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車·로펌 등 철수···'中 엑소더스' 거세진다

최성욱 기자 2024. 12. 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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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中합작법인 7조원 손실
일각 "시장 철수 불가피" 전망
포드는 '車수출 허브'로 전환
"트럼프2기땐 무역 갈등 심화"
美대형로펌 4곳 사무소 폐쇄
對中해외직접투자 29% 급감
[서울경제]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어오던 미국 자동차 제조 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중국 내 구조조정으로 인해 50억 달러(약 7조 77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에서는 경쟁력 하락으로 중국 시장 철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로펌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될 것을 우려한 중국 시장 ‘엑소더스(탈출)’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M은 이날 중국 합작 투자에 대한 자산 상각 처리로 인해 총 50억 달러 이상의 회계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공시했다. 이는 중국 내 사업의 구조조정과 가치 하락 등의 손실을 반영한 결과다. GM은 구조조정 비용으로 26억~29억 달러, 합작 투자사의 가치 하락으로 27억 달러의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GM 대변인은 “대부분의 비용은 회사의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1997년 상하이자동차(SAIC)와 중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해왔다. 2018년까지 합작법인의 중국 내 차량 판매량은 200만 대에 달했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판매 급감으로 이어졌다. 합작법인의 올해 11월까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8% 줄어든 37만 989대에 그쳤다. GM은 올해 1~3분기 중국에서 약 3억 5000만 달러(약 4953억 9000만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자동차 제조 업체와의 치열한 가격경쟁은 GM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간 GM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 내 판매 부진이 심화하면서 중국 사업 부문을 축소·정리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GM의 구조조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보고서를 통해 “(GM이 중국에서) 의미 있는 수익성을 창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중 갈등과 중국 자동차 제조 업체들의 저가 전기차 공세로 GM뿐 아니라 독일의 폭스바겐, 일본의 닛산 등 해외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미국 포드자동차는 중국 사업을 자동차 수출 허브로 전환하기로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존 머피는 올 6월 발표한 ‘자동차 전쟁(Car Wars)’이라는 제목의 연례 보고서에서 GM을 포함한 미국 자동차(빅3)는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무역 전쟁의 강도가 거세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기업들의 사업 철수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고 최근에는 추가 관세 10%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로펌 업계는 일찌감치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모리슨앤드포스터·퍼킨스코이 등 미국 대형 로펌 최소 4곳이 올해 중국에서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법무법인 폴와이스도 40년 넘게 운영해온 베이징 사무소 문을 연말 닫기로 결정했다. 폴와이스는 1981년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해 중국 본토에 진출한 최초의 외국 로펌이다. 배경으로는 중국 내 비즈니스 부족과 현지 로펌과의 경쟁 심화가 꼽힌다. 특히 2017~2021년 트럼프 1기 때 불거진 무역·기술 분쟁으로 인해 다국적기업 고객들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게 영향을 미쳤다. 시장 관계자는 “트럼프 2기 내각과 정책이 구체화하면서 미중 비즈니스에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며 “중국을 표적으로 한 미국의 관세 부과는 미국 공급망과 소비자들에게도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기업들의 대(對)중국 투자도 크게 둔화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959억 1000만 달러(약 133조 756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8% 감소했다. 올해 1~9월(-30.4%)보다는 감소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큰 낙폭을 유지하고 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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