 소리를 듣고 있다”며 “요새처럼 군복을 입고 있다는 게 부끄러웠던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야당이 수개월 전부터 제기한 ‘계엄 준비설’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의에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그만이라며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일축하기 일쑤였다.
물론 비상계엄 사태는 김 전 장관을 위시한 극소수의 인사들 사이에서 극비리에 준비되고 감행됐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국방부가 언론을 상대로,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꼴이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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