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 쿠데타설까지 모락모락”…계엄 포고령 대체 어디서 누가 썼나 보니
일제히 “김용현이 주도”
내란죄 현행범 체포 묻자
김선호 “확인후 적법조치”
검·경, 김용현 출국금지
사표 수리돼 국회 불출석
지난 3일 ‘비상계엄의 밤’에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지하 벙커에 모였던 군 지휘부는 비상계엄 체제가 지속됐던 6시간 내내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극심한 난맥상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자신이 만든 비상사태 속에서 계엄사령부의 지휘체계에 끊임없이 간섭했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군 병력 국회 투입은 내 지시가 아니다”고 증언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병력 투입을 지시한 사람은 김 전 장관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내란죄 현행범들을 체포해 수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적법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박 총장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는 물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이 진입한 부분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맹비난을 받았다. 그는 입법권을 침해하고 ‘전공의 처단’ 같은 극단적 표현인 담긴 ‘계엄사 포고령 제1호’ 작성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방위에 출석한 박 총장과 김 차관 등의 발언을 고려하면 포고령 문안 마련도 김 전 장관 주도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내용은 군이 기존에 훈련 등 목적으로 만들었던 계엄 포고령 문안에 전공의 관련 사안 등 시사적인 내용을 더해 급조한 모양새가 역력했다.
박 총장과 김 차관은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 총장은 “계엄 선포 당일 갑작스럽게 지휘통제실로 이동한 뒤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알았다”면서 “이어지는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정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누구에게 계엄사령관이 된 것을 연락받았느냐는 질문에는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김용현 당시 장관이 전군주요지휘관회의 후에 ‘계엄사령관은 육군총장 박안수다’라고 해서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김 전 장관에게 “전국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는 장관님께서 (대통령의) 위임을 받으셔야 하는데 위임받으셨습니까”라고 물었고, “위임받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박 총장은 문제가 된 포고령 문안에 대해서도 “순간적으로 읽어보고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장관에게 했는데, 장관이 이미 (법률 검토를) 다 했다”는 답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 차관은 “(포고령의) 작성 주체는 확인할 수 없고. 제가 지금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국방부에서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고령에 ‘국회 등에 대한 정치 활동 금지’가 명시된 것을 두고 “국회가 무력은 가진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군사상 제압이 필요한 기관이 아니고, 헌법상 국회는 계엄사령부 지휘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엄 상황 하에서도 영장 없이 체포 등을 한 경우에 사후적으로 사법부의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포고령은 내용상으로 위헌이고 위법이라는 이야기다.
김 차관은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발표와 국회 진입 위법성에 대해 추후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박안수 계엄사령관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장관 등 관련자들은 내란죄 현행범인 만큼 군 수사기관에서 당장 체포하고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면서 “10·26 때 군이 김재규를 체포해서 수사한 것과 같이 해야 한다고 본다”고 물었다.
이에 김 차관은 “계엄사령부 구성부터 계엄군 투입까지 일련의 진행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데, 확인이 되면 거기에 맞는 적법한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고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런 계엄에 군 병력이 동원된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해왔고, 거기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또 경기 과천시에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6분 만에 계엄군이 진입했던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연 비상계엄 사태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계엄군이) 총 3시간20여 분 동안 점거했다”고 말했다. 군이 진입한 시간은 ‘3일 22시 30분’이라고 김 사무총장은 전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전날 밝힌 사의를 재가하고 후임으로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최병혁 주사우디 대사를 지명했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 시절부터 군사·안보 분야를 총괄했고 정부 출범 이후 승승장구했던 김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 임명 불과 석 달만에 비상계엄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쓰고 낙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예정된 국방위의 긴급 현안 질의 일정 직전에 김 전 장관의 사의를 수용해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군복을 벗은 최 대사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다분히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한 미국을 염두에 둔 인선으로 해석된다. 최병혁 후보자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군사·안보 분야 공약 성안에 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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