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리리야 닐리리야 ~" 소리꾼의 '힙'한 네오 민요, 런던 홀리다

조민선 2024. 12. 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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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문&오방신과 밴드
런던 사우스뱅크 공연
민요에 록·펑크·재즈 더한 '네오 민요'
부드럽고 까슬한 창법으로 소리 뿜어내
가발·20cm 부츠 하이힐 등 강렬한 비주얼
요염한 몸짓과 웨이브로 관객 사로잡아
英 가디언 "엄청나게 재미있다"
"아리랑 아라리요" "얼쑤~꺄" 부르자
영어 자막 없어도 한국어 추임새 '떼창'
이달 중순 서울서 전통민요 공연 예정
소리꾼 이희문이 지난달 23일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 엘리자베스홀 퍼셀룸에서 연 ‘네오 민요’ 콘서트에서 노래하고 있다. ⓒ아이킨 윰 포토그래피


“한국 음악의 강자 이희문은 유서 깊은 민요에 에너지와 생명을 불어넣는다. 지터벅, 팝, 댄스, 록, 블루스 등을 매끄럽게 혼합해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국 런던의 복합문화공간 사우스뱅크 홈페이지에 지난달 올라온 글이다. 경기민요라는 K-전통음악에 뿌리를 두고 록, 펑크, 재즈 등의 다양한 장르와 컬래버를 시도해 온 소리꾼 이희문의 발자취를 표현한 문구. 낯선 단어들의 조합은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그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전 세계적으로 알린 것은 7년 전 씽씽밴드 활동 시절 참여한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였다. 유튜브로 860만 회 가까이 재생된 영상은 K-전통음악이 얼마나 힙한지 널리 알렸다.

지난달 23일 사우스뱅크 엘리자베스홀 퍼셀룸에서 그의 공연이 열렸다. 이번엔 자신의 프로젝트 밴드 ‘오방신과(OBANGSINGWA)’와 함께했다. 듣도 보도 못한 ‘네오 민요’의 격동적인 에너지를 무대 위에서 뿜어냈다.

이날 공연은 360석 전석 매진이었다. 객석은 일부 한국인과 대다수 영국 현지인으로 가득 찼다. “행운을 전하는 주술을 부르는 쇼가 될 것”이라는 진행자의 말로 공연이 시작됐다.

“헬로 런던!”을 외치며 등장한 이희문은 마치 주술사 같았다. 곱게 빗어 내린 검은색 긴 머리 가발에 짙은 선글라스, 20㎝가 넘는 굽의 부츠 하이힐, 반짝이는 레드 코르셋, 아우라 넘치는 대형 깃털을 머리에 꽂고 나와 유혹했다.

공연 내내 충격파가 이어졌는데, 핵심은 이희문이 소리를 내는 방식이었다. 부드러움과 까슬함이 트위스트 된 오묘한 목소리, 성대를 강하게 자극하며 “탁”하고 강렬한 첫소리를 뿜어내는 순간, 그 독특한 발성과 소리의 질감은 객석을 압도했다.

첫 곡은 ‘어허구자’로, 밴드와 합을 맞춘 민요 발성에 요염한 몸짓과 웨이브까지 전에 본 적이 없는 소리, 몸짓, 비주얼 쇼가 펼쳐졌다. 이어진 곡 ‘아파몰라꽈악’에서는 “모를 거야 몰라!” 귀여운 추임새와 소리로 흥겨운 무대를 이어갔다. 한국어 공연으로 영어 자막이 없는데도 관객들은 추임새를 따라했다.

민요의 후렴구도 친근함을 더했다. “얼씨구절씨구 자진 방아를 돌려라~아아~(곡명: 간다, 못 간다)” 후렴구인 “닐리리야 닐리리야~(싫은 민요)”가 객석에서 울려 퍼졌다. “트라팔가 광장이 한강수가 되었네”라든지 “여기 런던에 왜 왔던가” 등으로 런던 관객을 위해 개사한 센스도 돋보였다.

무정형의 흥을 표현하는 몸짓은 독특한 매력을 뽐냈다. 주로 흐느적거리는 막춤 같지만, 코어에는 한국의 어깨춤이 들썩였다. 손을 휘젓는 듯한 몸짓에는 민요에서 느껴지는 슬픈 듯 기쁜, 행복한 듯 슬픈 아련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객석은 어깨춤을 함께 추고 “얼쑤!” 추임새를 넣고, 발로 바닥을 쿵쿵 구르며 몸으로 소리를 느끼고 반응했다.

2부 무대에 등장한 그는 맞춤 제작한 무대용 블랙 재킷에 스팽글 핫팬츠, 스타킹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1부가 충격에서 열광으로 그에게 스며드는 시간이었다면, 2부는 정신줄을 내려놓고 함께 노는 댄스 클럽이었다.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아리” “얼쑤~꺄!”를 부르자, 관객은 다 같이 일어나 춤추고 노래했다. 75분으로 예정된 공연은 2곡의 앙코르가 이어지며 100분 가까이 진행됐다.

영국 가디언이 왜 6년 전 그의 공연을 놓고 “엄청나게 재미있다”고 평했는지 정확히 이해되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소위 말해 세계적으로 ‘뜨기’ 전부터 숱한 밴드가 왜 그의 공연을 그렇게 찾아다녔는지도. 장르의 선을 넘고 마구 섞어대면서도 K-민요라는 소리의 뿌리를 갖고 있는 그의 무대는 충격과 영감의 교차점에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인 이희문은 매번 새로운 세계관과 캐릭터를 장착하지만, 소리만큼은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수준 높은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다.

이희문 프로젝트 ‘오방신과’ 공연은 10월 3일부터 11월 23일까지 열린 주영 한국문화원(원장 선승혜) 주관의 ‘K-뮤직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는 12월 중순 서울에서 다시 전통 경기민요, 서도민요의 본질로 돌아가는 ‘이희문 프로젝트 ‘요(謠)’를 무대에 올린다.

런던=조민선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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