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포고령으로 본 윤석열의 정적들

신동윤 2024. 12. 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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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가 발표됐다. 1980년 5월17일 신군부의 제10호 포고령 이후 44년 만이다. 세부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정치활동을 막고, 언론 출판을 통제하고,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헌법을 부정하는 건 일맥상통했다. 포고령에는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정치적 타격을 입힌 ‘정적’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우고자 하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 대상 역시 명확하다.

윤석열 계엄사령부가 지난 12월 3일 발표한 포고령 제1호

의료계 향한 노골적 적개심

윤석열 정권 계엄사의 포고령이 과거와 다른 특징이 있다면, 특정 직역을 겨냥해 행위를 강요하고 겁박하는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포고령 제5항 -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지난 2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의 저항으로 ‘윤석열식’ 의료 개혁은 정체상태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의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통령 지지율마저 타격을 입었다. 자신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 국내 보건의료의 미래를 이끌 의료인들을 잠재적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의 하은진 교수는 “만약 전쟁 상황이거나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인명 피해가 나온다면 수많은 의료인은 지난 코로나 때 그랬듯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거나 그 자리에 봉사할 것”이라며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의 의료 개혁을 방해하고 있는 젊은 의사들을 종북 좌파 세력이라고 보는 등 극우 유튜버들이 주입한 망상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사적 동기에 의한 계엄 선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사적 동기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포고령의 또 다른 조항에서도 읽힌다. 이른바 ‘입틀막 사건’은 불통을 드러낸 윤석열 정권의 상징이 돼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바이든 날리면’ 보도는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욕망의 상징이었고, 비판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 정권의 폭력성을 드러낸 상징이다. 이번 포고령에도 언론을 적으로 규정하는 인식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포고령 2항 -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포고령 3항 -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연루된 채해병 수사 외압 사건뿐 아니라, 도이치모터스 사건, 명품백 수수 사건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을 파헤친 보도에 대해 ‘가짜뉴스’, ‘선동’ 등의 표현을 써가며 비판 언론을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언론인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내용이 하나도 없고, 본인이 평소 해왔던 말, 옮겼던 행동들이 문서(포고령)에 담겼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방통위, 방심위, 선거방송심의위 등 윤석열 정권의 언론자유 억압을 수행하는 계엄 세력의 하수인들이 (언론에) 주둔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념 전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노동관

또 윤석열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양극화와 차별 해소를 위해 거리에서 집회를 하고 농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해 왔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2023.8.15 광복절 경축사

임기 초였던 2022년에는 경찰특공대 헬기를 투입해 파업을 하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을 진압했고, 과로와 과속을 방지하도록 안전운임제 재입법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던 화물연대 노동자들에게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건설현장의 부조리에 목소리를 높여온 건설노조는 ‘건폭’으로 몰아세웠다. 이번 포고령에도 여지없이 노동기본권을 송두리 째 빼앗는 내용을 담았다.

포고령 4항 -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법이 보장한 범위 내에서 싸우는 것을 사회 혼란 세력으로 매도하고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인식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계엄 선포… 온 국민을 적으로 돌린 죄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윤석열 계엄사의 포고령은 이를 정면으로 위배했다. 자신을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사실상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포고령을 어길시에는 ‘처단한다’고 겁박했다. 지난 4일 저녁에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시민 촛불집회’에 참석한 한 청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치적 활동을 하는 시민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이들이 국가에 반했습니까? 국민이 적인가요? 국민을 적대한 이상 그는 민주공화국 수반의 자격이 없습니다. 그가 곧 반국가세력입니다. 속히 국민에게 받은 권력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내려놓고 정당한 죗값을 치르길 바라겠습니다.
- 김채원/대학생

뉴스타파 신동윤 shint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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