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땐 의료혼란 없다고 해놓고"…모순의 '처단 포고령'

백영미 기자 2024. 12. 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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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큰혼란 없어", "의료대란 표현 과장"
尹 "반국가세력 척결", "계엄법 의해 처단"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2024.12.04.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과정에서 계엄사령부가 낸 '복귀 명령 불응 전공의 등 의료인 처단' 포고령을 두고 의료 사태 이후 정부가 보여온 입장과 "앞 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대란은 없다"는 그간의 입장과 달리 갑자기 국가 비상 사태인 듯 사직 전공의 복귀를 명령했기 때문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계엄은 헌법 제77조 제1항에 따라 대통령이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내 소요 사태나 북한과의 교전 등으로 행정·사법 마비 사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비상 사태인 것처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특히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해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반국가세력,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가 밝힌 포고령(제1호)에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3차 회의 관련 브리핑에서 "헌법에 규정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인가, 국무회의에서 제대로 논의한 것인가,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한 것인가, 이후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미리 준비하고 계엄을 선포한 것인가 모든 것이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난데없이 전공의와 의료인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체제전복세력과 동급으로 취급했고 포고령에 명시된 '계엄법에 의해 차단한다'는 문구는 망상에 기초한 것"이라면서 "5개월 전 사직이 완료됐는데 도대체 누가 파업을 하고 있고 의료현장을 이탈했느냐, '처단한다'는 말은 국민을 향해 쓸 수 있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시국 선언문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선포했으며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내세우며 위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의료 정책을 강요했고 업무개시명령을 휘두르며 거역하는 자는 굴복시키려 했고, 전공의는 병원을 그만뒀고 학생은 학교를 떠났다"면서 "윤 대통령은 또 다시 이들에게 총구를 겨눴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대통령의 독선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로 대통령이 아닌 국가와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면서 "의료 개악을 중단하고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하고,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정부는 지난 2월 의대 증원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 이후 "큰 혼란은 없다", "응급의료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의료대란이란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는 등 대체적으로 의료체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응급·중증진료 감소 실태에 대한 질의에 "현재 비상진료체계에서 의료기관들이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를 집중하고 있다"면서 "우려하는 만큼의 큰 혼란은 없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배후 진료 역량이 저하됐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현재로선 현장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협조로 (배후진료가) 잘 유지되고는 있다"고 말했다. 배후 진료란 응급 처치를 마친 중증 환자에 대한 후속 진료를 의미한다. 응급실은 응급의학과의 1차적인 검사나 응급 처치에 이어 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 배후 진료과의 수술·입원 등 최종 치료가 불가능하면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

복지부는 또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응급의료체계 위기감이 커진 지난 9월 "진료 유지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당시 의료 현장에선 인력 부족으로 배후 진료에 차질이 빚어져 응급실의 환자 수용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응급실 운영에 일부 어려움은 있지만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3월에는 "일각에서 제기된 의료대란이란 표현은 과장됐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브리핑에서 "수련생인 전공의가 현장을 비웠다고 의료에 혼란이 생기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이며, 대한민국 의료의 비상대응 역량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면서 "의료 현장은 시급하지 않은 수술 위주로 연기되는 등 일부 환자 불편이 있으나 중증, 응급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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